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고기

권회찬_장승근展   2024_0705 ▶ 2024_0721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인 GALLERY IN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201호 Tel. +82.(0)10.9017.2016 @_innsinn_

드로잉은 행위자가 구현하는 조형언어의 기본단위로서, 특별한 시선이 입력된 감각의 신체적 추적 행위이자, 다양한 양태로 해석되며 각기 다른 형식적 구성을 추동하는 창조적 의도이다. 행위자의 보는 경험은 두 작가의 작업 세계 안에서 드로잉 선이라는 인식의 결과물로 전환된다. 주황빛 콩테로 그려진 권회찬의 회화와 엉성한 드로잉 선이 생명력을 지닌 슴슴한 장승근의 회화는 드로잉 행위에 주안점을 둔 조형언어이다. ● 권회찬은 「자화상」 연작을 통해 드로잉과 행위자의 정신성 사이에 존재하는 모종의 관계성을 다뤄왔다. 캔버스에 콩테로 선을 휘갈긴 후, 구조가 되는 선을 추가하여 가상의 구조물을 조직하는 회화는 휘갈긴 선이 행위자의 정신성을 담는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풍경」 연작은 자화상과 같은 논리로 제작되었고, 화면 구성적인 측면에서의 차이가 있다. 장승근은 일상의 사건들과 유약한 대상들을 드로잉으로 포착하여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드로잉 과정에서 도출된 느슨한 형상의 균열은 세계를 인식하는 감각의 교두보가 되어 회화적으로 재구성되었다. 이처럼 작가들에게는 전시가 반복됨에 따라 드러나는 일관된 주제가 있다. 작가를 이해하기 위한 틀은 마치 메뉴판처럼 전시장에, SNS에, 보도 자료에 각인된다. 이들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인 드로잉 선의 강조는 각자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메인메뉴로 볼 수 있다. ● 평범한 고기 한 근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때로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때가 있는 법이다. 작가들이 작업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누락시킨 특수부위에는 드로잉을 둘러싼 두 작가의 더 깊고 내밀한 관점이 담겨있다. 모든 예술행위의 근간이 되는 드로잉은 매체 이전의 상태이고, 선택한 매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겉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드로잉은 최종 형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드로잉에 대한 접근 방식은 행위자의 견해 차이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드로잉의 성질은 드로잉과 윤곽선을 즐겨 사용하는 두 작가의 유사한 작업 특색이 무색하게 서로를 각기 다른 예술적 영역으로 진입하도록 이끌었다.

권회찬_자화상 17_젯소 코팅한 캔버스에 유채, 콩테_116×91cm_2023
권회찬_풍경 4_캔버스에 유채, 콩테_91×91cm_2024
권회찬_자화상 28_캔버스에 유채, 콩테_33×24cm_2024
권회찬_자화상 조각 1_면 실로 꿰메고 우레탄 코팅한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콩테_29.5×22×23cm_2024
권회찬_나무를 위한 풍경 1_우드에 마커_25×18cm_2024

권회찬은 「자화상」 연작과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실험할 수 있는 신작과, 「자화상」 연작이 착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을 가져왔다. 캔버스 천 위에 자화상을 그린 후 선을 따라 가위로 잘라내고, 접고, 구기고, 실로 연결하고 천 강화제, 레진 등으로 마감하여 세운 「자화상 조각」, 기존의 작업논리를 나무 판에 새긴 「나무를 위한 풍경」 연작 등의 신작뿐만 아니라, 「자화상」 논리와 상관없이 제작된 철사 투조, 세라믹 작업, 드로잉 등을 뒷고기로 선보인다. 이는 물성을 다루는 작업이 지닌 경직성에 의구심을 품어왔던 작가의 관심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동안 드로잉과 정신성의 관계를 다뤘던 형식은 뒷고기를 통해 드로잉과 매체 간의 관계 양상으로 확장된다.

장승근_포갠 의자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3
장승근_뻗는 선07_캔버스에 유채_116.8×80.3cm_2024
장승근_담배 피는 사람_캔버스에 유채_33.4×24.2cm_2024
장승근_그림도구02_캔버스에 유채, 연필_33.4×24.2cm_2023
장승근_한사람, 한사람03_패브릭 페이퍼에 유채_35.7×47.2cm_2024

장승근은 전시에 내보일 작업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누락되는 날것의 감각을 뒷고기로 제시한다. 홀로 술을 마시며 드로잉 하다 주기적으로 눈을 마주친 건너편의 아저씨, 용변을 보는 도중 휴지를 가지러 가기 위해 엉거주춤 걸어가는 자신의 상황을 메신저로 작성하여 친구에게 보낸 내용을 드로잉으로 그려낸 그림과 지인을 모델로 포착한 연작 등은 작가 주변의 정돈되지 않은 환경을 본연 그대로 담아낸다. 전시장 뒤편 벽장의 「한사람,한사람」 연작은 그림을 바라보지 않고 오로지 모델을 향한 시선과 손의 감각으로만 그려낸 블라인드 페인팅이다. 이는 여러 번 중첩한 선을 화면에 배치하는 기존 회화의 방법을 직관적으로 제시한 연작이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사람을 두 번 그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스처의 차이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리는 순간의 마음가짐과 형태감각의 변화를 유희하면서 대상을 깊이 음미하고자 하는 장승근의 태도를 반영한다. ■ 갤러리인

Vol.20240705d | 뒷고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