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4_0716_화요일_05:00pm
작가와의 대화 1차(강덕현_정아씨_최혜영) / 2024_0716_화요일_05:00pm 2차(김유경_이재균_조나라) / 2024_0723_화요일_05:00pm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아팅 디렉터) 후원 / 아트로 물들이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아팅 arting gallery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40길 13 2층 @arting.gallery.seoul
특정 지명을 딱 지목해서 그 곳 출신자로 구성한 전시 기획은 어떻게 설명될까. 작가 공모에서 밝힌 '부산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대화 나누는 자리를 갖는 것'으로 정리하면 될까. 맞긴 하지만 부산 미술만의 지역성에 주목하는 양 비칠 수 있는데, 그게 기획 취지인 건 아니다. 지역마다 문화 색채란 게 있지만 두드러진 지역성이랄 게 미술판에서 확인되진 않는다. 미적 유행은 넓게는 세계 화단에서 고르게 확산되며, 좁게는 한국 화단에서도 고르게 퍼진다. 다만 그 미적 유행이 수용되는 시차가 지역마다 있다. 시차는 중요하다. 2010년대 주류 무대에서 주목된 미적 유행이 어떤 지역에선 수년이 지난 후에야 수용되는 일은 흔히 있다. 따라서 『부산.아트.서울』은 부산 미술의 고유성을 탐색하는데 방점을 두지 않았다. 이 전시는 작가 공모에 적힌 후반부 '구성원들과 함께 대화 나누는 자리'에 의미를 둔다. 좀체 작업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 중엔 네트워크의 결여가 있기 때문이다. ● 아팅은 작품 발표라는 전시와 갤러리의 기본 기능 외에, 회합과 네트워크에도 비중을 두는 갤러리다. 『부산.아트.서울』은 지명 두 곳이 포함되어서이기도 하지만 종래 아팅의 기획들에 비해 네트워크의 비중을 높게 친 전시가 되었다.
강덕현. 창작의 숙련은 시간에 정비례해서 발전하기 마련인데, 그 자연 법칙을 고의로 역행한 자기 기획의 산물. 제도권 미감으로부터 때 묻지 않은 창작의 시발점에 주목한 때는 미술사에도 있다. 프랑스 미술가 장 뒤뷔페가 미술계 범주 밖에서 제작된 미숙하되 고유하고 순수한 창작 행위를 대안적인 미감으로 발견했는데 아르 브뤼 Art Brut라 칭했다. 1940년대 출현한 아르 브뤼와 흡사한 출발선에 있는 듯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유년기에나 발휘될 법한 막 그림을 능숙하게 따라 그린 작업군이 강덕현에게 발견된다. 미취학 유년의 미감과 엉터리 데생을 정교하게 흉내 낸 지점이 강덕현이 돋보이는 차별점이다. ●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개인전 6회와 예술지구P 레지던시 경력이 있다.
김유경. 최소주의 미감이 있다. 흑백으로 제한된 채색. 최소한의 흔적만 남겨 대상을 유추하게 만든 재현. 피수식어를 빼고 수식어만 남긴 작품 제목. 연작으로 제작된 「멀리 뵈는」을 보자. 멀리 보는 뭐? 멀찍이서 바라본 윤곽이 불분명한 나무와 수풀을 흑백으로 그린 작품의 제목은 이렇다. 연작으로 제작된 또 다른 제목 중엔 「고스트」가 있다. 대상의 1~2할 가량만 묘사한 그림으로부터 나머지 8~9할의 외형을 추정하게 만든다. 김유경 작업의 채색은 흑백이라고 칭하기에도 애매한, 흐릿한 회색톤에 가깝다. 제한된 색채감각에서도 최소주의가 확인된다. ● 개인전 8회와 청주 부산에서 레지던시 경력이 있다. 미술은행 울산시립미술관 서울시청 장욱진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이재균. 주황색 풍선 뭉치, 은박지로 감싼 덩어리, 하얀색 포장용 노끈 뭉치처럼 인체를 형상화한 대상을 찍은 사진. 화성 이주 프로젝트 스페이스X에 관한 2016년 언론보도에서 창작의 단서를 찾은, 우주인으로 추정되는 사진이다. 아팅 출품작은 우주인 사진에서만 골랐지만 화성 혹은 태양계 행성 중 한 곳의 지표면을 떠올릴 만한 황량한 사막 사진과, 우주산업과 연관된 장비나 설비 사진들이 한 패키지가 되어 우주 여행이라는 주제로 수렴한다. 허구를 실제처럼 기록하는 장르를 페이크다큐멘터리라 한다. 이재균이 우주인이나 화성 지표면 등 지구밖에 존재하는 대상을 실제로 찍었을 리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같은 허구적 연출을 문제 삼지 않는다. 진실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현실에서 진실보다 허구의 공식이 지배한지 오래다. ● 개인전 3회. KT&G Artistart 우수 작가 선정, 동강국제사진제 국제공모전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었다. 울산시립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정아씨. 거미줄처럼 직조된 패턴으로 구성한 얼굴. 동그란 변형 캔버스. 다채롭게 선별된 색채감각. 한 작가를 연상시킬 시각요소가 있으면 각인 효과도 커지는데 정아씨는 셋 이상의 자기색채가 있는 편이다. 집을 사람에 빗대어 설명했다는 부산대의 어느 강연에 영향을 받아선지, 손가락을 의인화하여 인체처럼 재현하기도 했고, 패턴을 건축 구조물처럼 쌓아 얼굴을 형성하기도 했다. 작가의 주요 도상인 당구공이 동그란 변형 캔버스로 확장했고, 그 안에 묘사된 대상도 당구공처럼 굴절된 화각으로 표현해서 입체감을 만든다. ● 개인전 5회, 구로문화재단 레지던시 경력이 있고 전국판화공모전 우수상을 받았다. 미술은행 서울시청 국회 해양경찰청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조나라. 구현하기 힘든 작업을 한다. 펜으로 종이에 그리듯이 실을 꿴 바늘로 천을 한 땀 한 땀 관통시켜 화면을 채우는 작업 과정은 힘겹다. 노동집약적인 손바느질이 남긴 엉키거나 흘러내린 실 뭉치는 정사의 순간으로 천 위에 떠오른다. 자수로 힘겹게 구현한 여러 정사 체위는 한국사회에서 실현되기 힘든 주제다. 손바느질로 묘사된 정사 장면은 실제론 천의 뒷면에 숨어있다. 전면에 나타나지 않고 내면에 숨은 실체가 우리 모두의, 어쩌면 유독 한국사회에서 리비도일 것이다. ● 개인전 4회. 청주, 부산, 울산 등에서 레지던시 경력이 있다.
최혜영. 모든 미술작품이 그렇진 않아도 창작자의 세대나 성별을 특정 하는 게 가능한 작업이란 게 있다. 그걸 세대특정성, 성별특정성이라 부르자. 최혜영은 단일한 대상을 여럿 제작했고, 단일한 주제를 전달했으며, 결과적으로 단일하게 통일된 외형의 작업을 만들었다. 세대와 성별을 특정하기 쉬워졌다. 또 단일한 주제를 일관되게 끌어가되 무겁지 않았다. 가볍고 경쾌한 화면마저 세대특정성이나 성별특정성과 관련된 특징이리라. 20대~30대 초반 여성으로 추정되는 미적 감성. 그렇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여성은 맞지만 세대에서 빗나갔다. 이런 예측 오류 때문에 최혜영의 작업이 신기하고 특이하다. 20대 혹은 30대 초반에서나 관찰될 법한 특정성을 일관되게 끌고나간 점이. ■ 반이정
Vol.20240716a | 부산.아트.서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