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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0829_목요일_04:00pm
2024 Thinkartkorea 선정작가 기획 초대展
주최,기획 / (주)신한화구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화요일 휴관
포네티브 스페이스 PONETIVE SPACE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4 Tel. +82.(0)31.949.8056 www.ponetive.co.kr
전문가 미술재료 제조기업 (주)신한화구는 모든 장르의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Thinkartkorea를 주관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Thinkartkorea는 2014년 첫 선을 보인 이래 2023년까지 총 11명의 작가를 선정했으며 선정 작가에 대한 개인 전시회 개최 및 전폭적인 지원과 협업을 통해 작가가 더 큰 무대로 진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2024년 Thinkartkorea는 수많은 작가들의 관심과 지원이 줄을 이었고 신한화구는 심사숙고하여 최종적으로 이유랑 작가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랑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 동양화 과정을 마쳤으며 2006년부터 개인전과 단체전을 진행했습니다. ● 이유랑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과거를 지나 현재 나의 모든 상황이 바뀌었고 안전 해졌다고 할 지라도 나의 무의식은 여전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낍니다." "작품 속에는 오직 나라는 사람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작품 속 캐릭터들의 시선은 오직 외부, 세상을 향해 있습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표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못나고 초라하고 수치스럽고 바보 같은 숨기고 싶고 지우고 싶은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한 과정에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작품 세계가 외부에 있지 않고 오로지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영감이며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아크릴컬러와 과슈를 주 재료로 이유랑 작가가 자신을 회화로써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이번 2024 Thinkartkorea 12번째 전시를 통해 확인하고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주)신한화구
어둠에 갖힌 나날의 상처와 아픔들_가면 뒤에 감춰진 독백 - 서커스와 곡예사 ● 작가 이유랑의 2024년 신작 「내 이생은 서커스! 삶은 아슬 아슬 위태로움의 연속이지만, 결국에 나는 해냈고 빛나는 감동의 순간을 맞이하지!」 1) 에는 피에로의 얼굴을 한 인물들과 더불어 코끼리를 포함한 동식물들이 한 화면에 어우러져 있다. 비교적 대형 작업임에도 (여타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배경까지 빈틈없이 온갖 사물로 들어차 있다는 게 특징이다. ● 눈에 띄는 건 등장인물인 피에로(Pierrot) 2) 다.(엄밀히 말하자면 피에로처럼 보이는 몇몇이다. 일반적으로 서커스에는 피에로라고 불리는 광대(Clown, 곡예사)가 등장한다. 본문에선 피에로로 통일한다) 하나같이 커다란 눈을 한 이들의 얼굴은 밝으면서도 묘하게 어둡다. 미소를 짓고 있으나 어딘가 모를 외로움이 감돈다. 그럼에도 그들은 변함없이 작은 공과 링을 들고 온갖 묘기를 부린다. 관객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누가 보던 안 보던 각자의 역할에 전념 중이다. ● 아홉 명의 인물이 손을 잡고 있는 「행복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해봐! 언제나 우린 함께였어! 온 세상이 너를 사랑해」(2021-2023)와 더불어 이유랑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서커스(Circus)를 화두로 한다. 즐거움과 오락을 제공하고 잠시 동안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공연이지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예술과 사회, 심리 및 문화적인 측면에서 여러 해석을 갖게 하는 주제다. ● 그의 작업에 대한 평론을 쓰며 가장 먼저 스친 의문은 '이유랑에게 서커스는 어떤 의미일까'였다. 어째서 세상의 그 많은 것들 중 '왜 하필 피에로를 그렸을까'도 궁금한 것들 중 일부였다. 답은 피에로 본연의 뜻에서 찾을 수 있었다.
피에로는 본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상실의 심벌이다. 주로 짝사랑에 빠져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나 와토(Antoine Watteau) 등의 미술작품을 비롯해 영화와 소설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 피에로는 삶의 양면성을 나타내는 기호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항상 웃는 표정을 하고 있으며 화려한 복장은 매우 희극적이다. 반면 하얀 얼굴에 새겨진 눈물 모양의 메이크업은 외로움과 내면의 슬픔을 나타낸다. 하나의 '인물'에 희비극이 함께 녹아있다. 피에로는 주체성을 상실한 존재라는 인식도 있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지만 실제 삶은 남을 웃기기 위해, 타인의 관심과 선택에 깊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작가가 서커스와 피에로를 그린 이유는 '공감'에 있다. 사회적 소외된 존재로서, 외면과 불안정성을 끌어안고 채 살아가는 실제라는 점에서 스스로 닮았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서커스는 어디까지나 '꾸며진 삶'이다. 작가에겐 가공된 현실이면서 현재의 자기 세상자체를 고찰하기 위한 일종의 '독백의 장소'라고도 볼 수 있다.3) ● 다만 이유랑의 「내 이생은 서커스! ...」가 단일한 소실점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 그림에는 스스로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고 강인해질 수 있다는 다짐이 배어있다. 또한 그림 속 서커스와 피에로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자 넓게는 인간의 연약함과 강인함에 관한 미적 장치임에는4)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완성하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갈구 혹은 강렬한 바람의 역설도 짙게 녹아 있다.
갈구 혹은 바람은 다섯 명의 가족이 묘사된 작품 「완벽하지 않니? 가족은 언제나 함께일 때 아름답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서로를 믿어주고 지켜줄 테니까! 기억해!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줄께」(2024)와, 「나의 세상엔 행복이 매일 있어. 그리고 늘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지」(2019) 등의 작품에서도 발견된다. ● 내안의 나와 바깥에서 나를 향하는 존재에 관한 생각들은 노란 옷과 붉은 머리를 한 여성이 칼을 들고 서 있는 작품 「머리에 꽃을 꽂은 것은 나일까 아니면 너일까?」(2024)를 포함해, 또 다른 나의 자아를 병치시킨 「나는 네가 미워 이런 나를 봐주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삼켜버릴지도 몰라」(2024)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 「반짝이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우리들의 파티는 영원할거야」(2023)나, 「예쁘고 아름다운 마음을 담아 너에게 줄게. 사랑과 모험이 가득한 세계로 어서와」(2023), 「우리 함께라면 어디라도 행복할거야. 가자. 황금이 가득한 세계로」(2024) 등도 대동소이하다. 이들 작업의 인물(과 동물형상의 인물)들은 모두 작품의 주연이면서 주변인으로 위치한다. 다들 갈망의 언어가 부유한다는 점에서 분모가 같다.
(중략)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고, 그림자 밑바닥에 있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구나 공동체에서 살아가야 하는 특성상 인간은 사회적 관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상과 소통하지 않으면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인간은 그 사회적 관계를 통해 사랑, 지지, 협력을 얻게 된다. ● 결국 이유랑에게도 예술은 소통과 연관이 깊다.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상과 대화하기 위한 자기이해, 자기표현이다. 사실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기쁨과 마주하는 연습이 나쁜 건 아니다. 진정한 소통도 그것에서 나온다. 결핍도 자기 초월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결핍을 인간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겪는 것으로 보았다.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결핍과 관련해 우리가 유념해야할 것은 본질을 향한 스스로의 노력에 있다고 했다. ● 이에 대해 이유랑 역시 "나는 나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못나고 초라하고 수치스럽고 바보 같은, 숨기고 싶고 지우고 싶은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한 과정에 놓여있다."며 "어제보다 오늘 더욱 성장하고 긍정적인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제 인생의 전부이며 가장 값진 일 일거라 생각한다."고 자신의 작가노트에 적었다. ● 말처럼 쉽진 않다. 하지만 그렇게 담금질하듯 자근자근,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통을 추구할 때 비로소 작가(동일한 결을 지닌 채 살아가는 우리는)는 보다 행복하고, 건강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들이 서로를 존중할 때 어둠에 갇힌 나날의 상처와 아픔의 장막이 걷힐 수 있다.
어쩌면 나만이 나의 문제를 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가면 뒤에 감춰진 (용기 있는)독백을 계속 해야 한다. 그건 누군가를 위해서라기 보단 나의 존재를 내가 나답게 인식하기 위한 주술적 행위다. 그래야 고통의 상태를 버틸 수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예술도 도움이 된다. 문제의 또 다른 해결 방법으론 세상엔 단 하나의 세상이 아닌, 각자의 세상, 여러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세상은 수많은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어. 연결된 세상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다. 이는 최근 개봉한 영화 『퍼팩트 데이즈(Perfect Days)』(2024)에서 극 중 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는 야쿠쇼 코지(Yakusho Koji, 히라야마 분)가 조카 닌코에게 한 말이다. ● 영화는 히라야마의 고통이나 슬픔이 무엇인가를 알려주지 않는 대신 지금이라는 삶의 순간에 보다 집중하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자기에게 주어진 고요한 시간들을 책과 음악 등의 예술을 통해 치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유랑 작가의 미적 태도 및 작품의 방향,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자문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 ■ 홍경한
* 각주 1) 제목들이 매우 길다. 그래서 그 자체로 작품설명이 된다. 2) 희극적 요소와 비극적 요소가 혼합된 존재인 피에로는 원래 이탈리아의 전통 연극인 콤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에서 유래한 캐릭터다. 하얀 얼굴과 슬픈 눈빛을 가진 어릿광대를 가리킨다.
Vol.20240829a | 이유랑展 / LEEYURANG / 李有㢃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