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응 Correspondences

안민환_정원_홍자영展   2024_0910 ▶ 2024_1025 / 일,월,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24_0910_화요일_06:00pm

기획 / 박주원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월,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GALLERY YEOKSAM 서울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내 Tel. +82.(0)2.2151.7684/7678 www.beautifulshinhan.co.kr

"자연은 하나의 사원(寺院)이니 거기서 / 산 기둥들이 때로 혼돈한 말을 새어 보내니, / 사람은 친밀한 눈길로 자기를 지켜보는 /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리로 들어간다 // 어둠처럼 광명처럼 광활하며 / 컴컴하고도 깊은 통일 속에 / 멀리서 혼합되는 긴 메아리들처럼 / 향(香)과 색(色)과 음향이 서로 응답한다 // 어린이 살처럼 싱싱한 향기, 목적(木笛)처럼 / 아늑한 향기, 목장처럼 초록의 향기 있고, / ㅡ 그밖에도 썩은 풍성하고 기승한 냄새들, // 정신과 육감의 앙양(昻揚)을 노래하는 / 용연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 무한한 것의 확산력 지닌 향기도 있다" (상응,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57) ● 풍경(風景)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풍경이라는 한자를 풀어 쓰면 바람(風)과 볕(景)이라는 글자들로 나뉘기에, 바람과 볕 곁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풍경이 될 수 있다. 자연이란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생명체를 받아내고 어느 것과도 마찰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풍경이라는 단어 자체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바람과 볕이라는, 시공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현상 자체를 사람들은 풍경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풍경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 그러나 자세히 봐야 하는 지점은 바로 풍경의 '景'이라는 글자에 있는데, 이 단어는 日(해 일)자와 京(서울 경)이라는 글자가 결합된 글자이다. 여기서 '京'자는 높은 건물을 의미하기에, '景'자는 높은 건물 위로 햇볕이 내리쬐어지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풍경이라는 단어는 바람이 불고 볕이 내리쬐는 높은 곳의 모습이라는 속뜻이 숨어져 있는 것이다.

상응展_신한갤러리 역삼 안민환, 정원, 홍자영 섹션_2024

그렇다면 풍경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높은 곳을 내리쬐는 햇볕을 '바라보는' 사람이 존재하였기에 단어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즉 풍경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풍경' 자체가 그 상태 자체를 풍경이라고 말할 수 없고, 그것을 바라보고 감화된 다른 '사람'이라는 존재의 정신을 거쳐 나온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풍경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自然)'과는 다르고,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인간의 관점과 생각이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풍경은 혼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 안에 존재하며, 상호적이고 평행한 관계를 통해 나타난다. ● 전시의 제목 '상응'은 1857년에 쓰여진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상응(Correspondences)'이라는 상징주의 시에서 가져왔다. 이 시는 정신세계와 물질세계의 상호 상응을 이야기하는데, 물질세계를 뜻하는 자연은 상징의 세계로, 인간의 감각은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드러내기 위해 상응하며 정신세계에 접근하게 된다. 따라서 여기에서 물질세계와 정신세계의 상응을 해석하는 시인의 역할이 드러난다. 명확하지 않은, 상징으로 무수하게 연결되는 자연의 숨은 이치들을 시인은 감지하고 자연에 들어가 그들의 응답을 확인하며 스스로의 이야기로 번역한다. ● 보들레르의 시에 나온 시인의 역할은 미술을 하는 작가의 역할과도 같다. 본 전시에 함께 하는 안민환, 정원, 홍자영 작가는 그들만의 한 차례의 번역을 통해 자연을 미술로 끌어들여 풍경을 만들고, 풍경에 대해 궁리한 것들을 조각, 설치, 판화, 그림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자연과 작가 본인 사이에서 공감각으로 존재하는 어렴풋한 시공간의 감각들을 응시하고, 마주한 자연의 모습을 하나의 풍경으로 작업에 가져온다. 이들의 작품은 가끔은 흡습한 모습처럼 뿌옇고 정확하지 않은, 우리의 삶이 진행되지만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공간의 한 지점을 상상하게 한다. 안민환, 정원, 홍자영은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에 이입되고, 자연에 들어가서 그들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풍경을 만든다. 그것은 유토피아적일 수도, 현실적일 수도, 그저 감각적인 느낌으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풍경을 통해서 우리는 존재하는 풍경을 새롭게 응시할 수 있는 감각을 배운다.

안민환_캔버스, 좌대, 조각_나무에 페인트_ 240×360×732cm_2024
상응展_신한갤러리 역삼 안민환 섹션_2024
안민환_캔버스, 기둥, 조각_나무에 페인트, 우레탄 폼, 레진_240×100×100cm_2024
안민환_범굴암 : 개척 분재 m-1_ 석고, 나무, 실, 철_30×15×20cm_2023 안민환_범굴암 : 개척 분재_ 석고, 나무, 실, 철_160×40×60cm_2023 안민환_범굴암 : 개척 분재 m-2_ 석고, 나무, 실, 철_30×15×20cm_2023
안민환_90.9×130cm : 혀_라스망, 우레탄 폼, 흙, 레진, 핸디코트, 아크릴, 라텍스_164×38×75cm_2022

안민환은 입체와 평면을 가로지르는 방법과 그 과정의 변모에 관심을 둔다. 다듬어지기 이전 단계에 있는 매체의 시작점의 모습과 열린 결과물을 상상하게 하는 과정적 모습들을 작품에서 동시에 나타내며, 지시된 방향성 없이 무한히 변형될 수 있는 기능체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조각은 평면으로, 평면은 조각으로 변화하는 흐름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이며, 그 과정에서 새롭게 생겨난 틈새와 여백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지는 것을 발견하게 한다.

정원_하나의 가지에 얄팍한 표피_농장에서 수집한 폐비닐, 노끈, 뿌리째 뽑힌 식물, 가습기 물, 우뭇가사리, 감자전분, 바이오 페이퍼_80×130×120cm_2024 안민환_90.9×65cm_라스망, 우레탄 폼, 흙, 레진, 핸디코트, 아크릴, 이끼_171×40×40cm_2024 정원_땅의 지도_탈락된 것들의_저수지와 농장에서 수집한 부산물, 가습기 물, 바이오 페이퍼_가변설치_2024
정원_땅의 지도_탈락된 것들의_저수지와 농장에서 수집한 부산물, 가습기 물, 바이오 페이퍼_가변설치_2024
정원_나약한 것들을 엮어 스러지는 것 만들기_ 저수지와 가는 길에서 수집한 부산물, 농장에서 탈락된 식물과 지지대, 노끈, 가습기 물, 철사, 우뭇가사리, 감자전분, 바이오 페이퍼_ 160×300×189cm(수축되며 변화함)_2024 정원_낙엽과 땅의 진피_저수지에서 수집한 낙엽, 농장에서 수집한 탈락된 식물들, 가습기 물, 우뭇가사리, 감자전분, 바이오 페이퍼_35×60×40cm_2024 정원_땅의 지도_탈락된 것들의_저수지와 농장에서 수집한 부산물, 가습기 물, 바이오 페이퍼_가변설치_2024
상응展_신한갤러리 역삼 정원 섹션_2024
정원_남겨진 것_00-1_작은 부표 되어보기_ 넓패, 천 조각, 낚싯줄, 우뭇가사리, 감자전분, 바이오 페이퍼_25×25×25cm_2023 정원_남겨진 것_00_부표 되어보기_해조, 넓패, 폐천막, 모래, 우뭇가사리, 감자전분, 바이오 페이퍼_50×50×50cm_2023

정원은 소외되고 바깥으로 밀려난 것에 관심을 가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거의 것들은 주변으로 밀려나거나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는 이렇게 잊혀지는 것들이 쌓이고 퇴적되어 만든 섬을 관찰한다. 바다와 땅의 부산물들과 흔적들은 정원의 작업 안에서 다른 부산물들과 만나 또 다른 울림이 있는 섬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바다에서 만난 다양한 부산물들과 저수지에서 만난 흔적들을 가지고 그것들이 얽혀져 만들어 낸 풍경을 보여주고자 한다.

상응展_신한갤러리 역삼 홍자영 섹션_2024
홍자영_Agathodemon Holding a Cloud ring_ 혼합재료_103×88×37cm_2024
홍자영_Layered Tunnel(Light)_파라핀_36×44×30cm_2024 홍자영_Layered Tunnel(Glacier)_파라핀_37×40×37cm_2024 홍자영_Layered Tunnel(Sand)_파라핀_28×38×27cm_2024
홍자영_Mountain Tureen_도자, 물, 안개 발생기_ 17×35.5×30cm_2024
홍자영_The Gate of Wind and Water_세라믹 타일에 왁스_ 160×160×40cm(40×40cm×32)_2023~4

홍자영은 인류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 녹아있는 정원과 과거의 놀이 방식을 관찰한다. 또한 경계를 만들면서도 경계 자체를 보여주는 장치이며, 현상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감각을 인지하게 하는 프레임에 관심을 둔다. 자연은 보는 사람의 시각적 프레임을 통해 각각 내밀한 다름의 방식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시에서 홍자영은 안팎이 연결되면서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조각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관에 대한 섬세한 시각적 관찰을 시도하게 한다. ■ 신한갤러리

Vol.20240910a | 상응 Correspondence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