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킴스아트필드미술관 후원 / 부산시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 금정구 죽전1길 29(금성동 285번지) Tel. +82.(0)51.517.6800 blog.naver.com/kafmuseum @kaf_museum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 "우리가 예술가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세계를 세상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수만큼 많은 세계를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마르셀 푸르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에서) ●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계를 감각하며 살아간다. 같은 무언가를 마주했을지라도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낄지 결정하는 각자의 선택 덕분에 우리는 타인과는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푸르스트의 글처럼 또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조금 남다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는 오랜 미술사 안에서 끊임없이 확인된다. 쿠르베를 비롯한 사실주의 화가들은 아카데미 전통에 따라 신화나 성경, 역사적인 장면들과 같은 고상한 주제만을 다루던 규범에서 벗어나 너무나도 평범하고 볼품없는 것이라 여겨지던 일상의 장면들을 그렸다. 또 캔버스 구석구석을 면밀히 살피는 방식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찰나의 순간 반짝이는 빛을 그린 인상파 화가들이 선보인 새로운 그림은 그저 물감을 아무렇게나 던져 뿌린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리고 뒤샹은 화장실에서나 볼 법한 소변기를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전시장에 내놓으며 세상에 예술의 개념을 뒤흔드는 충격을 선사하기도 했다. ● 이렇게 시대를 막론하고 세계를 감각하는 주체로서 예술가들은 어떤 이들이 미처 보지 못한 세계를, 또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다루고 있다. 이들 예술가가 불러일으킨 충격은 어쩌면 세계를 다르게 감각하고 재현하는 존재로서 자신을 증명하는 나름의 방증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예술가들은 많은 이들이 인식하지 못한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시화하는 주체로서 작품 제작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남다른 역할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서 살펴보았듯 많은 예술가는 자신을 둘러싼 일반적인 규범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작품을 제작한다. 그리고 이들이 제작한 작품으로부터 발생한 일종의 스캔들은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새롭게 행동하게 만들며 때로는 시대의 선입견과 규범을 거부하게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 2024년 킴스아트필드미술관의 청년작가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감각하는 두 청년작가 우시온과 정다원을 소개한다. 앞서 언급된 작업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이들의 작품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오직 '미적인 사색'에 불과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넘어 오늘날의 시대와 청년들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작은 힌트를 준다. 두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온 질문, '나는 어떠한 존재인가' 또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보았을 바로 그 물음말이다. 작가들은 그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정의하기 힘든 이 난제에 대한 나름의 답을 자신만의 감각 세계 속에서 찾아본다.
우시온은 다양한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과 괴물, 상상의 동식물에 자신의 경험과 해석 또 상상을 더한 새로운 이야기를 화면 위로 옮긴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화면의 질감이다.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배합해 만든 페이스트를 발라 평평한 화면이 마치 벽화처럼 투박하고도 묵직한 양감을 가지도록 만들었는데, 이는 우시온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마치 오래된 신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상상의 세계를 여행하는 자신만의 놀이로 외로움과 성장통을 이겨낸 작가는 그림을 통해 알 수 없는 존재 모두가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을 비롯한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한다. 2024년을 살아가는 젊은 작가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신화라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의 각종 모티프와 상징들이 의아하기도 하지만, 작품 구석구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그것은 모두 기존의 신화가 새롭게 각색되고 재조합된 작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금세 알 수 있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정다원 작가 또한 그가 유년 시절부터 가졌던 현실과 삶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여러 의문과 소회를 다룬 작업으로 킴스아트필드미술관만의 특별한 공간인 원형의 지하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우린 무얼 잊고 사는가', '우린 어디로 가는가', 'I'm not adult'와 같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마치 꿈에서 본 듯한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정다원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드로잉으로 기록해 다시 곱씹어본다고 한다. 작가가 살고있는 세계에서 벌어진 사실과 그것과 관련한 한 개인의 감정과 무의식이 여과 없이 기록되어 남겨진 정다원의 작품은 마치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일기와도 같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딱딱한 현실이 만든 정해진 답과 고정관념, 의식들을 탈피하는 과정과 의지가 엿보이는 동시에 작가 자신이 지니고 싶은, 지녀야 할 삶의 자세와 방향성이 녹아 들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정다원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간절한 마음을 작품 하나하나에 아로새겨두었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두 명의 청년 예술가와 두 개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들 작업의 원천이 된 각자의 삶과 현실은 어쩌면 그렇게 아름답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남다른 눈과 감각으로 바라보고, 꿈꾸며, 만든 세계와 그 이야기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있던 삶과 존재에 대한 그 근원적인 질문과 나름의 답을 전해주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전시장에 펼친 이야기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로부터 이어온, 하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 모두의,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이다. ■ 이지인
Vol.20240910e |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우시온_정다원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