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The Visible and the Invisible

서윤아展 / SUHYOONA / 徐允雅 / mixed media   2024_0627 ▶ 2024_0707 / 월요일 휴관

서윤아_돌과 책_리넨에 오일바_130.3×162.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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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아 홈페이지_www.yoonasuh.com 인스타그램_@yoona_suh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서윤아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2024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05:30pm 입장마감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삼청로 18 (사간동 78번지) B1 Tel. +82.(0)2.720.5114 www.kumhomuseum.com @kumhomuseumofart

작가 서윤아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주제의식을 확장하여 감각, 지각, 인지, 경험으로 구성되는 예술로서의 경험에 대한 탐구를 다양한 매체와 사고를 통해 전시의 형태로 구조화 하고자 한다. 또한 감상이라는 감각행위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우리는 작품과의 감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며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찰을 가시적인 시각매체를 통해 비물리적이고 비가시적인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서윤아_저울_리넨에 오일바_30×30cm_2019
서윤아_글과 생각_장지에 목탄_130.3×162.2cm_2015

검은색 너머의 세계 ● 언젠가 다시 태어나면 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돌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건이 집적되고 남은 것이 퇴적되어 비로소 생성된 물질이자 억겁의 시간을 품은 존재다. 우리는 돌을 보고 만질 수 있지만 거기 담긴 우주의 시간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돌의 무늬가 아무리 지나온 시간을 표상한대도 의미를 모두 그려낼 수는 없다. ● 사람의 몸과 사회에 누적된 시간, 마침내 퇴적한 표상들 또한 같다. 우리는 보이는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언제나 인지하고 구분하고 판단하길 거듭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아가는 의미를 모두 헤아리기 어렵다. 정확히 인지하느라 정작 느껴야만 하는 것들을 놓치고 껍데기만 줍고 있지는 않은지 문득 불안이 엄습한다. ● 그래서 돌이 되고 싶었다. 알기 위한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각하며 지켜본 것들을 자연스레 자신의 몸에 담는 돌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내리쬐는 빛의 양과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과 공기에 차오르는 습기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며 눈앞의 세계와 흐르는 역사를 조망한다. 그리하여 더욱 모든 것을 아는 존재가 된다. ● 서윤아 작가가 그리는 것들은 돌이 품고 있는 무언가를 닮았다. 그는 이처럼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것들, 실제로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들을 "검은 무엇"이라고 부른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책 『검은색』(2020)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검은색으로 칠한다고 했다. 드넓은 우주의 작은 존재인 인간은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없고, 무언가 이해한다 하더라도 모순 없는 이론을 완성하기란 요원하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인식에서 결여된 어떤 부분을 메꾸기 위해 검은색으로 칠하거나, 칭하는 것이다. '블랙홀'처럼 말이다. 검은색은 이성적 사유의 반대편에 위치한다. ● 작가가 그리는 것 또한 그렇게 인식을 비껴간 "무엇"들이다. 작가의 몸에도 남아 있는 어떤 것, 보이지는 않지만 감각할 수 있는 것들을 담아낸다. 이는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사회의 전체에 내재된 기억을 느끼는 것일 수도, 어쩌면 아주 멀리 있는 무언가와 느슨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연결된 감각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는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상념을 그린다고 말한다. 즉, 작품에 드러나는 상징적 이미지나 은유적인 이야기에는 구체적으로 인지해서 찾아내야 할 정답이 없다는 뜻이다. ● 다만 그가 하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캔버스 위에 잠시나마 앉히려는 노력이다. 두꺼운 장지에 목탄을 문지르는 동안 가루가 날리며 재료와 사람이 하나의 검은 덩어리가 된다. 오일 스틱을 문지르며 뿌옇게 흐려지는 이미지 속에서 그는 더 모호한 것을 찾는다. 그의 행위는 그린다기보다는 감각을 묻히는 행위, 헤매는 행위에 가깝다. 그사이에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고, 우리는 그 보이는 것으로부터 다시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다. 표면을 넘나들며 서로의 시선이 얽힌다.

서윤아_불을 지고 가는 사람_루프 애니메이션_2024

한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평면 작업을 넘어 전시 공간과 작품 감상 경험이라는 구조를 이용함으로써,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관객이 적극적으로 함께 감각할 방법을 모색한다. 이곳에서 언어는 언어로 사용되지 못하고 흩어지고, 보이도록 그린 그림은 보이지 않도록 놓여 있다. 관객의 인지 구조를 흐트러뜨림으로써 더욱 새롭게 감각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가 만든 장소에서 우리는 보여도 보지 못하고, 보이지 않아도 무언가를 본다. ● 물론 우리 앞에는 검은색뿐이다. 검은색이 칠해진 공간은 이성적 사유가 아니라 감각으로써 다가갈 수 있는 곳이다. 어둠을 슬며시 걷어내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우리의 시선이 교차하며 겹겹의 진실이 부풀어 오른다. 중요한 것은 인식과 판단이 아니다. 돌이 그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공기의 덩어리를 최대한 많이 감각하여 각자 의미를 발견하는 일, 그리하여 존재를 더 멀리 확장하는 경험이다. ●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낸 서윤아의 작품조차 이 세계를 지탱하는 것 중 가시화된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여기에도 공기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산재한다. 작품뿐 아니라 우리 각자가 가진 검은색들이다. 나의 기억, 당신의 그림자, 우리의 흔적처럼 있어도 보이지는 않는 것들. 그러나 분명히 여기에 있다. 지금 여기에서부터, 나의 검은색을 당신에게 묻히고 당신의 검은색을 내게 묻힌다. 서로 감각을 넓게 펼치는 사이에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의 교집합은 더욱 팽창한다. 우리는 그때 비로소, 눈을 감은 채 검은색 너머를 엿본다. ■ 김지연

전시연계토크 프로그램 - 우리가 미술로서 감각해야 하는 것들과 그 방법들 - 일시 : 2024.07.06.(토) 14:00-17:00 - 장소 : B1 전시장 내 - 신청 : 구글폼 신청(forms.gle/8RV6uqvTKARWaUe27)

- 모더레이터|정상연(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우리가 본다는 것: 국립중앙박물관 '공간 오감' 이야기|장은정(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 - 글쓰기와 전시 감상: '분위기'를 통과하는 일|김지연(미술비평) -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쉬운 전시 해설|주명희(소소한 소통 총괄본부장) - 감각의 필연|이충녕(철학가, 유튜브 채널_충코의 철학)

- 참가비 : 무료 - 모집인원 : 30명 - 문의 : [email protected]

Vol.20240627a | 서윤아展 / SUHYOONA / 徐允雅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