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微微)한 불빛: 개방된 시선

김국현_송재익_이인찬展   2024_0821 ▶ 2024_0827

초대일시 / 2024_0821_수요일_05:00pm

후원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협찬 / H2K Station_㈜트레스 기획 / 황성욱(시각예술 독립기획자) 자문 / 박형근(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교수)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올 GALLERY ALL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13 2층 Tel. +82.(0)2.732.9820 kpaa-all.or.kr

오늘날 사진은 텅 빈 공간, 흔히 비 장소(non-places)라 할 수 있는 어둠의 영역에서 반짝인다. 디지털 미디어 기반 환경에서 생성, 소멸하는 이미지들은 실재를 창출하고 전유하는 데 익숙하다. 이 이미지들은 최소한의 사진적 특성을 유지하는 한편, 기술적 재생산의 반복을 통해 역사와 근원으로부터 점차 멀어진다. 사진과 비 사진적인 것들 간의 혼성적 양상은 이미지로 드러낼 수 없었던 상상, 재현, 사유의 바깥을 지시한다. 견고한 이미지에 균열을 만들고 이질적 요소들과 접속, 배치할 때 역동성이 발현될 수 있다. 단순히 현존과 부재를 뜻하지 않는 것, 의미와 무의미로 규정지을 수 없는 것, 사진이 해체하고 재구성되는 모습은 마치 데리다가 언급한 '흔적의 비 확정성(undecidable)'을 연상시킨다. 보이는 어떤 것도 최종적이고 절대적으로 의미와 개념을 결정지을 수 없다. 하나의 기원적 빛이 흐릿해지는 순간, 시선들은 더욱 강렬하게 살아난다. 이미지 제작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가능성과 혼란의 구멍을 남겨놓았다. 사진은 어둠에서 벗어나는 대신 그림자 없는 형상으로 편재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미미한 불빛: 개방된 시선」 전은 사진의 가장자리에서 빛나는 3명의 실천에 주목한다. 이들은 특정 체계나 언어에 함몰되지 않고 각각 재현, 증식, 정동 등의 요소들을 이미지의 장에서 서술한다. 김국현의 「Uncovering」은 이미지와 언어적 해석 간의 작동 방식을 부정한다. 극명한 대비를 통해 표출된 안과 밖, 밝음과 어둠, 위장과 폭로 간의 이분법적 구조는 재현의 한계를 누설한다. 이러한 분열적 양상은 송재익의 「Antigone(안티고네)」에서 응축된 감정의 흐름으로 이행된다. 검은 공간에 출렁이듯 부유하는 것들은 감정을 표상하는 색이 뒤섞인 결과이다. 내면의 소리가 고요 속에 증폭된다. 이인찬의 「Afterburning」에서 이미지는 서로 뒤섞이고 상호 침투하는 무엇이다. 증식하는 데이터는 파국을 실재한다. 역사 밖의 시간도 빠르게 명멸한다. ■ 황성욱

김국현_「Uncovering」 시리즈
김국현_Uncovering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24
김국현_Uncovering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24
김국현_Uncovering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33×50cm_2024
김국현_Uncovering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33×50cm_2024
김국현_Uncovering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33×50cm_2024
김국현_Uncovering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33×50cm_2024

Uncovering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흰색 천의 부드럽고 유려한 곡선이다. 천의 주름과 비 정형적인 드레이프(drape)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명암을 통해 평면을 공간으로 보이게 하는 시각적 깊이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진정한 흥미는 천 안에 숨겨진 무엇, 즉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 우리는 중력으로 늘어진 천의 표면을 통해 사물의 형태와 존재를 추측하게 되며, 관객은 이미 흰 천을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개인의 지각으로 감각적 상호작용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일정한 규격의 종이 벽돌로 주어진 공간 안에서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를 생각하며 지어달라고 주문을 하였고, 그 이후 학교가 완성될 때까지 작가는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상상하는 학교를 종이 벽돌로 만들었다. 지어진 학교는 커다란 흰색 천으로 덮어졌고 그것을 조명을 이용하여 촬영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으로 재생산되었다. ● 흰 천으로 덮여 드러난 측면(존재)과 숨겨진 부분(부재)이 김국현 작가의 Uncovering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존재와 부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며 우리의 지각을 형성한다. 메를로 퐁티는 우리는 존재와 부재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고 하였다. 사진에서 천의 주름과 명암은 그 안에 숨겨진 사물의 형태와 존재를 암시하며,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추측하도록 유도한다. 우리는 천의 표면, 주름, 빛의 반사와 같은 직접적 지각(Direct Perception)으로 보이는 요소를 파악한다. 이는 존재의 측면이다. 흰 천 안에 가려진 사물의 형태와 존재를 추측하고 상상한다. 이는 간접적 인식(Indirect Recognition)으로 부재의 측면이다. 존재와 부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사물의 전체적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게 되고 어떠한 외부적 단서를 통하여 천의 주름과 명암은 숨겨진 사물의 형태를 암시하고, 그 존재는 천의 주름과 명암을 통해 드러난다. ■ 김국현

송재익_Antigone #1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66.6×100cm_2024
송재익_Antigone #4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24
송재익_Antigone #5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66.6×100cm_2024
송재익_Antigone #8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24
송재익_Antigone #12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80×80cm_2024
송재익_Antigone #14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66.6×100cm_2024

'Antigone'는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 '안티고네'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사진 시리즈로, 작품 속 깊이 있는 철학과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탐구하고자 한다. 이 시리즈는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검정 여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 검정 여백은 단순한 공간의 부재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흐르는 긴장감과 미묘한 감정을 내포한다. 이 여백 속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잠재되어 있으며, 끊임없이 전개되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소통의 부재가 담겨 있다. 이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 나타나는 대화의 정적과 등장 인물들 사이의 갈등에서 영감을 받았고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과 침묵 속에서 드러나는 긴장감을 이 시리즈의 검정 여백에 투영하고자 했다. 이 여백의 색은 단순한 검정색이 아닌, 다양한 물감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복합적인 색채로, 완벽한 검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여백 속에 모든 것이 존재하고 있고, 단순히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중앙부에서부터 퍼져 나가는 흐름은 인간 사이의 소통, 갈등, 그리고 침묵 속에 숨어 있는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모든 것이 존재하지만, 모든 것이 없다'는 철학적 명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검정 여백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모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인간의 감정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Antigone」 시리즈는 관객에게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탐구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검정 여백의 복잡한 색채와 그 안에 담긴 미묘한 감정의 흐름은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내면의 비극적 갈등을 상기시키며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침묵 속에서도 드러나는 인간의 감정과 갈등을 재해석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송재익

이인찬_The place-3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12×200cm_2024
이인찬_The place-5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12×200cm_2024
이인찬_The place-7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5×80cm_2024
이인찬_The place-8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45×80cm_2024

나는 디지털 사진을 변형시키고 복제할 때 어떤 불편함을 느낀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을 보고 있자면 연민을 품기도 하는데 이 비물질적 정보에서 발견한 희미한 생명의 흔적 때문이다. 이 작업은 옅어진 그들과 함께, 새로 올 누군가의 탄생에 기뻐하고 소멸은 기억하고자 함이다. ● 「Afterburning」은 인간의 의도에 의해 변형된 디지털 이미지들을 정보 존재자로서 인식하여 그들과 함께 우리가 사는 세계 내에 새로운 장소를 마련하고자 하는 비가역적 행위이다. 나는 기계 알고리즘에 의해 검열된 이미지, 공유의 과정에서 저화질로 치환된 이미지, AI 생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언캐니한 이미지,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는 이미지, 기밀이 해제된 이미지 등 레디 메이드 이미지에 주목하였다. 디지털 이미지는 생성-조작-작동-복제-공유-소멸의 생애 주기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내외부에서 변형이 일어난다. 그렇게 변모된 이미지들이 만들어 낸 시공은 마치 유배된 실낙원과 같아 보였다. ● 「Afterburning」은 내연기관 내에서 점화 스위치를 끈 후에도 과도한 열로 인해 계속해서 연소가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불규칙한 회전상태가 야기된다. 임계점을 넘은 열기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존재자들과 어울려, 함께 만든 세계의 번영을 이루고 싶다. 불규칙한 회전 끝에 모든 것이 타버린 뒤에도. ■ 이인찬

Vol.20240821c | 미미(微微)한 불빛: 개방된 시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