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FACE THE UNKNOWN

유수지展 / YOOSUZY / 兪受志 / painting   2024_0712 ▶ 2024_0728 / 월,화요일 휴관

유수지_The crisis_캔버스에 유채_80.3×100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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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0712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인 HQ GALLERY IN HQ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97 (연희동 719-10번지) 1층, B1 Tel. +82.(0)10.9017.2016 @_innsinn_

풍경을 잇기, 연결 하기, 틈을 벌리기 ● 가까스로 닿은 여름은 익숙하고도 낯설다. 밤보다 낮이 긴 계절, 달리 말해 밤이 짧은, 햇살이 따갑고 나뭇잎이 무성한 계절. 이 계절의 풍경을 이루는 것은 공기와 빛, 끈적임과 풀 내음 같은 감각이기에, 쉬이 언어로 붙잡을 수 없다. 사실 모든 계절의 무수한 풍경은 언어화 되기 전에 저 멀리 사라진다. 피부와 숨결로 와 닿는 풍경을 특정한 단어와 문장으로 옮겨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풍경은 흘러가고, 언어는 멈춰 있다. 이런 때마다 떠올리는 것은 한 폭의 그림이다. 언어가 닿을 수 없는 계절, 언어가 담을 수 없는 풍경을 그린 그림. 거기에는 풍경이 심상으로 전환되던 때의 순간이 새겨져 있다. 애써 노력하지 않고도, '그린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순간을 지속시키곤 한다. 유수지와 이운은 각자가 머무는 곳에서 그러한 행위를 이어왔다. 갤러리 인 HQ는 7월과 8월, 두 작가의 개인전을 각각 1부와 2부로 나누어 선보인다. 이들의 그림에서 떠나온 곳과 머무는 곳의 풍경은 따로 떨어지지 않은 채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시제로 연결된다. 여름이라는 계절 안에, 시차를 두고 연달아 열리는 유수지와 이운의 전시는 어떤 풍경에 도착하게 될까? 익숙한 장소에 담담한 안녕을 고하며 낯선 풍경을 잇는 유수지, 섬세한 시선으로 안온한 풍경을 그려내는 이운의 그림을 감상하며, 이 여름의 풍경을 충만하게 감각하길 바란다.

유수지_마지막 파도_캔버스에 유채_130.3×130.3cm_2024
유수지_단단한 마음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4
유수지_폭풍 속으로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4
유수지_Walking with 1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4
유수지_파도 앞에서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4

1부: 풍경과 풍경을 잇는 것 – 유수지와 바다 ● 유수지는 긴 시간 머물던 동네를 떠나 낯선 곳으로의 이동을 앞두고 바다를 그리기 시작했다. 바다는 그가 늘 자신과 멀다고 생각했던 장소이다. 그러나 당면한 상황은 자꾸만 먼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 알지 못하고(未知), 아직 오지 않은(未來)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이는 가뿐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보다 두려움을 등에 짊어진 채 한 걸음 한 걸음을 신중히 옮기는 모습에 가까웠다. 유수지는 잠시 지나쳤던 바다의 모습을 복기하여 재조합하고, 붓을 들어 물감을 얹고, 다시 긁어 내기도 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이내 축적된 걸음의 밀도는 익숙한 곳과 낯선 곳의 경계를 흐렸다. 비로소 복잡하고 불확실했던 풍경은 단순하지만 선명한 색과 모양으로 치환된다. 그의 그림 안에서 떠나올 곳과 도래할 곳의 풍경은 이렇게 이어졌다.

유수지_걷는 사람_종이에 유채_18.5×15cm_2024
유수지_보물섬_캔버스에 유채_72.7×72.7cm_2024
유수지_무지개가 시작되는 곳_캔버스에 유채_100×80.3cm_2024
유수지_Into the Unknown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24

한편 화면을 가득 채운 풍경과 달리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물은 '다음'을 대하는 유수지의 태도를 은유한다. 이들은 유약한 몸으로 거센 파도를 넘어(「Suffer」(2024)) 빗속을 뚫고 걸어가거나(「I'm Not Afraid」(2024)), 폭풍을 맞이하고, (「폭풍 속으로」(2024)), 무지개를 옮겨내고야 만다(「무지개 옮기기」(2024)). 각각의 풍경을 이루는 계절과 날씨, 낮과 밤의 시간은 바다를 두고 지나갈 뿐이다. 이 반복과 변화에 맞서 유연함을 견지하도록 해주는 것은 뭉근한 연결의 감각일 테다. 어제와 오늘, 떠나온 곳과 도착한 곳, 그 풍경 속의 너와 내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있다는 감각. 유수지는 파스텔, 유화 물감, 색연필과 같은 서로 다른 재료들이 "하나로 섞여 단단하게 이어질 때까지의 지점"을 끝맺음의 기준으로 둔다.1) 이를 통해 그는 그림 안쪽의 요소들을 촘촘히 엮어내고 다음 작업으로 향하는 걸음을 뗀다.

작가가 오랜 시간을 보내온 「정림동 작업실」(2024)에는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다 풍경이 그려져 있다. 비록 그곳을 떠나오더라도, 풍경은 그곳과 이곳, 다시 저곳을 이으며 다음으로 걸어가도록 해줄 것이다. 다음과 다음의 다음, 또 다음으로. ■ 모희

* 각주 1) 유수지 작가노트 中

Vol.20240712e | 유수지展 / YOOSUZY / 兪受志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