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나서 반가워요

곽혜은展 / KWAKHYEEUN / 郭惠恩 / mixed media   2024_0822 ▶ 2024_1019 / 일,월요일 휴관

곽혜은_냄새의 다른 언어들_영상_00:03:42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00808b | 곽혜은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이지원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일,월요일 휴관

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 J. Movement Art Space & Gallery 부산 금정구 동부곡로5번길 101 Tel. +82.(0)51.622.9151 jmovegallery.com @j.movement_official

맡나서 반가워요 Nice to sniff you시청각의 세계 코를 통해 공기 중의 화학 분자를 감지하는 것, 후각은 생명이 가장 빨리 진화시킨 감각이며, 매체로 확장하기 힘든 원초적인 감각이다.1)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미디어의 이해 Understanding Media』(1964)에서 매체(media)를 인간 신체의 확장(extension of man)이라고 했을 때, 그가 논하는 신체의 감각은 주로 시각과 청각에 대한 것이었다. 인쇄 매체의 발전 이후 인간의 감각 중에서 시각에 대한 비중은 고도로 높아졌고, 음성 저장 기술매체의 발전으로 청각에 대한 비중도 증가했다. ● 그러나 매클루언은 일부 지면을 할애해, 동양 문화권에서는 '향'을 태움으로써 시간을 측정했음을 언급한다.3) 여기서 그는 후각이 인간 감각 중 가장 미묘하고 섬세할뿐더러, 전체 감각을 오롯이 포괄하는 감각임을 말하는데, 따라서 인쇄매체를 위시한 시각문화 사회에서는 후각을 제거하고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4) 시셀 톨라스(Sissel Tolaas)나 아니카 이(Anicka Yi)의 작업 전반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 우리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자연스러운 냄새(후각적 요소)들을 철저히 지우고자 노력하는 것에는 이같이 지배적인 시각문화가 가진 모종의 권력관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매클루언은 모든 것이 시각으로 환원된 지금의 세상에서, 발전하는 새로운 매체기술을 통해 우리가 본디 갖고 있던 오감(五感)의 균형을 다시 찾아나갈 수 있다고 바라봤지만, 아직까지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화학분자들을 디지털화하여, 어느 장소에서든 알맞은 농도로 합성하고 재현하는 보편적 후각매체의 개발은 오늘날의 기술로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5) 이처럼 매체로 옮기기 힘들다는 것은, 우리가 느끼는 감각들을 신체의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품을 파고드는 반려동물의 온기, 연인의 친근한 살결 냄새, 할머니가 끓여줬던 찌개의 맛처럼 촉각과 후각, 미각의 감각은, 시각과 청각에 비해 보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깊게 닿아 있다.6)

곽혜은_레둥의 스니프 메커니즘(모두)_혼합재료_25×20×22cm_2024
곽혜은_레둥의 스니프 메커니즘(숯)_혼합재료_25×20×32cm_2024
곽혜은_레둥의 스니프 메커니즘(돌)_혼합재료_25×20×27cm_2024
곽혜은_레둥의 스니프 메커니즘(흙)_혼합재료_25×20×24cm_2024

"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냄새가 난다."7) ● 이번 개인전 『맡나서 반가워요 Nice to Sniff you』의 곽혜은 작가는 시각예술에 '후각'을 지속적으로 접목시켜, 본인의 작업을 후각예술(Olfactory Art)의 범주로 묶어왔다.8) 「공간자화」(2024), 「혜은의 손」(2024), 「다시 맡나서 반가워요」(2024), 「손 냄새 맡는 방법」(2024), 「체취 비누」(2024)같은 작업에서, 설치된 시각적 결과물, 영상과 퍼포먼스의 연속적인 신체의 움직임(몸짓), 청각적인 효과, 체취는 서로 뒤섞여 배치되며 혼종적(hybrid)인 감각의 몽타주를 구성한다. 작가는 우리가 애써 통제하고 제거하려는 '자연스러운' 냄새(체취)를 외려 밀도 있게 복제하고 재생산하여, 그 냄새를 통해 촉발되는 경험에 집중한다. 그에게 체취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언어화될 수 없는' 이야기를 증언하는 수단처럼 보인다.9) 작가의 말처럼, 존재한다는 것은 냄새를 가진다는 의미이며, 인간의 체취는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신체적 증거이자 기억 그 자체이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시청각적 이미지만으로 '재현'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의 매체 환경에서의 재현이란,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자극만으로 한껏 꾸며진, 불완전한 「트루먼쇼」의 세트장과도 같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죽음과 재난 Death and Disaster」의 연작을 통해 드러냈던 것처럼, 오늘날 쉴 새 없이 반복되고 복제되는 시청각적 이미지의 바다는, 우리로 하여금 특정 이미지들에 지나치게 익숙해지게 함으로써 그 이미지가 가진 진정한 의미들을 정체시키고 희석시킨다.10) ● 반면 냄새는 불현듯 '섬광처럼' 다가와서, 우리에게 이미지를 새긴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1913)에서, 주인공이 홍차와 마들렌의 향을 맡으며 우연히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듯,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통제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현재로 소환되는 것을 두고 비자의적 기억(involuntary memories)이라 불렀다.11) 비자의적 기억은 우리 의식 외부의 우연한 사건에 의해 촉발된, 과거 이미지의 단편을 현재와 잇는다.12) 그것은 일회적이고 휘발적이기에, 반복될 수도 복제될 수도 없는 기억의 이미지로, 현재와 만나서 결합되며 새로운 의미를 자아낼 수 있다. 나아가, 저변에서 끌어올려진 유년의 기억들에는 사회의 역사적 이미지들이 파편적으로 담겨 있다. 이는 역사서술가와 이데올로기에 의해 선택되고, 공적인 아카이브로 편집된 자의적인 기록이 아니라, 개인의 기억 속에 보존된 비선형적이고 사적인 역사이다. 이처럼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나를 넘어서 역사의 흐릿한 '기억을 맡는 것'이기도 하다.13)

곽혜은_공간자화:추출하기_영상_00:21:16_2024 곽혜은_공간자화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4
곽혜은_혜은의 손: 환경과 습관이 담긴 의식과 무의식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4
곽혜은_손 냄새를 맡는 방법_영상_00:06:05_2024
곽혜은_손 냄새를 맡는 방법_영상_00:06:05_2024
곽혜은_다시 맡나서 반가워요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4
곽혜은_잃고 싶지 않은 순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8
곽혜은_제취비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4
곽혜은_제취비누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4

숭고한 악취의 장소 ● 냄새는 '지금 여기'의 신체와 환경에 대한 밀접한 정보를 담고 있다.14) 후각은 화학분자가 도달할 수 있는 유효 거리만큼의 범위에 귀속되는 감각이기 때문에, 서로의 체취를 맡는다는 것은 결국 같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의미이다. 같은 공간에서 근접해 냄새를 맡는 것은 나와 타자, 주체와 객체, 깨끗함과 더러움의 경계가 침범되고 흐려지는 상태로, 아우렐 콜나이(Aurel Kolnai)는 이처럼 낯선 분자들이 '체내'로 들어오는 상태를 두고, 후각을 혐오의 감각이라 말하기도 했다.15) 그러나 곽혜은은 타자와 나 사이의 체취의 '섞임'과 경계의 교란을 "후각적 연대"라 표현한다.16) 그에게 타인의 냄새를 맡는 것은 상대를 내 몸 안에 받아들이고, 감싸 안아, 서로를 연결하는 소통인 셈이다. ● 시청각의 세계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다른 감각을 탐구하려는 갈망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일상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래리 샤이너(Larry Shiner)는 미술관으로 들어오고 있는 냄새와 후각에 대한 담론과 작업들을 가리켜, '숭고한 악취(Sublime Stenches)'라 지칭한다. 여기엔 그동안 냄새에 투영된 부정적인 관념을 빗대는 동시에, 미술에서 후각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시도와 관점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이불의 「화엄 Majestic splendor」(1997)이, 생선이 썩어가는 그 지독한 악취 탓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철거됐던 사실을 떠올려보자. 아름다움을 영원히 지금 이 시간에 붙들고자 하는 인간의 시도가 부패의 냄새 앞에서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 듯, 공기 중의 화학분자들은 '여기' 존재했던 것에 대한 그림자이자, 유령처럼 잠깐 남겨질 뿐이다. ● 곽혜은이 만들어낸 향-냄새 분자들도,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관객의 기억 속에서 점차 망각될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전시 관람을 끝마치고 코끝에서 냄새가 사라지는 순간을 관객들이 반드시 유념해보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니까. 곽혜은의 작업은, 미술에서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듯하다. ■ 이지원

1 "인간의 냄새 감각은 인체의 다른 많은 기능과 마찬가지로 진화 초기, 아직 바다에 살던 시절의 유물이다. 향은 먼저 물에 용해되어야 점막에 흡수되어 맡을 수 있다."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백영미 옮김 (작가정신, 2023). 44. 2 칼 세이건(Carl Sagan)이 1972년의 파이어니어호나 1977년 보이저호에 실어 보냈던 금속판과 LP의 메시지들도, 외계 생명체가 시각과 청각에 의존할 것이라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이고 시청각편향적인 관점에 입각한 것이었다. 심효원, 「공동체적 행위로서의 후각」, 『비교문학』 90호 (2023): 158-160. 3 Marshall McLuhan, 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New York: McGraw-Hill Book Company, 1964), 164. 4 특히 서구 문명사에서 후각은 비이성적이고 진화되지 않은 감각으로 여겨져 왔다. 프로이트는 냄새에 예민한 사람을 심리적으로 정체된 상태로 설명하기도 했다. Madeleine Kaye, "Tracing the Scent of Feminine Decay: Smell in the Art of Louise Bourgeois, Anya Gallaccio, and Clara Ursitti" (University of Dundee, 2021), 10-11. 5 냄새 분자의 인식 지연시간, 사람마다 다른 호흡주기, 냄새의 지속성, 문화적·인종적 차이, 후각신경의 적응성, 향의 질, 알러지, 다른 감각들과의 부조화 등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장벽들이 많다. 김정도, 「미디어 융합을 위한 후각 디스플레이 기술」, 『방송과 미디어』 20(3) (2015): 84-89. 6 톨라스는 말한다. 우리는 "어머니를 보기도 전에" 그 체취를 먼저 맡는다고. Whitney Mallett, "Sissel Tolaas: The Certified Expert of All Things Smell Is on a Quest to Sharpen Your Fifth Sense," PIN-UP 36 (2024): 89. 7 곽혜은 작가노트. 8 후각예술의 범주에 대하여는 다음 글을 참조. https://www.larryshiner.com/art-and-scent (2024년 8월 21일 접속) 9 클라라 어시티(Clara Ursitti)는 작업 전반에 여성의 체취를 가져오면서, 인류 문명사에서 위생이나 청결, 건강 등의 가치가 부상하면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체취는 지워져야 하는 것으로 매도되었으며, 특히 남성의 체취에 비해 여성의 그것은 순결하고 깨끗한 여성성이라는 요구 앞에서 여성들 스스로가 내재하는 자기혐오의 원천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Jim Drobnick, "Clara Ursitti: Scents of a Woman," Tessera 32 (2002): 85-97. 10 "인쇄매체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저장능력을 지닌 디지털 매체에서 기억과 망각의 교체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 이렇게 보면 망각의 문제는 전체주의 국가에서처럼 정보의 엄격한 통제에 대해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과다로 특징지어지는 현대의 매스미디어 셰계에도 해당된다. 무한한 삭제와 덧쓰기가 가능한 유동적 형태에 있어 기존의 필기동작과 상이한 디지털 문자는 기억과 망각의 경계 해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미애, 「매체와 문화적 기억: Medien und kulturelles Gedächtnis」, 『독일어문화권연구』 11 (2002): 55. 11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 후각 뉴런은 기억을 처리하는 해마와 연계되어 있다고 한다. 12 "인식 가능성의 지금에 섬광처럼 스치는 과거의 이미지는 그것의 추가적 규정에 따라 볼 때 하나의 기억의 이미지이다. 그 이미지는 위험의 순간에 등장하는 자신의 과거 이미지들과 유사하다. 이 이미지들은 주지하다시피 비자의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역사는 비자의적 회상의 이미지이고, 위험의 순간에 역사의 주체에게 갑자기 나타나는 이미지이다."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 선집 5 :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 폭력비판을 위하여 · 초현실주의 외』, 최성만 옮김 (길, 2008), 374. 13 아우슈비츠를 증언하는 쇼아(Shoah) 예술-문학에서, 증언자들은 하나같이 그곳의 냄새에 대해 말해왔다. 그곳의 수감자에게는 악취의 혐의가 뒤집어 쓰였으며, 간수들은 혹여나 죽음의 냄새가 몸에 밸까, 향수를 짙게 뿌렸다. 나치는 수감자들의 더러운 냄새를 씻긴다며 그들을 샤워실로 보냈고, 그곳에서 퍼져나간 독가스는 공교롭게도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무취'의 죽음이었다. 크리스티앙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는 「저장소 Réserve」(1990-) 연작에서, 누군가가 입었던 헌옷들을 전시장 벽에 걸었다. 볼탄스키가 가져온 헌옷들은 신체에 대한 상징적인 은유뿐만 아니라, 섬유 사이에 짙게 밴 체취를 포함한다. 그 익명의 체취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그들의 부재를 증거한다. 14 Hsuan L. Hsu, The Smell of Risk: Environmental Disparities and Olfactory Aesthetics (New York,: NYU Press, 2020), 10. 15 아우렐 콜나이, 『혐오의 현상학』, 하홍규 옮김 (한울 아카데미, 2022), 80-82. 16 곽혜은 작가노트.

곽혜은_맡나서 반가워요展_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곽혜은_맡나서 반가워요展_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곽혜은_맡나서 반가워요展_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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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혜은_맡나서 반가워요展_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곽혜은_맡나서 반가워요展_제이무브먼트 아트스페이스 & 갤러리_2024

나의 작업은 후각과 신체의 움직임 및 다양한 물성을 가진 매체와 적극적으로 호환하여 관객의 '감각 재인지'를 꾀하는데, 이 과정에서 냄새는 이들을 작품의 시공간으로 소환하는 훌륭한 무기가 된다. 작품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순간 발동하는 감정, 감각, 기억 등의 과정으로 관객에게 운동성을 부여하여, 작업 속에서 주체적인 행위자로서 역할 하게 한다. 작품을 통해 의식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과정과 무의식적으로 몰아치듯이 일어나는 감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과정, 나아가 다시 의식적으로 관객이 자신의 언어로 발화하는 행위를, 나는 '후각-메커니즘'이 가진 퍼포먼스라고 정의한다. 이것은 거대한 시간성에 대한 순간적 탐닉이며 본질적으로 나의 존재에 다가가기 위한 수행적 태도라고 보고 있다.

작업은 개체가 가진 체취를 통해 존재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냄새가 난다.'라는 나의 가설은 현재까지 작업에서 중요한 토대로 자리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인간은 특정 대상이나 환경을 감각기관으로 인지할 때, 시각 인지 비중이 75% 이상으로 가장 높게 차지한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듣는 삶을 사는 것에 익숙하다. 후각의 경우는 위험을 감지하거나 특정 향기나 냄새를 맡기 위함으로 특정한 순간에 작동되는 이벤트로 여겨진다. 후각은 호흡에 묻혀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후각을 통해 대상을 감각한다는 것은 기존의 인지 체계를 뒤흔드는 새로운 인지 체계일 것이다. 눈과 귀를 닫으면 익숙했던 물리적인 세상이 돌연 코와 촉(느낌)을 흔드는 화학적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맡나서 반가워요」는 그런 화학적인 세상을 경험해 보는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 화학적인 세상은 물리적인 세상보다 다소 비효율적일지언정 다공적이다. 작품은 관객과 모종의 연결고리를 만들면서 후각적인 연대를 생성한다. 어떤 냄새에 대한 무수한 기억이나 감정, 말로 함의할 수 없는 어떤 무언가를 그 자리에서 대면하는 것. 이 후각적인 연대는 꽤 연속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각으로 할 수 없는 경험과 무의식의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데 이 연결감은 지금까지 작업이나 삶에서 내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만큼 후각으로 예술을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운동의 시작이자 결과물로 작동하고 있다. ■ 곽혜은

Vol.20240822e | 곽혜은展 / KWAKHYEEUN / 郭惠恩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