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인 HQ GALLERY IN HQ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97 (연희동 719-10번지) 1층, B1 Tel. +82.(0)10.9017.2016 @_innsinn_
세계가 완벽하다면-김시안과 이승훈의 작품 세계 ● 사람과의 접촉도, 현실과의 접촉도 미미해지는 곳에 누군가가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필 왜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지내냐고. 한때 산꼭대기를 오르던 여정이 극복과 초월의 서사를 써 내려갔다면 여기, 섬과 우주 공간에서 이들은 안온한 시간을 보낸다. 이들에게 목적은 위대한 성취나 달성에 있지 않고, 오로지 내가 내 시간을 있는 곳에서 보내는 데 있다. 두 예술가가 빈 화면을 마주한다. 비록 미지의 곳일지라도, 작가들은 세계를 그려나간다. 이들의 발걸음은 시공간의 확장에 있지 않다. 오로지 자신만이 즐길 줄 아는, 스스로 즐기는 세계를 열어 젖는다.
이인전 『PERFECT UNIVERSE』에서 김시안과 이승훈은 섬이나 우주 공간을 무대로 세계를 그린다. 두 작가에게 이곳은 외로운 곳이나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이 또 다른 세계는 기존에 다루던 소재나 주제의 연장선에서 그려진다. 인형처럼 생긴 귀여운 이들이 김시안의 회화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거나 고요한 자연에 속에 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화면에서 그림 속 주인공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이들은 시선을 멀리 둔다. 그 시선은 미래를 향하고 있을 것이다. 김시안에게 미래는 갈망하는 대상인 동시에 비현실적이고 도피적인 세계이다 . 막연한 곳을 배경으로 상정하면서도, 이 막막함 속에서도 잘 서 있고자 하는 자세가 보인다. 작가의 가장 내밀한 심정이, 가장 멀리 있는 곳과 포개어지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의지를 여기, 화면에 담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승훈의 이번 작품을 보면 일상과 전혀 다른 시공간을 그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상의 소재들이 같이 그려진다. 술병이나 장난감, 화분이 사람과 함께 멀리 떠난 곳에 있다. 먼 훗날의 디스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이승훈의 작업에서 우리는 비관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우주란 고립된 사물들이 절단된 관계로 무관심하게, 하지만 치밀하게 연결된 어떤 것이다 . 사실 우리는 일상의 한순간 한순간을 수없이 간과하고 있다. 일상적 소재를 애니메이션으로 다루어 온 이승훈은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에서도 그 태도를 고수한다. 연결고리나 서사보다는 대상 하나하나에 보내는 시선이, 더 흥미로운 세계를 우리—작가와 감상자 앞에 열어 준다. 그것은 일상에서 벗어난 환경에서 더 극대화된다.
우주 공간에 실제로 가 보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서 숨쉬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외딴섬에는 전기도 없고 통신 수단도 없다. 하지만 작품을 보면 연민에 빠져 있는 모습 아닌, 자족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 세계가 완벽하다고 했을 때, 세계 안에 이미 논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에 몸을 담는 이들이 주도권을 저 스스로 가진다. 김시안과 이승훈의 작품은 곧 그들만의 세계인 셈이다. 중국에는 스스로 즐기고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의미를 가진 자유자락(自娱自乐)이라는 성어가 있다. 두 작가에게 자유자락의 태도는 삶을 추구하는 의지가 되어 화면에/으로 발현된다. 나 자신과, 내가 보는 것들과 내가 가장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그러면서 얻을 수 있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 콘노 유키
Vol.20240828f | Perfect Univers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