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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0731_수요일_05:00pm
갤러리 인사아트 기획초대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인사아트 GALLERY INSAART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 (관훈동 119번지) 1층 본전시장 Tel. +82.(0)2.734.1333 www.galleryinsaart.com
한국 전통 궁중 회화, 명화를 만나다-뉴 르네상스시대 명화 탄생 ● 젊은 최정연 작가의 최근 작품에 관심이 많다. 그것은 여느 젊은 작가들과는 다르게 서양의 르네상스시대 명화에 관심을 갖고 여러 실험적인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작가는 유년기부터 서양의 명화를 좋아했고 매력적으로 생각해 왔다고 한다. 최작가는 서양 명화에 담긴 스토리와 사실적인 묘사, 화려한 색채 등에 반해 화가의 길을 꿈꾸었고, 미술대학에 들어가 서양화를 전공했다. 이후에는 한국의 진채화의 초상화와 산수화, 불화의 매력에 빠져, 이를 배울 수 있는 대학교에 다시 들어가 석사학위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런 최작가가 동양의 바탕재와 안료를 주요 재료 삼아 서양의 명화를 재현하는 시도까지 하게 된 것이다.
다시 최정연 작가는 서양의 캔버스가 아닌 동양의 비단에 르네상스시대 명화를 재현하면 어떤 분위기가 날까? 또, 서양의 템페라나 유화 재료가 아닌 동양의 진채로 표현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리고, 르네상스 명화에 개인사적 메시지를 담으면 어떻게 전달될까? 등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최작가는 한 번쯤은 꼭 동양의 바탕재인 비단과 동양의 대표적 물감인 진채로 서양의 르네상스시대 명화를 재현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내 작품에 동양의 비단에 유년시절 즐겨 본 서양 명화집을 다시 한 장 한 장씩 넘겨가며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을 진채로 담아내었다.
마침내 최작가는 인사동 '갤러리 인사아트(구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30점의 작품을 『한국 궁중 회화 명화를 만나다』타이틀 아래 2주간(2024.7.31.〜8.12) 기획(초대)개인전으로 발표한다. 최작가는 이번 기획(초대)전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열정을 쏟아 왔다. 대표적인 몇몇 작품을 소개하면,「찬란한 탄생, 80.3×65.1cm, 비단에 진채, 2024」 , 「천상천하 유아독존, 80.3×65.1cm, 비단에 진채, 2024」 , 「푸른 불꽃, 162.2×97cm, 비단에 진채, 2024」 , 「자화상, 116.8×91cm, 비단에 진채, 2023」등이 매우 인상적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작품은 일반대중은 물론, 타분야 작가들까지 좋아할 것이며 그래서 앞다투듯 전시장을 방문해 작품을 감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하게 눈길을 끄는 작품을 다시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프레데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 에는 「찬란한 탄생」이라는 부재와 함께 다음과 같은 최작가의 개인적 메시지를 담아 놀랍고 매우 흥미롭다. ● "네가 딸이면 지우려고 했어. 그래서 초음파로 성별을 확인하러 갔는데 다리를 꼬고 뒤집어져 있어서 그 부분이 보이지 않았어. 임신 초에 아기의 성별을 확인하는 것이 그 당시에는 불법이라 서울에서 포항까지 내려가 몰래 초음파를 했거든. 세 번을 내려갔는데 세 번 다 네가 다리를 꼬고 뒤집어져 있었어. 네 아빠가 이 이야기를 듣더니 태어날 운명인가보다 하더라. 그래서 널 낳기로 했지." (2009년 7월의 어느 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고, 거기에 서양의 역사와 최작가의 개인사적 이야기가 얽혀 있는 작품, 참으로 긴 여운이 남는 의미심장한 작업 메시지가 아닌가. 최작가는 위와 같은 모든 작품에 개인사적인 메시지를 담아 관람자들에게 생각 또는 상상을 확장시켜 주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명화의 실제적인 배경이 아닌 개인사적인 배경을 기준으로 명화를 재해석한 작품들은 더욱 흥미롭게 보여진다. 프랑수와 부셰의「회화」 라는 작품은,「자화상」 이란 부재와 함께 여자가 한국화 붓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그 앞 중심에 한국의 궁중장식화인 '일월오봉도'를 그려 넣었다. 또한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타락천사」 는,「푸른 불꽃」의 부재와 함께"신은 내게 한정된 재능만을 주시고 욕심은 무한히 주셨다" 라는 메시지를 담은 동시에 다음과 같은 조형적 변화를 꽤했다. 이른바 원작에서는 신의 권능에 도전했다 지옥으로 쫓겨난 천사 루시퍼가 신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고 대조적으로 배경에는 천사들이 환희에 차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최작가는 자신의 원망과 울분을 보여주고자 원작 뒷부분의 환희에 찬 천사들을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이렇듯 최작가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사용한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과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이 주로 사용한 패스티시(pastiche, 혼성모방) 기법 그리고과감한 생략법을 사용하였다. 이와 같은 기법들을 사용함으로써 신선함을 유발시키는 효과 즉 이질적 모습, 전혀 예상치 못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른바 그의 작품은 서양 명화를 재현하였지만 새 생명을 받아 과거와 다른 새로운 의미, 다중적 의미의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한편 최작가의 작품은 표현 재료에서도 타작가들의 명화 표현 재료와 크게 차별된다. 사실 서양 명화를 재현해 내는 작업은 전혀 새롭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왜냐하면 르네상스시대부터 많은 작가들이 르네상스시대 명화에 관심을 가지고 재현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서양의 많은 작가들이 명화를 정교하게 재현해 내고 있으며, 우리의 근·현대 작가들도 한두번쯤은 서양 르네상스시대 명화를 완성도 높게 재현해 내고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최작가의 르네상스시대 명화 재현은 여러모로 타작가들의 재현 작업과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작가는 동양의 바탕재와 재료로 밀도감을 높여가며 작업해 완성도까지 높기 때문에 차별된다고 하겠다. 알다시피 성격적으로 동양의 비단은 너무 쉽게 스며들기 때문에 밀폐력이 떨어진다.진채 역시 고급스럽게 보여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양의 유화 안료만큼 효과적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이에 최작가는 원작인 명화와 똑같은 질감, 면, 색채 표현 등을 위해 붓으로 수백번, 수천번을 쌓아 올려야 했다. 최작가는「1700년대 어느날 포도송이, 60×49cm, 비단에 진채, 2023」를 예로, 다음과 같이 작업과정을 설명하였다.
작품 속의 청포도 알맹이를 묘사해 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붓질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비단에 2번을 채색, 5번의 먹 바림, 5번의 주조색 바림, 3번의 보조색 바림, 3번의 대비색, 3번의 강조색, 3회의 호분 바림 등과 전체 화면 구성, 분위기를 위하여 수없이 많은 붓질을 추가하여 밀폐력을 놓였습니다. 그 밖에도 진채로 유화 안료가 가진 밀도 그 이상의 표현 즉, 더욱 깊이 있는 색감을 표현해 내기 위해 바림(물감을 칠하고 물 붓질을 하여 그라데이션을 표현하는 것)으로 작은 얼룩들을 여러번 겹쳐가며 표현하였습니다. -작업노트 중에서-
이렇듯 동양의 작품 바탕재인 비단은 서양의 작품 바탕재인 캔버스 천과는 다르고 진채 역시 유화물감과 달라 명암 표현이 매우 힘들다. 아마도 최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선보이는 30점의 작품을 재탄생시키기 위해 정말 밤낮없이 작업에 열중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쯤에서 최정연 작가는 한국적 재료 사용과 한국 전통 궁중회화 차용, 응용을 통해 독특한 예술세계를 보여주었다. 최작가의 끈기와 노력에 의한 묘사력과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 그리고 잠재력에 계속 감탄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명화 속의 인물, 장면, 단편을 패러디하고 오마쥬하는 기법을 통해 개인사적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자 시도한 의도는 매우 신선하고 새롭고 매력적이라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최작가의 여러 실험적 시도와 결과물인 작품의 완성도, 품격, 가치 등은 우리 모두를 감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 그의 이번 기획(초대)개인전은 한국미술사에서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될 것이며, 그래서 적지 않은 명성을 얻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김용권
Vol.20240731f | 최정연展 / CHOIJUNGYEON / 崔精然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