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4_0704_목요일_05:00pm
2024 OCI어게인 : 귀한인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수송동 46-15번지) Tel. +82.(0)2.734.0440 www.ocimuseum.org
이지영은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그 속에 녹아 있는 사연과 감정을 담은 방을 구축한다. 일상에서 겪는 일련의 경험은 모두 작품의 출발점이 된다. 가벽을 세운 후 그 공간을 손수 제작한 크고 작은 오브제 수십, 수백 개로 가득 메워내어 각각의 기억을 담은 꿈 혹은 마법과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그러고는 완성된 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한다. 이것이 작가가 그간 선보인 스스로의 마음의 무대, 〈Stage of Mind〉 시리즈다. 마치 그림 같아 보이는 사진, 혹은 디지털 합성으로 제작된 듯한 초현실적 사진은 밤낮없이 지속된 고된 작업의 결정체이다. ● 지금까지의 작업에서는 오브제로 공간을 채워 왔다면,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그 반대이다. 오히려 텅 비우고, 대신 스모그 머신을 활용해 피워낸 인공 안개로 메웠다. 그 속에 특정한 포즈를 취한 인물만이 희미하게 존재할 뿐이다. "Stage of Mind" 시리즈에서는 솔직한 나의 마음을 만나기 위해 한 점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고강도의 노동과 긴 시간을 투입해 공간을 구축해 나갔다. 그러나 "Into the Mist"에서는 오로지 색의 온도, 스모그의 입자가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분위기만으로 공간을 가득 채움으로써 비워냄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방식을 시도하였다. 무(無)의 상태는 자연스레 내면으로의 몰입을 유도한다.
전시명 《Into the Mist》는 스키장에서 경험했던 기억에서 출발하였다. 슬로프에 드리운 짙은 안개 덕에 시야가 흐려진 막막한 상황에서 작가는 인생의 순리를 엿보았다. 분명히 눈을 뜨고 있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그저 묵묵하고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몽환적인 상황은 작가의 마음에 보다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와 같은 경험을 사진으로 풀어내었다. ● 특정한 감정을 떠올리는 색채로 가벽을 도색하고, 공간 속에 직접 들어가 해당 감정을 연상시키는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촬영한다. 출품작의 제목들은 〈Compulsion〉, 〈Swamp〉, 〈Dialogue〉 등으로 모두 인간의 심리 상태와 연결되어 있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그 존재를 미약하게 드러내고 있는 인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가와 그 감정을 공유하는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개인들의 기억은 모두 상이하나 인간이 느끼는 고유한 감정들은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이지영이 기록한 마음 상태를 나누고, 비로소 나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정유연
이 시리즈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영감에서 시작되었다. ● 오래전 스키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시절의 나는 스노우보딩에 무척 빠져있었다. ● 어느 날, 안개가 자욱하게 낀 새벽, 보드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산 중턱에 낀 지독한 안개를 만났다. 안개 때문에 점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마침내 내 시야는 뿌옇게 완전히 차단되었다. 나의 존재는 내 몸에 부딪히는 바람의 속도를 통해서만 인식되었다. 그리고 내 보드가 설원을 가로지르는 소리와 보이지는 않지만 내 주변을 스쳐 지나가는 다른 이들의 보드가 만들어내는 소리만이 내가 계속해서 앞으로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었다. ● 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존하지만 혼자인 곳에서 오롯이 홀로 나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상당히 마법같은 경험이었다. 슬로프 아래에서 동행했던 친구와 만나서 서로 멍한 얼굴로 속삭였다. 그 순간이 진짜 인생 같지 않았냐고. 나는 이 특별했던 경험에서 받은 영감을 시각언어로 전달하고 싶었다.
자연이 선사한 의도치 않은 순간 속에서 나는 최초로 본질적인 혼자를 느꼈으며 나의 감각은 보다 예민해지고 나 자신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묘한 두려움과 안정감이 교차되는 그 순간은 마치 일종의 명상과도 같았다. 나는 본질적인 자신과 만나는 과정과 지각의 순간을 본 작업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확장하고자 했다. 누구나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던 기억, 막막하고 망설이던 기억, 세상 속에서 홀로 고전분투하던 기억, 내면의 고독과 불안과 마주한 희미한 풍경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작업은 이런 현대인의 모습과 우리의 삶을 표현한다. ● 이 작업에서는 나의 신체와 빛, 포그를 재료로 사용했다. 이전 시리즈인 'Stage of Mind' 에서는 공간을 가득 채워서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였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그것을 비워내고 최소한의 재료만으로 연출하여 본질적인 심리상태와 상황을 표현하는것에 집중하였다. 이것은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비어있는 모순적인 장면이다. 관객이 스스로의 경험과 개인의 역사를 반영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 이지영
Vol.20240704d | 이지영展 / LEEJEEYOUNG / 李知盈 / photography.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