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굴 Speleology: face 乻, 窟

신영주展 / SHINYOUNGJU / 愼瑩株 / mixed media   2024_0615 ▶ 2024_0713 / 일,공휴일 휴관

신영주_OOPArtseries 022: 예맥의 흙인형_ 필라멘트, 점토에 아크릴채색_가변크기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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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인스타그램[email protected]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기획 / 서울시_(사)서울영상위원회_오!재미동 갤러리

관람시간 / 11:00am~07:55pm / 일,공휴일 휴관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 미술동네 OHZEMIDONG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 지하 199 충무로역사내 Tel. +82.(0)2.777.0421 www.ohzemidong.co.kr @ohzemidong

낯익은 '낯섦'을 창조하다 - 신영주가 짓고 일으킨 '오파츠'의 언캐니 미학 ● 그는 크게 다르고 낯설어서 '낯선 것', 익숙하지 않아서 '튀는 것'들의 세계를 빚는다. 그 세계는 우리가 사는 이 현실계에 맞붙어 있으나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이곳 바깥의 세계다. 그 '바깥'은 과거일 수도 있고 미래일 수도 있다. 그가 빚어내는 형상들은 안보이고 안 들리고 안 잡히는 세계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종종 우리는 그 세계를 보이지 않아서 귀신의 세계라 하고, 종잡을 수 없어서 도깨비의 세계라고도 부른다. 또는 지금 여기의 시간을 벗어난 시간으로서 먼 과거/미래에서 불러내 세우기도 한다. 까닭은 현실계와 비현실계(혹은 현실계와 초현실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영주는 '현재위치'라는 여기 이 자리에서 슬쩍 벗어나 보라고 말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그 새로운 틀과 '현재위치'를 일부러 부딪히게 한다. 「OOPArtseries 022: 예맥의 흙인형-요괴(easy) 」(2022)는 도깨비와 귀신의 세계요, 「동아랍토르」(2021)는 공룡의 세계다. 그가 '예맥의 흙인형- 요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참 흥미롭다. 예맥(濊貊)은 예맥족으로 한민족의 오래된 조상이다. 옛조선(古朝鮮) 너머의 시간이다. 사람의 시간으로는 도저히 쥐어 잡을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이다. 「동아랍토르」는 "무슨무슨 사우르스 무슨무슨 랍토릅…"라고 고백하는 그 자신의 혼란에서 시작된 듯하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무언가의 실체를 밝히더라도 반드시 '빈 여백'이라는 상상의 영역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는 이렇듯 먼 시간을 건너가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백의 형상들을 가져왔는데, 우리 앞에 드러난 그것들은 그야말로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다. 그가 새기고 빚어낸 형상들은 이미 있어 온 형상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낯설고 튄다. 그런데 이 '낯섦'은 '낯익은 낯섦(uncanny)'에 가깝다. 낯익은 낯섦은 달리 말해 낯익은 두려움이요, 낯익은 공포라고도 할 수 있다.

신영주_OOPArtseries 022: 예맥의 흙인형_ 필라멘트, 점토에 아크릴채색_가변크기_2022
신영주_OOPArtseries 022: 예맥의 흙인형_ 필라멘트, 점토에 아크릴채색_가변크기_2022

낯익은 낯섦․두려움․공포로 푸는 언캐니(uncanny)는 머리로 알아차릴 수 없는 힘듦에서 비롯한다.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굳게 믿을 수 있는 그 '무엇'이 뒤흔들려서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 '무엇'을 그래서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기이하게 느껴지는 어떤 느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저 도무지 그 '무엇'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뿐이다. 예컨대, 어떤 상황에 마주했을 때 이미 '보았다'는 느낌으로서의 '데자뷔(deja vu)'라든가, '다른 자아'로서 지금의 내가 아닌 두 번째 자아(alter ego)를 느낀다거나, 몸의 감각을 뛰어넘어서 느끼기도 하는 '심령(心靈)' 같은 게 바로 그것이다. 신영주의 작품들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런 '언캐니'한 느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동아랍토르」에 대해서 그는 "존재할 수 있는 뼈", "알지 못하는 뼈"라고 말한다. 존재할 수는 있으나 알지 못하는 뼈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 뒤에 그는 이름을 지어 붙인다. '동아랍토르'라고. 그렇지만 그것은 '무엇'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공룡은 아니다. 그는 상상의 영역으로 들어가 '빈 여백'을 채우듯이 자신만의 공룡을 빚어냈기 때문이다. 「무언가의 뼈」(2021)는 그의 작품이 지향하는 미학적 개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그 어떤 무엇의 뼈도 아니면서 그 모든 그 무엇들의 뼈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이것은 분명히 뼈의 기념비다. 뼈의 사실이요 뼈의 역사이며 뼈의 미학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어떤 뼈의 실체도 아니다. 그가 공룡을 상상하면서 느낀 '언캐니'의 실체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 무엇인가의 '무엇'을 밀고 밀어서 믿어지는 '믿음'에서 맞닥뜨리는 낯섦, 두려움, 공포.

신영주_OOPArtseries 044: 山海經_ 필라멘트, 점토에 아크릴채색_가변크기_2022
신영주_OOPArtseries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3

2022년에 그는 「OOPArt series 023: 예맥의 작전판모형」(2022)을 제작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존재할 수 없고 설명이 안 되지만 그럼에도 존재하는 유물들"이라고 작가노트에 적었다. 그는 아예 작정을 하고 그 '무엇'을 찾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을 '유사발굴학'으로 집대성하는 전략을 짰다.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터무니없음'을 짓고 일으키는 것이 또한 예술가의 작업이 아닌가! 첫 생각은 「동아현장일지」(2021)을 만든 것이었다. 동아대학교 어딘가에서 대량으로 토우들이 발견되었는데, 일지는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이 '발견'은 예술이 상상하는 실체로서의 '환(幻)'이요, 허구다. 그렇지만 그의 허구는 '세계관'을 잉태하는 가장 놀라운 사건이며 실천이다. 그는 "역사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신념 속에서 '신영주 세계관'을 만들기 시작한다. 역사적 사건을 세우고 그것을 기록하며 그에 따른 자료들을 하나둘 구축해 나갔다. 그는 모든 과정의 무늬를 직접 새기고 깎고 다듬고 쓰면서 하나하나 완성해 간 것이다. 「동아현장일지」가 그 모든 구상의 설계도라면 「OOPArtseries 022: 예맥의 흙인형」은 흙을 빚고, 또 3D프린트로 직조해 낸 상상의 발굴 조각들이다. 그가 스스로 짓고 이어서 만드는 토우들은 오직 그에게만 전수되어 온 조각들일지 모른다. 토우에 관한 그의 기록을 보자. "2022년 대량의 토우들이 발굴된다. 무조건적으로 '나'를 지키는 수호신부터 일상 속의 풍경, 낯선 모양까지. 현대의 삶과 발굴된 유물들은, 어쩌면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사람들은'낯선 대상', '익숙하지 않은 대상'에 거부감을 일으킨다. 더 나아가 틀린 것이라 단정 짓기도 한다. 익숙하던 현재 위치에서 벗어나 '낯선 대상'이 되어버린 '오파츠'라는 이름의 유물들. 하지만 이상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이미지들이 정말 '낯선 대상', '익숙하지 않은 대상'으로만 추부되기에 우리는 너무 편견만을 가지고 바라본 것이 아닐까."

신영주_oopart: 죽은자를 위한 선물_혼합재료_32×23×27cm_2024
신영주_oopart: 죽은자를 위한 선물_혼합재료_32×23×27cm_2024

그의 작품들은 '오파츠(Out-of-place artifacts, OOPART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름은 '시대를 벗어난 유물들'이란 뜻이다. 그리고 이 '오파츠'는 미국의 자연주의자이자 미확인동물학자인 이반 T. 샌더슨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역사학에서나 고고학에서, 또 고생물학에서 가능해 보이지 않는 물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물체를 뜻한다. 불가능하고 비정상인 물체라는 의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가 주장하는 '오파츠'의 개념은 '발견'이나 '발굴'에서 현재의 문명보다 더 뛰어난 문명의 물건이 발견되었을 때, 더 나아가 사람이 살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흔적'이 나왔을 때를 가리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류 역사학이나 과학계에서는 이 개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확인되지 않는 '미확인동물'이거나, '고대우주비행설'이라거나, 또는 '젊은지구창조설' 등의 미스터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무위키(namu.wiki/w/오파츠)에 자세하게 오파츠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실제 유물을 사례로 설명한 부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영주_oopart: 죽은자를 위한 선물_혼합재료_32×23×27cm_2024
신영주_oopart: 죽은자를 위한 선물_혼합재료_32×23×27cm_2024

최근에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고베클리 테페, 나스카의 지상화, 님루드 렌즈, 텐데라 신전 단지 중 하토르 사원의 부조, 바그다드에서 발견된 원시 축전지, 잉카제국의 건축물들, 피리제독의 지도 등 기존의 미스터리 유물들도 오파츠로 접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영주는 역사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과학 또한 실증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모두 존재에 대한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편견'으로는 근원적인 물음에 다가갈 수 없다. 가능성은 닫히고 호기심은 주저앉는다. 그가 작업을 일으키는 자리는 바로 이 가능성의 '열린' 자리다. 호기심을 세워야 우리가 상실한 '너머'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한되지 않는 존재의 영역을 찾아 나섰다.

신영주_OOPArt series 051: 예맥의 안내자_ 필라멘트, 점토에 아크릴채색, 스톤 젤_가변크기_2022
신영주_OOPArt series 051: 예맥의 안내자_ 필라멘트, 점토에 아크릴채색, 스톤 젤_가변크기_2022

어쩌면 모든 예술은 '낯섦'에서 오는 것이다. 익숙하고 당연한 것은 새로운 언어를 만들지 못한다. 새로운 상상도 짓고 일으키지 못한다. 그의 '오파츠'는 우리 민족의 옛 미학을 보여주는 낯익은 낯섦이면서 정겹다. 그것을 완전히 새롭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가 찾아가려는 길은 낯선 길이요 보이지 않는 길이다. 나는 그가 찾아가는 그 길이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그래서 우리 모두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세계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아니 그는 이미 그 길의 입구에서 우리를 초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김종길

신영주_동아현장일지_종이에 펜_26.5×19cm_2021
신영주_무언가의 뼈2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3
신영주_오파츠 연구소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2

알 수 없는 유물들을 감춰두었던 동굴. 이곳은 수 많은 토우들이 전시되어 있던 곳으로, 현재는 역 내에 숨겨져있다. 많은 신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 이곳은 불로불사의 신선, 영생의 유토피아, 자유와 환상 등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것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과거 고대인의 꿈과 당시의 사회, 역사 등 이미지들을 마주하지만, 이는 우리 현대인들이 꿈꾸는 이미지와도 맞닿아있다. ● 가상의 유물들과 가상의 신화 이야기. 나에게 있어 역사는 역설적으로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며, 그로 인해 더 이상 오직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할 수 없다. 역사 속 조명받지 못한 맥락, 우리가 끝끝내 알 수 없는 것이 언제나 존재한다.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섣불리 확신하지 않도록 이면을 보고자 한다. 이 장소에서는 단순한 가상의 흙인형일지 몰라도,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던 모든 가치들에 의문을 던지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 전시명 『얼, 굴(乻,窟)』은 우리가 보는 본질인 정신의 핵심 '얼' 과 동굴의 '굴'을 합성한 단어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동굴 얼, 굴을 관람하며 신비로운 낭만의 과거 이야기와 삶과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다. ■ 신영주

Vol.20240615b | 신영주展 / SHINYOUNGJU / 愼瑩株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