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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화요일 휴관
안상철미술관 AHNSANGCHUL MUSEUM 경기도 양주군 백석읍 권율로 905 Tel. +82.(0)31.874.0734 www.ahnsangchul.co.kr www.facebook.com/ahnsangchulmuseum @ahnscmuseum
구조, 본질, 그리고 추상 ●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 구조와 내용은 어떤 관계인가? 강미선 작가가 끊임없이 탐색하는 예술적 과제다. 구조는 철저하게 전통미술에 찾고, 내용은 매우 현대적인 수묵화로 풀어낸다. 전통의 구조에 의지하여 작가의 작품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그가 꾸준히 탐색하는 형식은 우리 전통문화의 구조다. 조선시대 책가도, 옛집의 벽면 구성, 경전의 문자 배열, 심지어 경복궁 돌담의 쌓임까지 다양하다. 우리 조상이 만들고 창안하고 우리의 미감이 깃든 문화적 구조다. 구조는 우리가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이고, 세상을 인식하는 세계관이며, 자연 속에 우리의 존재를 자리매김하는 엠블럼이다. 그의 문화적 구조는 세상의 핵심적인 탐구다. 그는 끊임없이 우리 문화에서 우리의 틀을 찾고 또 찾는다. ● 서가의 틀에 수묵의 표현을 담은 작품 판넬들을 진열한다. 어떤 작품은 묵법으로 담담하게 표현했고, 어떤 작품에는 빠른 속도의 강렬한 획을 담았다. 필묵의 추상적 표현이다. 매우 형식적인 틀 속에서 매우 자유로운 필묵의 표현을 구사한다. 원래 필과 묵은 대상을 묘사하기 위한 사실적寫實的 수단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의적寫意的 방편이기도 하다. ● 조선시대 서가도 혹은 책가도는 서가에 책과 사물을 진열했다. 책은 중국이나 조선의 책이고, 사물은 도자기, 문방구, 청동기, 차도구, 자명종, 회중시계, 화로, 화분, 화병 등 다양하다. 책가도를 영어로 Books and Things라 해석하는 이유다. 책과 사물을 그린 정물화란 뜻이다. 인간 외의 모든 것이 사물인데, 책거리 속 사물은 수동적인 쓰임의 도구가 아니라 삶의 의미와 이야기를 능동적인 행위자다.
서가도라 불리는 책가도의 연원을 따져보면, 16세기 유럽의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비넷cabinet은 궁전과 저택의 작은 방을 말하고 장식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15세기 이후 유럽은 어느 바다나 갈 수 있는 항해술을 기반으로 세계화하는 대항해시대를 맞이한다. 여러 나라의 사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궁전이나 저택에 '거울의 방', '카펫의 방', '도자기의 방'처럼 물건별로 특화된 방을 꾸민다. 호기심의 방은 여러 나라에서 가져온 이국적이고 진기한 사물로 장식한 방이다. 이 방은 후에 장식장이란 의미의 캐비넷cabinet으로 축소되어 유행한다. ● 호기심의 방 문화는 17세기 예수회 선교사에 의해 중국 청나라에 전해져 '다보격多寶格'이란 장식장이 발달한다. 다보격은 말 그대로 많은 보물을 진열한 장식장을 말한다. 중국식 장식장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도자기, 청동기, 옥, 문방구 등이 등장한다. 청나라식 호기심의 방이다. 다보격이란 장식장은 18세기 조선에 전해지는데, 조선에서는 이를 책가로 바꾸고 책과 사물을 배치한 장식으로 변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책가도이자 서가도다. 책을 선호하는 조선인 답게 유럽으로부터 전해진 호기심의 방을 책으로 특화시켰다. 강미선은 이처럼 글로벌하면서 한국적인 구조를 가져다 서가도란 설치미술을 새롭게 펼친 것이다. ● 강미선은 서가도에서 전통적인 책과 사물을 대신 그의 수묵 작품들로 대체하여 사물의 개념을 확장했다. 서가의 구조는 그의 작품이 전통에 뿌리박고 있음을 꾸준히 상기시킨다. 하지만 그 안의 오브제로 현대수묵화가인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구상적인 무언가를 그린 작품 판넬들을 감각적이고 구성적으로 배치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추상적인 필묵 그림의 판넬들을 나열한 서가도를 선보인다. 전통 서가도와 수묵 추상화의 상호작용에 의해 색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삶의 기호, 한옥의 벽면 구성 ● 조선시대 옛집인 한옥은 우리 삶의 미학의 정수다. 한국인이 치열하게 살아온 모습이 지붕, 벽면, 내부, 기단 곳곳에 기호화되어 나타난다. 삶의 정직한 표현이고 아름다움을 위한 인위적인 짜임이 아니다. 건축 이론가 임석재는 한옥의 특색으로 엄격하면서도 친근한 입면을 이야기했다. 삶의 숨김없는 표현이란 점에서 엄격하고 여유롭고 인간적인 면이라는 점에서 친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자연스런 표현이 한국적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우리는 여기서 한국인의 정직한, 그러나 넉넉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 최근 전통 한옥을 현대인 거주하기 편하게 레노베이션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중요시하는 포인트가 한옥의 선과 구성이다. 가장 한국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지붕 선도 아름답지만, 벽면의 구성이나 집안의 서까래에서도 한국적 아름다움이 한껏 드러난다. 역사학자인 차장섭은 『한옥의 벽』이란 사진집을 내면서 한옥의 벽면에서 비대칭의 균형이란 미학적 질서를 중요한 특색으로 들었다. "서양의 건축이 대칭을 통한 외형적인 질서라면 한옥은 비대칭의 조화를 통한 내재적인 질서라 할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는 자를 대고 그린 기계적인 구성이 아니라 나무의 생김새를 최대한 살린 자연스런 미감이다. ● 조선시대 옛집에 나타난 자연미는 한국의 기층적인 아름다움이다. 시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한국미의 특색이 자연주의라는 점에는 학자들 사이에 크게 이견이 없다. 그것은 노자가 『도덕경』 45장에서 말하는 "대직약굴大直若屈, 대교약졸大巧若拙, 대변약눌大辯若訥"의 차원이다. 완전히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큰 기교는 마치 서툰 듯하며, 훌륭한 말솜씨는 더듬는 듯 서툴러 보인다는 뜻이다. 노자의 표현을 빌리면, 한옥에서 살짝 굽은 직선은 완전한 아름다움의 역설적인 표현인 것이다. ● 강미선은 한옥 시리즈를 통해 한옥 벽면 구성의 아름다움을 수묵의 표현으로 간결하면서 핵심적으로 나타낸다. 수묵으로 구성을 단순화하고, 필획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강미선식 한옥의 레노베이션이다. 그는 무엇이든 본질을 그린다. 공자는 『논어』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흰 바탕이 있은 뒤에 이뤄진다.(繪事後素)'라고 했다. 본질이 갖춰져야 꾸밈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본바탕으로 아름다움을 삼았다(素以爲絢)"라고 예로부터 전해오는 시의 표현과도 상통하는 의미다. 필묵으로 재해석한 한옥의 벽면 구성은 한국인의 삶의 기호이다. 전통미술의 구조적, 본질적 탐색과 현대적 재해석은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세계의 콘셉트다.
진리의 담담한 모색 ● 2021년 금호미술관에서 "수묵, 쓰고 그리다"란 제목의 강미선 초대전이 열렸다. 제목은 매우 간결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쓰고 그린다는 것은 그림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무심함 속에 강렬한 메시지가 내재되어 있다. 전시장을 들어가면, 볼 '觀' 자가 기둥 위에 붙어있다. 쓰고 그리는 기본적인 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보기 위함이란 뜻이다. 무엇을 보는 것일까? 그것은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근본, 구조, 그리고 진리다. ● 그는 5130자의 금강경의 문자 한 자 한 자를 종이 한 장씩 마음을 담아서 썼다. 마치 사경장이 초집중의 상태에서 한 자 한 자 틀림없는 글자를 써 내려가듯이. 구도자의 치열한 수행과정을 보여주었다. 지혜의 숲을 온전하게 나타내기 위해 고요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쓰고 그렸다. 진정한 본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수묵으로 쓰고 그린 현란한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묵으로 쓰고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당시 그 작품을 본 정목 스님은 글씨 하나하나가 부처님으로 승화시킨 장엄한 불화라고 했고, 작가는 번뇌를 지우려고 무심하게 썼다고 했다. 최선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화가는 진리를 갈구하는 수행자나 다름없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서 현대는 과잉의 시대라 했다. 정보의 과잉이고, 선택의 과잉이고, 소비의 과잉이고, 문화의 과잉이라 했다. 그 해결책으로 개인과 사회가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잉의 시대에 필요한 덕목은 근본이자 구조를 바라보는 것이다. 핵심적인 것을 파악하면, 지엽적인 것에 휘둘릴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그가 구조를 관觀하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이다. ● 그가 즐겨 쓰는 말 중에 '대미필담大味必談'이 있다. 큰 맛은 담백함에 있다는 뜻이다. 강약의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은 가운데 어디쯤의 세계를 즐겼다. 그렇게 쓰지 않고 그렇게 달지 않고, 그렇게 싱겁지 않고 그렇게 짜지 않은 그러한 맛이다. 그것은 담담한 세계를 추구하는 중용의 미학이다. ● 구조를 파악하고 본질을 탐색하는, 그의 회화 역정은 더디게 보여도 핵심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강한 동력을 갖는다. 서가도의 전통과 현대미술의 접점을 찾는 그의 작업은 색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무엇보다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구조 위에 의외의 꽃을 피운 추상세계는 사변을 넘어서기에 무엇보다 새로운 판타지를 꿈꾸게 한다. 그는 본바탕에서 그윽한 꽃을 피우는 작가다. ■ 정병모
Vol.20240824b | 강미선展 / KANGMISUN / 姜美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