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4 고양우수작가 공모전 청년작가전2 고양 아티스트 365
주최 / 고양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00pm / 월요일 휴관
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Goyang Aramnuri, Aram art Museu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마두동 816번지) 상설전시장 2 Tel. +82.(0)31.960.0180 / 1577.7766 www.artgy.or.kr
공감과 연민의 감수성을 통한 인간성의 회복 ● 많은 운동선수의 경기력이 순발력과 근력에서 나오듯이 예술 창작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창의력과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감수성과 타고난 조형적 감각, 색채 감각 등을 통해 자기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한나가 작가로 활동하는 원동력 역시 자신의 주변에서 발견하는 모티브에서부터 촉발되는 감성과 조형미 등에 공감하는 자세에서 출발한다. 작품 창작은 작가가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가 만들어내는 이러저러한 이슈들을 일관되게 자신의 감수성과 작가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고양아티스트365-청년작가전'에 선발된 6명의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이한나는 전시를 통해 『상대적 우연에 노출된 존재들』이라는 제목을 설정하고 이러한 주제에 대한 작가의 공감과 연민, 그리고 이러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을 가지고 관람객들과의 교감을 희망하고 있다. 작가는 창작자인 동시에 시대를 증언하는 관찰자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안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특히 우리 현대사에서 작가의 역할에 대한 논란은 1980년대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소위 '민중미술과 모더니즘 미술' 사이의 대립적 논쟁으로 한 시대를 거쳐오기도 했다. 이러한 작가의 사회적 역할은 시대를 초월하여 반복적으로 예술 창작의 관점과 배경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바야흐로 우리 현대미술에서의 이슈는 역사 바로 세우기의 문제와 일부 미완의 이데올로기 문제 등을 넘어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문제, 자연 보전의 문제 등으로 이행해 가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이한나가 자기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공감 대상은 6개의 개체들(혹은 사건)로서 그 가운데 3가지는 우리가 살아온 역사와 환경에서 촉발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 제주 4.3 사건 피해자 문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인 전화 금융사기(Voice Fishing)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3가지 대상은 사람이 아닌 생명체의 문제로서 버려진 반려동물에서 야생의 동물로 변해가는 길고양이의 생존을 둘러싼 인간과 길고양이의 관계 문제와 인간의 자연 침범으로 발생하는 조류 충돌 피해(일명 Bird Strike) 문제, 그리고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어 오면서 번식과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거북이의 산란과 부화의 문제들이다. ● 이와 같은 6가지 문제들은 각각의 문제가 하나의 전시로 구성되기에도 충분한 무게와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주제들을 하나의 공간에 압축적으로 제시한 이번 전시에서는 개별 주제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이고 깊이 파고 들어가는 작가 작품의 주제 연구가 시간적, 물리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히 작가 자신이 지난 6년간 관심을 가져온 문제들이 어느 정도는 영상과 설치 등으로 기록되고 보관(Archiving)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 세트의 작품으로 압축시켜 제시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작품 제작 당시 살아계신 피해자 할머니들의 숫자만큼 사람 형상의 양초로 만들어 불을 붙여 타들어 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였고, 제주 4.3 문제는 한 무리의 토우를 제작하여 야외에 설치함으로써 당시 사건의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하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소멸해 가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흙으로 변하는 토우들에서 우리 삶의 순환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고 있다. 거북이의 번식 문제나 도시 환경에서 희생되는 새들의 문제 등도 뉴스 리포트 형식의 영상이나 흙으로 빚은 거북이 모형 등으로 표현하여 전체적으로 영상, 설치, 드로잉 등의 기법이 작품에 도입되고 있다. ● 이러한 작품들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영상의 나레이션이나 자막 등에 참여하거나 간헐적으로 전시장을 방문하여 기화 펜으로 드로잉을 실행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주제에 대한 전달과 호소력은 작가의 개입 정도에 따라 그 호소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작가가 근본적으로 인간과 생명의 문제를 작품 창작의 주제로 삼으면서 자신이 선택한 모티브와 대상 인물에 대해 자신을 투영하는 암시적인 방식으로 작품에 등장하기도 한 것은 관람객들과의 소통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우리의 삶에서 마주치는 대상에 감정이 이입되는 데에는 작가들처럼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예민하게 작동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의 이입은 대상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작품화된 이미지에서 작가가 자신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이한나도 캐나다에서 미술대학 수련을 마치고 귀국하여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여러 군데의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여 활동해 왔다. 입주를 경험하면서 작가는 현지에서 새롭게 파악되는 소재들을 작품에 도입해 왔는데, 주로 역사의 피해자들과 주어진 상황 속의 약자들에 대한 자료수집이나 관찰과 분석, 그리고 더 나아가서 공감과 감정이입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대상에 자신을 투사하는 정서에 몰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 작가는 일본군 강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4.3 사건에서 식민 지배국의 만행과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자국의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아픔을 작품 속에 시각화하려고 시도하였으며, 현대 사회의 이기적인 인간성이 다른 사람의 불행에 둔감한 채 자신의 부와 편의를 위해 사기를 저지르고 환경을 파괴하여 인간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며 살아가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고발하려 했다. 전체적으로 이들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위험에 노출된 존재들이며 관찰자의 시선 속에 연민과 동정,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그들의 목소리와 구호에 우리들의 목소리를 보태주어야 하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에서 이들은 단순한 약자가 아니라 우리에게 이기심을 떨쳐버리고 인간성을 회복하게 해주는 기회 요소들이기도 한 것이다. 이한나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설치미술 작가의 작품들을 마주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역사와 환경,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어야 한)다. ■ 하계훈
Vol.20240726f | 이한나展 / LEEHANNA / ???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