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The Path of Breath

최혜인展 / CHOIHYEIN / 崔憓仁 / painting   2024_0830 ▶ 2024_0922 / 추석당일 휴관

최혜인_숨길_하늘로 Breathing path towards the sky_삼합 장지에 백토, 안료_100×100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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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인 홈페이지_www.hyeinchoi.com 인스타그램_@hyeinchoi71 페이스북_www.facebook.com/hyein1971 유튜브_youtube.com/@hyeinchoi 브런치_brunch.co.kr/brunchbook/paintlive2022

초대일시 / 2024_0904_수요일_07:30pm

관람시간 11:00am~12:00pm 01:30pm~06:00pm 추석당일 휴관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27-6번지) 도올빌딩 2층 Tel. +82.(0)2.739.1406 www.gallerydoll.com @gallery_dohl

숨길 The Path of Breath'대지는 어둠에 빠져들기 전에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알베르 까뮈 『결혼, 여름』)

최혜인_숨길 The Path of Breath展_갤러리 도올_2024
최혜인_숨길_물 속에서 Breathing path inside the water_삼합 장지에 백토, 안료_130×162cm_2024
최혜인_숨길 The Path of Breath展_갤러리 도올_2024
최혜인_입하 The beginning of summer_리넨 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_130×162cm_2023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인간뿐 아니라 식물도, 동물도, 심지어 대지도 숨을 쉬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내비친다. 숨을 쉬는 속도와 숨길이 저마다 다르기에 서로 다른 삶을 보여줄 뿐이다. 식물은 땅 속의 뿌리로, 인간은 몸 속의 혈관으로 양분을 흡수하고 숨을 쉬며 몸 구석구석으로 뻗은 숨길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최혜인_숨길_여름 The path of breath_Summer 도판에 안료_30×30cm_2024
최혜인_숨길_가을 The path of breath_Autumn 도판에 안료_30×30cm_2024
최혜인_숨길_겨울 The path of breath_Winter 도판에 안료_30×30cm_2024

모든 생명은 그물망처럼 얽혀 공생한다. 대지에서 나온 인간은 땅에서 나온 생명의 먹거리로 숨을 쉬며 생기를 얻는다. 이후 생기가 다하면 다시 땅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끊임없는 순환의 공생, 그 가운데 숨과 숨길이 있다.

최혜인_숨길 The Path of Breath展_갤러리 도올_2024
최혜인_연결된 덩어리 Connected mass_장지에 백토, 안료_34×28cm_2024
최혜인_우수_날이 풀리다 Snow begins to melt_장지에 금분, 백토, 안료_34×28cm_2024
최혜인_춘분 When daytime & nighttime meets_장지에 금분, 백토, 안료_34×28cm_2024 최혜인_추분 When nighttime & daytime meets_장지에 금분, 백토, 안료_34×28cm_2024

'생(生)'은 끼니와 끼니 사이의 연속이다. 한 끼의 식사는 생과 생을 이어줌으로써 인생을 만드는 행위이기에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은 결국 삶을 지속시키는 일이다. 자연의 숨길에서 탄생한 생명들이 내 몸에 스며들고 그 생명들을 전달받아 삶을 이어 나간다.

최혜인_입하 The beginning of summer_장지에 백토, 안료_34×28cm_2024
최혜인_곡우_곡식의 생명수 Water for growing grains_장지에 금분, 백토, 안료_34×28cm_2024
최혜인_숨길 The Path of Breath展_갤러리 도올_2024

살림은 누군가를 '살리는' 숭고한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부엌데기 엄마의 노동으로 여겨져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냉장고 문을 열면서 오래 묵혀 두었던 감자에 싹이 난 것을 발견했다. 한 번도 생명으로 여기지 않았던 감자가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먹거리로만 알았던 냉장고 속의 식물들은 그렇게 내게 커다란 깨우침을 일깨워 줬다.

최혜인_입하 The beginning of summer_장지에 과슈, 방해말, 백토, 안료_67×112cm_2024
최혜인_엄마의 숨길 Mother's breathing path_장지에 과슈, 금분, 방해말, 백토, 안료_61×91cm_2024
최혜인_숨길 The Path of Breath展_갤러리 도올_2024

돌이켜보니 부엌은 식구(食口)들에게 매끼 영양분을 제공하는 생명의 장소였다. 부엌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자 부엌과 작업실의 공통점이 보였다. 인간의 몸과 마음을 살리기 위해 뭔가 '만들어내는', 날 것의 재료와 생각이 익혀지면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마법의 공간들이었다. 부엌의 '살림'이 작업실의 '그림' 속으로, 생명의 숨과 삶의 숨길을 안고 들어왔다. 식탁 위 식재료는 역설적으로 창작의 원천이 되어 작업의 매개가 되었다.

최혜인_북두칠성 The big dipper_캔버스에 과슈, 아크릴채색, 오일스틱, 뚫기_46×38cm_2024
최혜인_입춘 The beginning of spring 장지에 백토, 안료_60×60cm_2024 최혜인_입하 The beginning of summer 장지에 백토, 안료_60×60cm_2024 최혜인_입추 The beginning of autumn 장지에 백토, 안료_60×60cm_2024 최혜인_입동 The beginning of winter 장지에 백토, 안료_60×60cm_2024

몸의 리듬에 맞는 깊은 숨을 내쉰다. 몸의 숨구멍이 열리며 마음이 차분해진다. 자연도 24절기로 나뉘어 숨 쉬듯 흘러간다. 눈이 녹기 시작하는 우수(雨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 대지의 생명수가 내리는 곡우(穀雨), 봄볕이 충만해지는 소만(小滿), 모내기가 시작되는 망종(芒種), 해가 가장 긴 하지(夏至),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 그리고 달이 가장 긴 동지(冬至) 등 여러 절기와 어우러진 생명의 숨길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화면에 그어진 무의식적인 선과 켜켜이 쌓인 색들은 이러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 내 숨이 지나간 길이다. 곡식, 채소를 소재로 한 이 숨길의 흔적들은 멈췄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해 하늘과 땅, 그리고 물속에서 꿈꾸는 풍경이 되었다. (2024. 여름.) ■ 최혜인

Vol.20240830f | 최혜인展 / CHOIHYEIN / 崔憓仁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