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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0815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성신여자대학교 SUNGSHIN WOMEN'S UNIVERSITY 서울 성북구 보문로34다길 2(동선동 3가 249-1번지) 난향관 1층 파이룸(πRoom) 갤러리 Tel. +82.(0)2.920.7114 www.sungshin.ac.kr
나는 끊임없이 달렸다. 내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꽃길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내가 걷는 길은 흙길이었다. 돌도 많고 오르막길도 수없이 있었다. 흙먼지로 너덜너덜해지고 큰 바위가 막아도 난 아닌 척 괜찮은 척 가고 싶은 길을 걸었다. ● 지쳐 있던 나에게 누군가 던진 작은 돌멩이가 내 가슴에 깊이 박혀 버렸다. 그동안 더 험한 일도 더 아픈 일도 견뎌 왔지만, 그 작은 돌은 나를 멈추게 했다. 심장은 쪼그라들고 온몸이 떨렸다. 쓰러져 누워 있는 내 심장은 높은 언덕을 올라갈 때보다 쉬지 않고 뛸 때보다 더 빠르게 뛰었다. 앞이 아득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한 곳만 바라보고 나아갔던 그 표적이 처음으로 보이지 않았다.
넘어져 목표가 보이지 않았던 나는 그 흙길 안으로 무서운 속도로 빨려 들어갔다. 차가운 바닥으로 떨어지는 나는 작은 돌멩이가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그전에 보지 못했던 노란 불빛에 눈을 떴다. 노란 달빛은 따가운 햇살과는 다르게 나를 비추고 있었다. 그저 손을 내밀듯 나에게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그 손을 잡아 일어났다. 땅에 묻혀 있던 나의 말랑말랑했던 피부는 많은 풍파에 날아가 그 모습은 죽음과도 같아 보였다. 가죽이 없어진 나는 초라한 나의 모습에 이젠 스스로 땅굴을 파고 있었다.
숨을 곳이 필요했다. 내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더 이상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멀리 가지도 멋진 길도 아닌 초라한 길에서 멈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그 길을 지나갈 이들에게 내 모습을 들킬까 두려웠다. 땅속에 숨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 다른 사람을 상상하며 더 머뭇거렸다. ● 다른 이들을 의식하고 주저하던 나는 이 길이 내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길은 그저 내가 가는 나의 길이고 같은 길이더라도 공간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같은 방향을 걷는다고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일도 다 각자가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표현한다. 나는 다시 땅속에서 나와 흙을 털고 나아가 보려 한다.
여린 살결이 모두 찢어지고 없어져도 나에게는 나를 지탱해 주는 뼈가 있었다. 잡힐 듯 너무나 먼 형체 없는 꿈은 잡기 위해 일어났다. 고장 난 듯한 몸은 어쩌면 더 단단해졌을지도 모른다. 악몽인 줄 알았던 꿈은 현실이었고 악몽에서 깨어 현실을 나아가고자 한다. 우리는 이렇게 아픈 상처를 딛고 어떤 모습일지라도 걸어가지 않을까? 나도 나의 모습을 찾아보고자 한다. (2024.07.23) ■ 차정아
Vol.20240815a | 차정아展 / CHAJUNGAH / 車姃兒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