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緣起" - 인연 일다 : part Ⅱ

이경화展 / LEEKYOUNGHWA / 李璟華 / painting   2024_0904 ▶ 2024_0916

이경화_夢中果 2-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충청북도_충북문화재단 기획 / 이경화

관람시간 / 10:00am~07:00pm

충북갤러리 CHUNGBUK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2층 Tel. 070.4224.6240 www.cbartgallery.com @cbfccbfc

몽중과(夢中果)의 균형과 색채 그 조형성-이경화 ● 3일 만에 그린 산수화가 있다. 조선 시대 세종의 왕자 안평 대군이 꿈에 본 아름다운 도원의 모습을 안견에게 들려주어 그린 그림 「몽유도원도」이다. 이 그림은 좌측에는 현실 세계의 부드러운 산이, 오른편에는 도원의 세계 속에 있을 법한 바위산들이 우측으로 점점 높아지고 커지는 웅장함이 이 그림이 주는 백미이다. 꿈속에서 경험한 환상적인 풍경을 사실감 있게 표현한 것이다. ● 이와는 반대로 이경화 그림의 모티브도 형상은 과일이지만 맛나 보이는 과일이라기보다는 꿈속에서 본 과일의 형상이다. 그것이 바로 꿈속에 본 이경화 작가의 몽중과(夢中果)이다. 그러나 이 과일이 실제 작가가 꿈속에 본 과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시계가 녹아내리기도 하고, 물고기가 공중에서 헤엄을 치는 꿈속에서의 풍경이나 사유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경화_夢中果 4-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30.3cm_2024

오히려 이경화 작가의 작품에는 동양의 무의식적이고 무위 자연적인 자유스러운 공간 감각이 만들어 낸 결실처럼 추상적으로 보인다. 그러한 공간에 오브제의 생김새를 관념적 형태로 나누어 그 느낌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조형미가 그래서 더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강렬하고 독특한 곡선과 원색적이며 화려한 색채로 짜여진 균형 잡힌 조형미와 구성 감각이 단연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 이제는 이경화만의 독자적 화풍과 양식이 되어 꿈속에 본 과일의 고상하고 우아한 색채의 세련된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음과 양이 하나로 멋지게 어울린 듯 조화롭다. 청색과 깊은 블루가, 녹색과 레드가 마치 사과의 외형처럼 완전한 대조를 이룩하듯 추상적인 세계로 익숙하게 오묘한 조형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과일의 형태로 이렇게 근사한 추상회화의 탄생이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듯이 그 매력을 유감없이 표출한다. 어쩌면 공간과 색, 형태라는 조형 요소로 선과 형을 버무려 극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아주 근사한 한 폭의 교향곡 화음으로 빚어내는데 이경화 작품은 성공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색채의 대비와 대조가 만들어 내는 강렬한 색채와 공간의 어울림은 이경화 회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주목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매력이 뛰어나다.

이경화_夢中果 5-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24

'연기-緣起' 인연으로 불려질만한, 화면 전체를 색채로 채운 공간은 여백처럼 비어있는 공간으로 착각할 정도로 여백은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 색채들도 모든 형태의 분할처럼 균형 있게 충분히 절제되어 나누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무채색 중심으로 표현되어 '현실의 실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다'라는 본질을 우리에게도 충분히 인지하게 한다. ● 그동안 작가는 쉬지 않고 치열하게 추구해온 속리법주(俗離法住: 속은 사라지고 법만 남는다는 것)라는 테마와 그 본질에 대해 사유를 멈추지 않고 지속해 왔다. 마치 세잔이 사과라는 모티브로 입체적 실험을 바쳐왔듯이 이경화 작가는 과일을 모티브로 과일을 면으로 나누고, 색채를 대비시키면서 과일의 형상이 지니는 형태와 개념에 대해 탐색해왔다. ● 작가는 언제나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중심이라는 신념으로 아름다운 산수화, 디지털 프린트 통한 연필 드로잉에 이어 꿈속의 과일 '몽중과(夢中果)'로 작품을 완성해왔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경화_夢中果 5-5C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89.4cm_2024

이제 작가는 이전의 작품과 비교할 데 없이 색상이나 형태, 대칭이나 비례에서 거의 세련되고 조형미가 가득한 작품세계를 탄탄하고 안정되게 보여주었다. 작가는 스스로 자신을 전진시키고 상승시키려 하며, 현재의 부조리함과 불편함을 개선한 유토피아를 꿈꾸는 존재이다. 그것은 '무'라는 개념에서 '유'의 정신을 찾아내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하여 모든 사물의 자연스러운 관계의 형성을 지속적으로 교감하게 만들어 주는 작가가 이경화 같다. ● 그래서 화면 가득 채워진 이경화 작가의 화면에 공간을 보고 있노라면 산을 보고 옮겨놓은 유영국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절제 된 산의 생김새가 몽중과의 화폭들과 묘하게도 오버랩된다. 이것이 색채와 단순미, 형태와 공간이 빚어내는 이경화 작가의 시각적 즐거움이다. 비록 안견의 몽유도원도처럼 환상적이고 사실적이지는 않지만, 이경화 「몽중과夢中果」의 추상적 마력이자 예술적 가치이다. ■ 김종근

이경화_夢中果 7-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112.1cm_2024

전시주제는 연기-緣起이다. '연緣'은 인연을 의미하며, '기起'는 일어날 것을 뜻한다. 즉, "연기-緣起: 인연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사물의 유래와 원인이 서로의 인연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속리법주俗離法住" 범주안에 있다. "연기-緣起"는 단순히 철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고통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천적인 가르침이다. 이를 통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한다.

이경화_夢中果 7-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2×112.1cm_2024

나의 작업은 이미지를 선택할 때 어떠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작업의 테마는 속리법주이다."속리법주俗離法住"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속俗은 사라지고 법法만 남는다는 것" 그 본질本質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본질(本質)은 사물이 일정한 사물이기위해서 다른 사물과는 달리 그 사물을 성립시키고, 그 사물에만 내재하는 고유한 존재라고 한다. 그 중요한 존재의 의미를 나는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주제에서 볼 수 있듯이 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현존에 대해 부정을 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삶에 대한 모습과 본질이 갖추어진 세상의 다른 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며 잠시나마 평온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작업을 살펴보면 화면전체를 채우지 않는 것 같은 비어있는 공간으로 보이는 여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형태와 색은 절제되어 무채색에 가까운 색채로 표현된다. 이는 그림으로써 '현실의 실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다'라는 본질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동양사고의 정신적인 면을 집중함으로써 절제된 미학을 표현하고자 하는 전략이 담겨있다. ● 동양화에서는 '무'라는 개념에서 '유'의 정신을 찾아내고자 하였으며,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하여 형상화시킴이 아니고, 모든 사물의 자연스런 관계의 형성을 지속적으로 교감하게 만들어 주는데 그 의미를 두었다. 그려지지 않은 여백의 공간은 작품의 미완성이 아니라 완전한 작품의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 이것은 물체와 공간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존재함을 말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형상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사물이 자연스런 관계를 형성하여 상호 보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 이경화

Vol.20240904a | 이경화展 / LEEKYOUNGHWA / 李璟華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