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거룩한 식사」中, 황지우) ● '2024여수국제미술제'의 주제 『소울푸드엔 블랙칵테일 Soulfood & Black cocktail』 은 생존의 가장 근본적인 행위 중 하나로서 먹는 행위, 즉 '식사'와 관련되어 있다. 여수는 음식문화의 상징적인 도시로서, 예로부터 남쪽 해상교류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음식을 비롯한 다방면의 문화적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다. 이번 전시는 여수의 지역성을 담고 있는 음식문화를 소재로 하여 이와 관련된 현대의 다원화된 예술적 표현들과 함께 동시대예술의 시의적인 주제인 기후위기와 환경, 그리고 인류생존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가치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소울푸드엔 블랙칵테일-제14회 2024 여수국제미술제- 주제展_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D1_2024

우리는 올해 유난히 거칠게 쏟아치는 긴 장마와 연일 지속되는 뜨거운 기온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뉴스는 전문 데이터를 인용해서 매해 갱신되고 있는 지구온도 상승의 최고 기록을 전한다. "7월 21일 전 세계 일일 평균 기온이 신기록을 세웠다"(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게다가 하루에 몇 번이고 울리는 폭염특보와 마을 확성기를 통한 외출자제 알림은 지루할 정도로 반복된다. 그렇게 이 여름의 끝을 기다리며 시간을 버틴다. 1.5℃ 상승, 이는 파리협정과 함께 유엔환경계획(UNEP), 기후변화정부협의체(IPCC) 등 관련 협의체들이 정한 저지해야 될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온도선이다. 2050년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최근들어 20여년 앞당겨진다 하니 얼마남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들은 차고 넘치며 복잡하고 어렵지만,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은 올 여름 우리가 몸소 체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유엔사무총장의 언급은 전혀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소울푸드엔 블랙칵테일-제14회 2024 여수국제미술제- 주제展_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D1_2024

전시의 주제는 음식문화와 관련되지만, 사실 기후변화에 따른 삶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현대미술에서 음식, 또는 식사는 90년대에 들어 주목할만한 소재로 다뤄지기 시작했고 관계미학의 근거가 될 만큼 동시대예술의 주요한 하나의 주제가 되었다. 음식을 소재로 삼은 예술은 과거에도 많았으나,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다소 개념적이면서 사회적인 측면이 있고 나아가 어떤 발언과 실천의 의미도 내포한다. 거슬러 올라가서, 1962년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앤디워홀의 첫 번째 개인전에서는 그 당시 가공식품의 대명사인 캠벨스프캔 이미지 다수가 전시되었다. 왜 하필 스프캔이었을까. "I used have the same lunch every day, for twenty years."(Andy Wahol) 워홀이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 스프는 자신이 늘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십 여년을 말이다. 여기에는 체화의 의미가 담겨있다. 뒤샹이 변기를 예술의 반열에 가져다 놓았다면, 워홀은 음식이 담긴 캔을 예술품으로 만들었다. 예술가에 의해 중요한 미술사적 의미를 갖게 된 두 사물을 보며 캔에 담긴 내용물이 예술가의 몸을 매개삼아 변기로 옮겨지는 순환의 과정을 생각해 보았다. 그 중심에 음식이 있다. 한편,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은 우리의 비빔밥에 담긴 정신을 예술의 모체로 삼았다. "한국에 비빔밥정신이 있는 한 멀티미디어시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백남준) 비빔밥은 단지 은유가 아니다. 예술의 혼합성과 다양성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하나의 표현이자 뿌리깊게 자리한 우리의 정신적 요소이다. 유전자적으로 이어진 비빔밥정신은 현재 문화다양성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이는 백남준의 다원적이고 포괄적인 예술세계와도 직결된다.

소울푸드엔 블랙칵테일-제14회 2024 여수국제미술제- 주제展_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D3_2024

또한, 먹는 행위가 동시대예술의 형식 중 하나로 자리하는 데에는 두 예술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와 펠렉스 곤잘레스 토레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90년대 초, 티라바니자는 모국의 음식인 팟타이를 관객에게 대접하는 전시를 했다. 여기에는 관객과의 상호작용과 교환이 작동한다. 토레스는 같은 시기에 갤러리 한 모퉁이에 79kg의 알록달록한 사탕더미를 쌓았고, 관객들이 양껏 가져가게 했다. 줄어든 사탕더미는 매일 같은 무게를 유지하도록 채워졌고, 관객의 참여로 부재와 현존의 순환적 의미가 발생하였다. 큐레이터이자 미술사가인 니콜라 부리오(광주비엔날레감독, 2024년)는 이들의 작품을 눈여겨 보고 '관계의 미학'을 창안해냈다. 그는 동시대예술이 "인간 상호작용의 영역과 사회적인 맥락"에서 다뤄져야 하며, 이를 '관계적 예술'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관계적 예술은 관계성을 '형태화'하는 방식이라 말한다. 그에 따르면 토레즈는 사탕더미로 "가능한 만남"을 형태화했고, 티라바니자는 "관계의 영역"으로 형태화된 식탁을 제시했다. 이후, 음식을 매개로 한 예술적 표현은 일반적인 경향이 되었다.

소울푸드엔 블랙칵테일-제14회 2024 여수국제미술제- 주제展_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D4_2024

주제전 『소울푸드엔 블랙칵테일』은 음식과 식사를 주제로 하여 모든 먹거리와 먹는 행위, 그리고 둘의 상호관계성에 관하여 다룬다. 먹는 행위에는 필연적으로 먹힌다는 의미가 발생하는데, 그 영역은 동식물과 미생물을 포함한 자연계 전체를 아우른다. 먹어야 산다는 사실은 모든 생명이 다른 생명의 목숨으로 숨 쉬며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먹는다는 행위에는 자연의 본질이자 지속이 가능한 원리로서 삶과 죽음이 얽혀있는 '순환'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소울푸드엔 블랙칵테일-제14회 2024 여수국제미술제- 개막식_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D4_2024

전시의 '소울푸드'와 '블랙칵테일'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며, 둘을 잇는 '엔(and)'을 사용하여 그 의미를 강조하고자 하였다. '소울푸드'는 원래 미국에서 흑인음식을 칭하지만, 여기선 문자그대로 영혼을 위한 음식, 즉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먹거리로서 감성, 소박함, 정서, 즐거움, 추억과 관련이 있다. '블랙칵테일'은 유희를 위한 마실거리로서 물질문명과 산업화, 자본주의의 소비사회와 연관되며, 이성, 자극, 쾌락, 화려함, 과잉, 혼돈을 의미한다. 이중적이고 상반된 두 음식을 연결짓기 위해 '혼성(混成, mixture)'의 의미로 '엔'을 사용하였다. 둘 사이에 있는 '엔'은 'and'의 한글표기이면서, 우리말 '~에는' 의 줄임말로 '곁들이거나(with)', '섞는다(mixed)'라는 쓰임을 뜻한다. 또한, 먹거리를 획득하는 방법과 즐기기 위한 수단,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여러 목적들을 의미한다.

빠키 작가의 디제잉

전시는 다채롭고 경쾌한 분위기로 연출하였다. 먹는 행위는 즐거운 일이며 감성적인 쾌와 연관되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주제에서 다루고 있는 기후문제를 무겁고 진지하게만 다룰 경우 마치 잔소리처럼 둔감해지거나 회피심리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 주제인 '식사'를 살펴보면, 우선 식재료를 얻기 위해 사냥과 낚시, 수확과 가공의 행위가 선행되며, 물질적이든 자본으로든 교환의 과정을 거처서 주방에서 조리를 한 다음, 음식이 되어 식기들에 담겨 식탁에 옮겨지고 먹는 행위로 마무리된다. 이후, 소화되어 일부는 살과 에너지로, 일부는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궁극으로는 모든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 식사를 위한 재료로 소진될 것이다. 주제전을 구성하는 33명의 작가와 160여점의 작품들은 식재료, 수확, 교환, 식사, 그리고 순환의 범주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김기라×여수콜렉티브_여수상회

김은형_라이브 페인팅

전시 주제로서 '식사'를 기후위기와 연결지어 기획한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환경의 변화가 결국 먹는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로 이어지고, 부족해진 먹거리로 인해 약탈과 폭력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국 사회통제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생각해보자. 당장 아이가 굶주리고 있는데 옆집에 먹을 것이 있다면 부모로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모든 진화는 상호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인류가 선택해야 하는 진화의 방향은 자연적 진화, 즉 생물학적으로 강해지기 위해서 산업화의 발전을 약화시키거나 속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요한 건, 인류의 의지와 실천이다. 먹는 행위에서 오는 즐거움이 비극의 동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인류가 자연과 함께 만들어 온 역사와 문화는 삶을 지속하려는 우리의 의지이자 표현들이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라는 사실, 블랙칵테일을 곁들이면서 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박순영

안민욱_아르스_커피차

홍기원, 성유삼_블랙칵테일

"Oh, the sacred act of putting a spoonful of world into the body (...) How deeply moving it is to witness an old man with his mouth wide open, taking a full spoonful of gukbap." (From 「Sacred Meal」 by Hwang Jiwoo) ● The theme of the 2024 Yeosu International Art Festival (YIAF), 『Soulfood & Black Cocktail』, revolves around the act of eating, or 'meals,' one of the most fundamental activities for survival. Yeosu, a city emblematic of food culture, has historically served as a hub for maritime exchange in the southern regions, facilitating various cultural interactions, including cuisine. This exhibition draws inspiration from Yeosu's rich culinary traditions, seeking to explore contemporary artistic expressions that address timely issues such as the climate crisis, the environment, and the fundamental values rooted in history and culture essential for humanity's survival. ● This year, we have experienced unusually intense and prolonged heavy rains and scorching heat. News outlets regularly cite scientific data showing record-breaking global temperatures. "On July 21, the world experienced the highest daily average temperature ever recorded."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Moreover, heatwave warnings sound several times a day, and the repeated public announcements through the town's loudspeakers urging people to stay indoors have become almost tedious. And so, we endure, waiting for this brutal summer to pass. 1.5°C of global temperature rise, which is the limit set by the Paris Agreement and climate organizations like the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 and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They have set 2050 as a deadline, but this has recently been moved up by more than 20 years, leaving us with little time. The problems that will arise are overwhelming, complex, and challenging, but the high level of risk is evident from our direct experiences this summer. When the UN Secretary-General declared "the era of global warming has ended and the era of global boiling has arrived," it no longer seemed like an exaggeration at all. ● While the exhibition focuses on food culture, it also aims to address the broader life issues arising from climate change. In contemporary art, food or meals gained attention in the 1990s as significant subjects, even forming the basis for relational aesthetics, becoming a central theme in contemporary art. Food has been a frequent subject throughout art history, but the current focus involves conceptual and social dimensions and implies certain commentary and action. Looking back at history, in Andy Warhol's first solo exhibition in 1962 in Los Angeles, the iconic images of Campbell's soup cans—a symbol of processed food—were displayed. Why soup cans? Warhol explained in an interview. "I used to have the same lunch every day for twenty years." Warhol consumed canned soup every day—for a whole two decades. This imbues it with a personal and bodily significance. Just as Duchamp elevated a urinal to the status of art, Warhol transformed a can of food into an art object. Contemplating these two artists' historically significant objects, I wonder if the contents of the can somehow cycle into the urinal via the artist's body. At the center of this cycle is food. Meanwhile, media artist Paik Namjune considered the spirit of bibimbap as the foundation of art. "As long as there is the spirit of bibimbap in Korea, we can have confidence in the multimedia age," he said. Bibimbap is not merely a metaphor. It is an exceptional expression of the hybridity and diversity in art, deeply rooted in our spiritual elements. The bibimbap spirit, which is genetically ingrained,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cultural diversity and interaction, directly connecting to Paik's pluralistic and inclusive artistic universe. ● Two artists, Rirkrit Tiravanija and Felix Gonzalez-Torres, played pivotal roles in establishing the act of eating as a contemporary art form. In the early 1990s, Tiravanija served his native dish, Pad Thai, to gallery visitors. This worked as an interaction and exchange between the artist and the audience. Around the same time, Gonzalez-Torres piled 79 kilograms of colorful candy in a gallery corner, inviting visitors to take as much as they wanted. The candy was replenished daily to sustain the same weight, generating a cyclical significance of absence and presence through audience participation. Curator and art historian Nicolas Bourriaud (director of the 2024 Gwangju Biennale) noticed their work and developed the concept of relational aesthetics. He posited that contemporary art should deal with 'the sphere of human interactions and its social context,' which he termed 'relational aesthetics.' Bourriaud described the shaping of these interactions as a 'form-making process.' In Gonzalez-Torres's case, the candy pile 'materialized a possible encounter,' while Tiravanija presented a table that 'materialized the realm of relationships.' Since then, artistic expression centered around food has become a common trend. ● The thematic exhibition 『Soulfood & Black Cocktail』 chooses food and meals as subjects and explores all food, the act of eating, and the interrelation between the two. The act of eating inherently implies being consumed, encompassing the entire natural world, from plants and animals to microorganisms. The fact that we must eat to live signifies that all life sustains itself by breathing and existing through other lives. Therefore, the act of eating embodies the meaning of 'circulation', an essential and sustainable principle of nature, intertwining life and death. ● The 'Soulfood' and 'Black Cocktail' in the exhibition title are complementary to each other. By using '&' to connect these two concepts, the emphasis on their relationship is heightened. While 'Soul food' originally refers to African American cuisine, in this context, it is used literally to mean food for the soul, signifying nourishment for the heart, along with emotion, simplicity, sentimentality, pleasure, and memory. In contrast, 'Black Cocktail' represents a drink for pleasure, associated with material civilization and the consumerism of industrialization, embodying reason, stimulation, flamboyance, excess, and chaos. The symbol '&' was chosen to connect these two opposing concepts of food, symbolizing 'mixture.' In the Korean title, the particle '엔' (pronounced [en], shortened form of '에는[enɯn]') is used, which sounds the same as the English word 'and' and conveys meanings of 'with' or 'combined'. It also encompasses the methods of obtaining and enjoying food, as well as the various purposes surrounding it. ● The exhibition is designed to create a lively and diverse atmosphere. Eating is a joyous act, associated with sensory pleasure. However, if climate issues are addressed too seriously, it can lead to desensitization or avoidance, much like nagging. When we examine the concept of a 'meal,' it encompasses a series of processes: hunting, fishing, harvesting, and processing the ingredients; exchanging goods or money; cooking in the kitchen; transforming it into food; plating it; placing it on the table; and finally, eating. After digestion, part of the food is converted into flesh and energy, while the rest returns to nature, ultimately becoming ingredients for future meals. The exhibition features 33 artists and over 160 works that explore the themes of food production, harvesting, exchange, consumption, and circulation. ● The reason for connecting 'meals' to the climate crisis as the exhibition theme is that changes in the ecological environment due to global warming directly impact food security. The climate crisis leads to food shortages, and as food becomes scarcer, theft, violence, and other issues arise, ultimately threatening the collapse of social systems. Imagine a parent whose child is starving sees food next door—what would a parent do? All evolution progresses in an interconnected way. The evolutionary path humanity should take now is how nature has been doing, which means weakening or slowing industrial development to strengthen biological resilience. The key lies in the will and action of humanity. We have to ensure that the pleasure coming from eating does not trigger tragedy. The history and culture we have built alongside nature are expressions of our will to sustain life. Ultimately, it all comes down to how we eat and live. I hope this exhibition prompts reflection on this issue while having a glass of black cocktail. ■ Park Soonyoung

Vol.20240830c | 소울푸드엔 블랙칵테일-제14회 2024 여수국제미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