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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0904_수요일_07:30pm
관람시간 11:00am~12:00pm 01:30pm~06:00pm 추석당일 휴관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27-6번지) 도올빌딩 2층 Tel. +82.(0)2.739.1406 www.gallerydoll.com @gallery_dohl
숨길 The Path of Breath ● '대지는 어둠에 빠져들기 전에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알베르 까뮈 『결혼, 여름』)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인간뿐 아니라 식물도, 동물도, 심지어 대지도 숨을 쉬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내비친다. 숨을 쉬는 속도와 숨길이 저마다 다르기에 서로 다른 삶을 보여줄 뿐이다. 식물은 땅 속의 뿌리로, 인간은 몸 속의 혈관으로 양분을 흡수하고 숨을 쉬며 몸 구석구석으로 뻗은 숨길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모든 생명은 그물망처럼 얽혀 공생한다. 대지에서 나온 인간은 땅에서 나온 생명의 먹거리로 숨을 쉬며 생기를 얻는다. 이후 생기가 다하면 다시 땅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끊임없는 순환의 공생, 그 가운데 숨과 숨길이 있다.
'생(生)'은 끼니와 끼니 사이의 연속이다. 한 끼의 식사는 생과 생을 이어줌으로써 인생을 만드는 행위이기에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은 결국 삶을 지속시키는 일이다. 자연의 숨길에서 탄생한 생명들이 내 몸에 스며들고 그 생명들을 전달받아 삶을 이어 나간다.
살림은 누군가를 '살리는' 숭고한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부엌데기 엄마의 노동으로 여겨져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냉장고 문을 열면서 오래 묵혀 두었던 감자에 싹이 난 것을 발견했다. 한 번도 생명으로 여기지 않았던 감자가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먹거리로만 알았던 냉장고 속의 식물들은 그렇게 내게 커다란 깨우침을 일깨워 줬다.
돌이켜보니 부엌은 식구(食口)들에게 매끼 영양분을 제공하는 생명의 장소였다. 부엌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자 부엌과 작업실의 공통점이 보였다. 인간의 몸과 마음을 살리기 위해 뭔가 '만들어내는', 날 것의 재료와 생각이 익혀지면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마법의 공간들이었다. 부엌의 '살림'이 작업실의 '그림' 속으로, 생명의 숨과 삶의 숨길을 안고 들어왔다. 식탁 위 식재료는 역설적으로 창작의 원천이 되어 작업의 매개가 되었다.
몸의 리듬에 맞는 깊은 숨을 내쉰다. 몸의 숨구멍이 열리며 마음이 차분해진다. 자연도 24절기로 나뉘어 숨 쉬듯 흘러간다. 눈이 녹기 시작하는 우수(雨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 대지의 생명수가 내리는 곡우(穀雨), 봄볕이 충만해지는 소만(小滿), 모내기가 시작되는 망종(芒種), 해가 가장 긴 하지(夏至),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 그리고 달이 가장 긴 동지(冬至) 등 여러 절기와 어우러진 생명의 숨길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화면에 그어진 무의식적인 선과 켜켜이 쌓인 색들은 이러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 내 숨이 지나간 길이다. 곡식, 채소를 소재로 한 이 숨길의 흔적들은 멈췄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해 하늘과 땅, 그리고 물속에서 꿈꾸는 풍경이 되었다. (2024. 여름.) ■ 최혜인
Vol.20240830f | 최혜인展 / CHOIHYEIN / 崔憓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