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 2024_0626_수요일_05:00pm
지역작가 공모 지원사업 A-ARTIST Ⅲ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수성아트피아 SUSEONG ARTPIA 대구 수성구 무학로 180 1전시실 Tel. +82.(0)53.668.1840 www.ssartpia.kr @ssartpia_official
함께, 삶 ●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매우 정치적인 동물(zoon politikon)," 즉 사회적인 동물이라 이야기했듯, 인간은 다른 인간은 물론, 동식물을 포함하여 다양한 대상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의 삶에서 가장 익숙하고 가까운 동물을 꼽으라면, '개'가 빠질 수 없다. 개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함께한 존재로 알려져 있으며, 충직한 보호자, 정서적인 동반자, 친구, 그리고 사랑스러운 가족 구성원 등으로 혼자 살 수 없는 인간의 곁에 머물러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와 함께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이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면서, 과거에는 '애완동물'로 여겨졌던 그들은 이제는 '반려동물'로 불리며, 말 그대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애완(愛玩)'은 '사랑하다'와 '완구'를 의미하는 두 한자의 조합으로, 단어 그대로 '사랑하는 장난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동물을 단순히 소유물이나 장난감처럼 여기는 인식을 반영한다. 반면, '반려(伴侶)'는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동반자로서의 동물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개를 단순한 애정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친구나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완전히 달라진 시각을 보여준다.
작가 이동재는 이러한 포스트 휴머니즘(Posthumanism)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반려동물로서의 개를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포스트 휴머니즘은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 모든 존재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철학적 접근이다. 인간과 동물, 식물, 심지어 인공지능까지도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 기술, 다른 생명체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하며, 모든 존재의 가치를 존중한다. 이렇게 그는 전통적 인문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인 존재 중 가장 친밀한 개가 상호작용하고 공존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 속에서 개는 인간과 동등하다. 과거의 상하 주종 관계가 아닌 함께하는 평등한 존재로서 표현된다. 심지어 그의 작품 속 개들은 의인화되지 않지만, 마치 인간과 인간이 어울려 있는 것처럼 함께하는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화면 구성 역시 인간에게만 치우치지 않으며, 구도나 색상의 사용에 있어서도 인간과 개는 동등하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개와 인간 모두가 주인공이다.
이러한 관계의 어울림은 그의 색채 표현에서도 두드러진다. 평면적이고 다채로운 색상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어색한 곳이 없다. 색 면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분명 개성 강한 색채이기에 이들이 과연 어울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그의 작품 속에서는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으며 함께하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심지어 보색을 사용하여 채색했을지라도 이들은 어색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이는 개와 인간이 각각 하나의 생명체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색에 있어서도 작가가 많은 연구와 고민을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는 작가가 개를 대하고 사랑하는 방식이 작품 속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를 돌보고,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개 역시 사회적 동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길게 견디기 힘들어 한다. 또한, 개는 주인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놀이가 필수적이다. 작가로서 바쁘게 생활하는 그에게 이들의 결핍을 채워 주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어린 시절 개집에서 함께 잠을 청했을 정도로 개를 사랑하는 작가는, 현재 개를 키우지는 않지만 유기견 봉사를 통해 개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이 애정에 그는 생계를 위해 잠시 멈추었던 미술에 대한 갈증과 열정을 화폭 위에 추가한다. 다시 붓을 잡은 후, 그는 사랑하는 대상을 가장 자신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며,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절대 붓을 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러한 애정 때문에 그의 캔버스 속 인물과 개는 무표정해 보이지만 절대 슬퍼 보이거나 우울해 보이지는 않는다.
개와 미술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는 이동재의 작품에서 개와 인간은 진정한 동반자로 표현된다. 이는 개와 인간의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생명의 소중함과 모든 존재가 행복할 권리까지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개와 인간의 평등한 동반자 관계를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며, 그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상호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인간과 동물, 나아가 모든 생명체가 평등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한다. 그의 작품은 이러한 철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사회적 시각을 작품으로 구현하고, 관람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함께하는 평등한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Good Friends』라는 전시 제목이 보여주듯, 그의 작품은 진정한 친구로서의 존재의 관계를 보여주고, 그 속에 담긴 사랑과 연대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다. ■ 정연진
Vol.20240626c | 이동재展 / LEEDONGJAE / 李東宰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