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은 하마의 계절

The Season of Hippo Sucking Humidity

나규환展 / NAGYUHWAN / 羅圭桓 / sculpture   2024_0810 ▶ 2024_0824 / 월요일 휴관

나규환_중요한 건 휘청거리지 않는 마음_나무, 비닐_70×60×50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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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규환 홈페이지_www.nagyuhwan.com 페이스북_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794672553

초대일시 / 2024_0810_토요일_03:00pm

후원 / 실험공간 UZ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실험공간 UZ Experimental Space UZ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4 B1, 2층 Tel. +82.0507.1357.9654 blog.naver.com/artspacearum @artspacearum

물먹은 하마의 계절_The Season of Hippo Sucking Humidity ● 화초 키우는 즐거움에 빠진 친구를 보고 나도 한번 키워볼까 했다. 말 못 하는 식물도 생명이었다. 정을 붙이기엔 내 마음의 빈 틈이 너무나 좁았다. 생명체를 피해 또 다른 생명체를 찾는 꼴이 괴상했다. 병원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있다.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주님의 말씀을 전파하며 목에 핏대가 서 있다. 나도 무언가에 풍덩 빠져들고 싶었다. 오늘도 스마트폰을 들고 뉴스와 유튜브 사이를 서성거린다. '아 또 낚였네.' 습관처럼 세상을 탓하는 사치를 부린다. 협박 아닌 협박이 온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모기떼처럼 귓가를 울린다.

나규환_물먹은 하마의 계절展_실험공간 UZ_2024
나규환_물먹은 하마의 계절展_실험공간 UZ_2024
나규환_물먹은 하마의 계절展_실험공간 UZ_2024
나규환_밤바다_합판, 폐목재_65×120×20cm_2024
나규환_고시원 새벽 밥상 앞에서_나무, 플라스틱그릇, 거울_40×60×10cm_2009
나규환_물먹은 하마의 계절展_실험공간 UZ_2024
나규환_걸어가는 클립_철근, 나무_2022
나규환_i miss you_철, 나무_70×30×40cm_2015
나규환_집 아닌 집_나무_18×15×18cm_2015

기록적인 무더위 알림 문자와 함께 친구의 부고장 문자가 울린다. 땀으로 샤워한 듯 흥건히 달아오른 붉은 얼굴 위로 눈물이 섞여 흐른다. 지난밤 야근하던 중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하늘로 갔다. 감기처럼 또 한 명의 친구가 우울증에 걸렸다. 양동이에 가득 찬 물을 엎지른 듯 예보에 없던 폭우가 쏟아지다 그친다. 광기 어린 무더운 여름. 온 도시에 땀과 눈물의 습기가 빼곡하다. 아침 햇살이 깃드는 식탁에 앉아 사과를 깎는다. 천천히 사과를 한 조각 떼어내 원형의 접시를 따라 수놓기를 반복한다. 세상에 빈틈이 없어질수록 더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진다. 접시 위에 사과를 엉클어 드린다. 입술 모양의 사과들이 웃는다. 싱겁고 심심한 선들을 노트에 끄적거린다. 아무리 제습기를 돌려도 습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 나규환

Vol.20240810b | 나규환展 / NAGYUHWAN / 羅圭桓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