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안유선 주최,주관 / 서초문화재단_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10:00pm / 월,공휴일 휴관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seoripul gallery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3길 1 예술의전당 앞 지하보도 Tel. +82.(0)2.3477.2074 www.seoripulgallery.com @seoripulgallery www.youtube.com/seoripulgallery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는 인간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공간(space)인 지하보도에서 인간이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서적 유대를 맺게 되는 장소(place)인 전시장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시 《동굴은 무대다》 는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가 보여준 공간의 장소화를 살피고, 이를 추동시킨 인간의 '몸'을 주목한다. 누군가 어떠한 공간을 경험하고, 기억하며, 의미를 부여해 관계를 맺어 장소로 다가오는 과정은 몸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간을 장소로 지각하는 경험은 몸을 통해 이루어진다. ● 전시에 참여한 여섯 작가 김연진, 박미정, 박소현이, 박수연, 오라희, 원정백화점의 작업에는 다양한 세계에 자리한 몸들이 등장한다. 각기 다른 세계에 있는 듯 보이는 몸들은 전시장이라는 장소에서 만나 서로 중첩되고 연결되며 의미망을 형성한다.
김연진과 박수연은 비가시적인 자신의 몸 내부를 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김연진이 유리로 조각한 여성의 병든 난소와 암세포는 그로테스크함을 자아내는 동시에 아름다우며, 여성암 선고 를 앞두며 느낀 심리적 상황들과 뒤엉킨다. 내밀한 몸의 경험과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형태의 변주를 보여주는 김연진의 유리 조각은 가변적인 몰드를 통해 제작되거나, 개별적인 개체였던 것들이 우연과 의도 아래 모이고 흩어지며 예상치 못한 감각을 불러낸다. 박수연은 무용하기 좋은 신체를 만들기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자신의 몸을 재개발했던 경험과 20년간 거주했던 구의동의 재개발을 연결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박수연을 비롯한 세 명의 무용수들은 유일하게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시장의 골목에 자신의 몸과 장소 안에 놓인 기억을 되짚어본다. 서로를 바라볼 때 혹은 바라보지 않을 때의 신체 변화를 탐구한 영상에도 등장하는 박수연의 몸은 전시 기간 중 이루어지는 퍼포먼스를 통해 전시장에 위치하며 이전과는 다른 장소성을 마주하게 된다.
원정백화점과 박미정은 미디어 매체와 사회에서 다뤄지는 몸에 관심을 둔다. 원정백화점은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여성 신체 이미지의 환상성에 주목한다.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이러한 판타지를 원정백화점은 신화적 형식을 빌려 현실 공간에 있는 자신의 몸과 스크린으로 끌어들인다. 환상적인 이미지를 잠시 붙잡아 변모하는 자아를 만들어내는 시도는 시공간적 경험을 확장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짧은 러닝 타임으로 구성된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과 부산현대미술관 내외부에서 진행된 퍼포먼스를 담은 긴 러닝 타임의 영상을 동시에 선보인다. 매끈하게 완성된 하나의 작업물 같은 뮤직비디오와 디렉팅이 오고 가는 촬영 현장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 영상은 대비를 이루는 동시에 서로의 이면을 드러낸다. 우리에게 보이지 않고, 인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다뤄온 박미정은 이번 전시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털 기계를 선보인다. 박미정에게 털은 인식되지 않는 것이자, 없다고 여겨지는 것을 감지하는 촉수로 작용한다. 이는 털은 외부 자극에 항상 노출되어 있지만, 우리가 털의 떨림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발견에서 출발한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털은 정돈과 관리의 대상으로, 사회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조건 아래서 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을 감지하는 촉수'로 가시화될 수 없다.
박소현이와 오라희는 타인의 몸에 새겨진 기억을 자신의 몸을 경유해 되짚어본다. 박소현이는 자신의 만든 영화 속 인물들과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던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겨진 사진들과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구술을 통해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하며, 사진을 찍고 영화를 만드는 행위에 대한 질문과 소리를 내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던 영화 속 인물인 진하를 재현하며 남은 흔적을 다시금 바라본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속도와 궤적은 작가의 몸, 손을 통해 회화로 구현된다. 오라희는 부재하는 타인, 특히 여성을 작업을 통해 구현한다. 수필가인 할머니의 신체적 증상과 누수가 진행 중인 오래된 집을 연결지으며 수필가인 할머니가 없는 오래된 집을 살피며 글을 쓰는 자신이 할머니로부터 기원 된 것임을 느낀다. 오라희는 수정되지 못해 하얗게 탈락된 여성 생식기의 덩어리인 백체를 흑백 영화의 매체적 특성과 함께 이야기하거나, 밤의 경과와 여성의 몸 사이의 관계를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에서부터와 프랑스 기차역에서 촬영했던 35mm 이미지 등을 통해 가시화한다. 개인적인 서사부터 여성의 역사까지 다루고자 하는 영상 작업들은 오랜 시간 작가가 수집한 자료와 작성한 글과 함께 전시되며 수행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그리고 전시는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를 동굴로 바라보며 또 한 번의 장소화를 시도한다. 이는 여섯 작가의 작업을 마주하는 장소가 지하보도였던 기억을 지닌 전시장이 아닌 다른 장소로 변모할 수 있음을, 다양한 장소감을 불러내는 유동적인 존재임을 드러낸다. 길게 늘어진 통로로 이루어진 전시장의 형태와 작품을 마주하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감각되는 눈부심은 전시장을 동굴로 바라보게 하는 동시에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떠올리게 만든다. 플라톤의 비유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감각한 눈부심은 진리에 가까울 것이고, 지나온 전시장은 벗어나야 하는 거짓된 세계일 것이다. 하지만 여섯 작가의 작업이 놓인 전시장은 거짓된 세계가 아닌 무대가 된다. 플라톤의 동굴에서 실재로 여겨지는 그림자가 일렁이는 무대가 아닌, 각자의 몸으로 받아들인 세계가 펼쳐지는 무대가 된다. 이렇듯 동굴은 무대이며, 눈부심은 '나'의 몸이 감각하게 될 세계가 된다. ■ 안유선
○ 전시 연계 프로그램 1. '동굴은 무대다' 전시 연계 퍼포먼스_「도이고」 - 기간 : 2024년 07월 21일(일) 16:00~ (약 15분, 1회 진행) - 장소 :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전시실 - 대상 : 관람객(별도의 예약 없이 현장 참여 가능) - 진행 : 박수연(참여작가, 퍼포머), 김민지(퍼포머) - 내용 : 움직임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몸의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다는 공통 과정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변형과 해체를 위한 원본의 필요로 정가를 배워본다. 노래 테크닉을 분석하고 직접 소리를 내보며 그것을 확장 시킬 수 있는 몸의 형태를 만들고, 반대로 움직임의 접근으로 소리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실험해 본다. 서로를 복사해서 따라 하고 그것이 자유롭게 변형되는 과정을 거치며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몸과 소리로써 넘나들며 간극을 줄여보고자 한다.
2. '동굴은 무대다' 어린이 연계 프로그램_'나의 몸 탐구하기' - 기간 : 2024년 07월 20일(토) 13:00, 15:00 (2회 진행) - 장소 :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전시실 - 대상 : 초등학교 4학년 이상 (회차당 5명 선착순 모집) - 진행 : 이현진 (오늘도아트 미술교육원 대표) - 내용 : 전문해설사와 함께 전시를 관람한 후 전시와 작품과 관련된 설명과 함께 오브제 만들기
3. '동굴은 무대다' 상설 체험 프로그램_'동굴을 비추는 유리 무드등 만들기' - 기간 : 전시기간 내 상시 진행 - 대상 :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 내용 : 유리 캔들 홀더에 아크릴마커를 사용하여 자유롭게 꾸미고 티캔들을 담아 '동굴을 비추는 유리 무드등'을 완성한다. (홀더 및 캔들 1인당 1개 제공)
Vol.20240702d | 동굴은 무대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