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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 PATHO- 인스타그램_@patho_2024 박성준 인스타그램_@neuevague
라운드테이블 / 2024_0823_금요일_05:00pm
with 김홍기(평론가)
리셉션 / 2024_0823_금요일_07: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서울문화재단
본 전시는 2024년 문예진흥기금 다원예술 창작산실 선정사업 입니다.
관람시간 / 12:00pm~08:00pm
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 SEOUL ART SPACE MULLAE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88길 5-4 (문래동1가 30번지) 박스시어터 Tel. +82.(0)2.2676.4332 www.sfac.or.kr/artspace/artspace/mullae_main.do cafe.naver.com/mullaeartspace www.facebook.com/mullaeartspace @mullaeartspace www.youtube.com/channel/UC5AgiP4ujOjzU6BkVrQiruQ/featured
박성준 작가의 전시 타이틀 『파토- PHATO-』는 주관적/감정적 요소 혹은 격정이나 열정을 의미하는 'pathos(파토스)'의 어근에서 기인한다. 이 전시에서는 인간의 감정과 심상을 일으키는 요소로 오브제, 빛, 사운드 그리고 인터랙티브 장치를 경험할 수 있는데, 작가의 'conflict grid'(2022~) 작업의 연장선에서 확장되어 청각, 시각 등 공감각적 요소들이 더해진다. 무엇보다 전시장으로 사용되는 블랙박스 공연장의 장소적, 기능적 요소들을 전시의 중요한 요소들과 결부시켜 전시의 '현장성'을 강조한다.
전시는 전시장(공연장) 밖 대기하며 헤드셋을 건내 받으면서부터 시작된다. 블랙박스 밖의 (대기 중인) 관람객은 앞선 관람자가 만들어낸 단어와 사운드를 듣게 되는데, 단어와 그리고 일상 속 익숙한 사운드의 청각 정보는 장면과 스토리를 연상시키지만, 분절되고 파편화된 정보는 관람객들의 상상 속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조합 혹은 재구성하도록 만든다. 전시장에 들어간 관람객은 무대이자, 오브제를 위한 좌대 혹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단 위에 올라서서 블랙박스 바닥에 놓인 4 x 4 의 일정한 그리드에 맞춰 배열된 오브제를 접한다. 오브제 사이사이를 거닐며 센서에 반응한 사운드가 작동되고, 바닥에 놓인 일상적이고 친숙한 오브제 주변을 둘러보며 각자의 동선을 따르게 된다. 매 동선마다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운드는 '반복'되며 '차이'를 생성하는 개념과 닿아 있는데, 이때 차이는 단순히 다름을 의미하기보다, 창조적 과정이 되어, 세계와 존재를 고정된 구조로 보기 보다는 끝임 없이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힘으로 경험하게 한다.(차이와 반복, 2004, 질 들뢰즈) 매 동선 마다 미리 프로그래밍 된 랜덤 사운드와 대화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각 오브제와의 관련성을 유추하게끔 유도하는 듯 하다. 마치 퍼포머처럼 무대 위 혹은 전시장 내부를 흐르는 듯 움직이는 관람객을 쫓아 형상을 분간할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마치 하나의 모니터 화면처럼 영상 이미지가 펼쳐진다.
그리고 무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그리고 BGM은 이야기, 장면, 혹은 극의 한 순간의 미장센이자 무대가 되며, 자신의 존재, 혹은 움직임이 이끌어내는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작가 만든 '공간적 몽타쥬'(뉴미디어의 언어2014, 레브 마노비치)에 직접 참여하면서 각자의 내러티브, 장면과 정서를 상상하면서 자신의 존재,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과 사건이 교차되어 각자가 이끌어내는 서사(narrative)를 구축하게 된다. 동시에 이렇게 움직임에 반응하여 발화된 이야기는 앞서 그가 행했던 대로 다음의 관람객에게 전해져 혼잣말이 아닌 리스너(listener)를 염두에 둔 모종의 창작 행위로ㅅ 다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블랙박스를 나선 관람객은 한 층 위의 메자닌 공간으로 이동하도록 안내받는다. 사방을 둘러 볼 수 있는 좁은 발코니를 따라 걸으면서 조금 전 전까지 거닐던 무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앞서 자신이 머물렀던 블랙박스에 있는 또 다른 관람객을 조망하는데, 존재가 위장된 제3자로서 관찰자로 분하게 된다.
이 전시는 위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공간 이동에 따라 '듣기', '거닐기' 그리고 '훔쳐보기'의 세 단계로 이뤄지는데, 각 단계에서 관람객은 청취자, 행위자, 그리고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행위자와 관람자의 역할이 교차되고, 전시 혹은 공연으로 변모한다.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이 과정에서 임의의 순차 관람객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이면서 관객이고, 작품이면서 관찰자가 된다. 이렇게 서로가 만드는 이야기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이때 블랙박스의 전시공간은 매 단계에서 좌대, 무대, 공연장, 전시장 등 의 역할로 '반복' 등장하면서 변형되고 동시에 '창조' 된다. 이로써 전시의 맥락은 고정되어 있기 보다는 상호작용 속에서 역동적 힘을 지닌다. 한편으로 이 전시는 하나의 이야기 이면서도 '움직임, 말, 텍스트, 그림자'라는 다양한 형태의 시어로 구성되는 일종의 '시적 구조' 와도 닮아 있다. 기존의 구조와 질서에서 벗어난 비문의 '시적 허용'은 현실 너머의 이면의 본질을 의심하고 질문하기 위한 흐트러트림과 닮아있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일상 속 '파토스'를 직시하고자 한다. 전시제목 "Phato- 파토" 는 작가가 제시한 다양한 자극, 정보, 분위기, 환경 요소들처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담고 있다. 우연과 필연 혹은 현존으로 표현된 '사운드'와 '오브제'로 일상의 균열과 평온함을 자극하며, 작가는 우리를 '파토'의 현장으로 이끈다. 작가는 이렇게 인간의 욕망과 불안의 현실, 경험의 본질에 집중하며 우리가 인식한 대상, 현실은 주어진 환경과 정보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되기에 고정된 실체, 혹은 본질에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 장윤주
Vol.20240818c | 박성준展 / PARKSEONGLUN / 朴成濬 / mixed media.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