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

배문경展 / BAEMOONKYOUNG / 裵文卿 / installation   2024_0626 ▶ 2024_0713 / 월요일 휴관

배문경_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혼합재료, 프로젝션 맵핑_00:03:00, 설치_202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40425f | 배문경展으로 갑니다.

작가와의 만남 / 2024_0626_수요일_05:30pm

지역작가 공모 지원사업 A-ARTIST Ⅳ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수성아트피아 SUSEONG ARTPIA 대구 수성구 무학로 180 Tel. +82.(0)53.668.1840 www.ssartpia.kr @ssartpia_official

상상의 나래 ● 산과 들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놀던 어린 시절은 옛이야기가 되었다. 온·오프라인 소통이 일상인 메가시티 속에서 아이들의 체험학습은 습득방식의 차이만큼이나 감각의 체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자연생태계의 보존과 메가시티를 향한 성장이라는 상호모순적인 관계와 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배문경작가는 이렇게 서로 양립하지 못하는 정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으로 영상작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시대적 변화에도 아이들의 세상은 모험으로 가득하고 다양한 감정을 극적으로 표출한다. 이를 기저로 하는 아동의 창의력과 사고력은 자신이 발견한 세계에 대해 궁금증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을 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배문경은 아이들을 키우는 감성으로 새로운 창작의 방식을 시도해 왔다.

배문경_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혼합재료, 프로젝션 맵핑_00:03:00, 설치_2024
배문경_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혼합재료, 프로젝션 맵핑_00:03:00, 설치_2024
배문경_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혼합재료, 프로젝션 맵핑_00:03:00, 설치_2024
배문경_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혼합재료, 프로젝션 맵핑_00:03:00, 설치_2024

첫 개인전 『CLONED FRAME』에서는 인간의 억압과 복제된 삶 그리고 보편화된 사회구조와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설치와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스틸로 만들어져 군집을 이룬 인간형상들 위로 반사되는 빛과 색은 억압을 극복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겼다. 세 번째 개인전 『3D_Imaginary World』에서는 2차원의 명화 이미지를 3D 프로그램으로 모델링하여 입체화했다. 작가는 "너무 익숙하게 보는 평면을 입체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신윤복의 '미인도'나 '고흐의 방' 그림도 있지만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와 같은 입체주의 작품처럼 다시점으로 흐트러져 있는 것을 제가 다시 자연스럽게 입체로 만드는 작업이 흥미로웠어요." 2019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에 선정된 배문경은 『이상한 나라의 민화이야기』를 주제로 끌어내며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거나 다른 곳에 가고 싶다거나 재미있는 것이 없는지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나의 전시공간에 들어왔을 때 관람객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의 민화 이야기'를 느끼길 바랐다. 마치 잠깐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기분 전환도 될 수 있고 그래서 그 일상에서 잠깐의 다른 행복을 찾아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보고 싶었다."(작가와의 대화) 이런 마음이 담긴 작가의 민화이야기는 한국적 내러티브가 강한 호랑이, 해태, 신구 등 동물과 식물 민화그림을 3D로 프린팅 한 입체로 만들어 오방색을 이용한 영상매핑작업, 사운드로 공간의 울림을 최대화하며 일상을 떠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배문경_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혼합재료, 프로젝션 맵핑_00:03:00, 설치_2024
배문경_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혼합재료, 프로젝션 맵핑_00:03:00, 설치_2024
배문경_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혼합재료, 프로젝션 맵핑_00:03:00, 설치_2024

상상과 기억 ● 결혼과 출산으로 작업환경이 바뀌고 삶의 패턴도 달라진 배문경의 시선은 사회적이고 실험적인 부분에서 가족적이고 내밀한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작품의 주제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바라보게 되는 세상에서 아이들의 순수한 상상을 담은 마음의 창을 열어 간다. 이번 전시 주제 『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는 토끼굴에 빠져드는 어린 앨리스처럼 주인공의 상상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른이 된 앨리스가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그들의 세상에 초대되어 들어가는 구조이다. 작가는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곤 했다. 비 오는 날 첨벙거리며 좋아하는 것도, 아파트 화단을 들여다보고 개미나 거미를 관찰하며 신기하고 흥미진진하게 질문을 쏟아내는 것도, 조그만 일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는 것 등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은 작가에게 생의 원동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가는 작품세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전시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순수한 동심으로 보고자 시도한 '작은 시선 큰 세상'이다. 순수한 동심이 담긴 이번전시는 감상을 위한 '영상설치'와 '관객참여'를 위한 체험으로 공간으로 이분화했다.

배문경_그림일기_OHP 필름, 마커_설치_2024
배문경_그림일기_OHP 필름, 마커_설치_2024
배문경_그림일기_OHP 필름, 마커_설치_2024
배문경_그림일기_OHP 필름, 마커_설치_2024

이상한 나라의 상상은 한쪽 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거미줄과 나뭇잎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아이들이 자기중심적 사고로 사물을 보듯이 상상이야기의 중심인 자연을 극대화해서 바라보는 방식이다. 3D프린팅으로 제작된 거미와 개미는 각각 거미줄과 바닥, 벽에 설치되고 바닥에는 흰색 볼들을 배치하여 생명을 잉태한 거미와 개미 알의 형상을 확대 재해석했다. 아이들의 관찰 대상이며 작품의 중심이 되는 거미는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를 통해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아라크네(Arachne)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난시(Anansi)는 서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민담에서, 타란텔라(tarantella, 이탈리아의 빠른 춤곡)는 거미에 물렸을 때 추는 춤 등 거미 이미지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창조, 인내, 치유 등에 대한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 배문경의 거미와 거미줄은 상상이야기의 출발이며 보슬비가 내리는 듯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이미지와 빗소리와 함께한다.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듯 핑크색과 녹색 빛 사이를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 오버랩되는 영상의 전개는 다양한 색과 화면구성 그리고 소리와 음악으로 아이들의 일상이 투영된 영상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은 꽃과 풀이 비를 맞으며 흔들리는 풍경을 파랑, 빨강, 핑크, 연두 등 추상적 색-면-점으로 단순화시켰다.

배문경_그림일기_OHP 필름, 마커_설치_2024
배문경_그림일기_OHP 필름, 마커_설치_2024
배문경_그림일기_OHP 필름, 마커_설치_2024
배문경_그림일기_OHP 필름, 마커_설치_2024
배문경_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展_수성아트피아_2024

기억 이야기 편에서는 14x14cm의 다이아몬드형 투명필름에 드로잉 한 60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투명필름에 일상의 다양한 모습과 기억을 담은 그림들은 밝은 빛이 투과됨으로써 벽면에 알록달록한 그림자 상을 맺히게 설치한다. 관객참여가 가능한 이 작품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던 소중한 추억이 만나는 기억저장고가 되는 곳이다. ● 배문경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현실계로 돌아온 듯하다. 작가의 작업실은 자녀 돌봄과 양육을 위해 집안으로 들였고 삶과 일상이 작업의 원천이 되었다. 끊임없이 거미줄(web)을 치며 자신의 삶을 예술에 투영해 가는 배문경은 여성 작가로 어머니로 또 아내로 아라크네의 직조기술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행복으로 향하는 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를 통해 저마다의 기쁨과 환희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정명주

Vol.20240626d | 배문경展 / BAEMOONKYOUNG / 裵文卿 / installation

@ 제주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