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 2024_0614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8:30pm / 6월17일 휴관
현대백화점 천호점 갤러리 H GALLERY H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1005 13층 www.ehyundai.com
윤종효 작가의 『울림을 보다』 전시는 종탑, 공장, 묵상 세 가지 작은 주제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종탑의 역사적 가치와 공장으로 대표되는 물질주의의 대조를 통해 현대인의 내적 갈등을 조명하고 이를 묵상으로 표현한다. 서울대 손봉호 명예교수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초월세계를 생각케 하는 종소리를 시각으로 듣게 한 이 전시가 삶의 깊이를 더하는 '잠깐의 멈춘 시간과 공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고 추천했다. 윤종효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상반된 주제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울림의 바라봄을 통해 현실과 이상 속에서 갈등하는 '나'를 바라보고, 이 시대의 흐름을 기록하고자 하였다. ■
추천사 ● 종은 예로부터 주로 시간을 알리는데 이용되었다. 새해가 첫 시간에 울리는 보신각 종소리가 그런 역사를 대변한다. 지금도 유럽의 작은 마을들에는 매 15분마다 오래 된 교회나 성당의 종이 울린다. ● 시계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는 그 종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고, 국제적인 표준 시간이 정해지기 전에는 교회 종이 알려주는 시간이 그 지역의 표준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저 시간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모임이 열리는 시간을 알리는 것이 보다 더 중요했다. ● 기독교 사회에서는 상당 기간 기도 시간과 예배 모임을 알리는 것이 종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프랑스의 자장가 "자키 수도사, 자키 수도사, (아직도) 주무세요? (아직도) 주무세요? 새벽예배 종이 울리네! 새벽 예배 종이 울리네! 딩당동, 딩당동."은 전 세계에 알려진 노래로 그런 배경을 재미있게 반영해 준다. ●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범종도 불교와 연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종소리는 우리로 초월세계를 생각하고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 그런데, 시계가 보편화되고 문화가 세속화되어 종소리를 소음으로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자 이제는 종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어졌다. 과학기술과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종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되니 초월세계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반성하고 느낄 경우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 이러한 사회, 문화적 분위기속에서 윤종효 작가의 이번 전시는 좀 특별하다 할 수 있다. "울림을 보다"란 전시회 제목이 말해주듯 세속의 깊은 수렁에 깊이 빠져 있는 우리에게 점점 희미해져 가는 초월세계를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종소리를 청각이 아니라 시각으로 듣게 하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어느 전시회보다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더 많이 요구하므로 그 내용이 그만큼 더 풍성하고 깊을 수 있다. ● 많은 분들이 이 전시회를 통해 삶의 깊이를 더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 손봉호
공명: 울림을 보다 ● [울림을 보다]는 세 가지 작은 주제들을 품고 있다. 종탑(鐘塔)의 정신과 영혼, 그 대척점에서 끊임없이 상업주의적 물질을 생산하는 공장 그리고 현실과 정신세계에서 갈등하는 나를 묵상(默想)으로 표현한다. ● 묵상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 물질적 욕망과 집착을 가라앉히는 구도(求道)를 담아낸다. 소유에 대한 끝없는 욕망과 집착으로 인하여 현대인들이 잃어버려 가는 정신적 여유와 호흡, 느림을 삶속에서 찾아가는 "찰나 (刹那)적" 멈춤이다. 우리는 상업적 재화가 풍족해 질수록 역설적으로 삶과 도덕적 가치들이 사라지거나 모호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가운데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관을 되짚으며, 지켜나가야 할 정신적이며 영적인 것들이 무엇인지를 "잠깐의 호흡을 통해 진한 공명(共鳴)"으로 전달해 보고자 한다. 묵상의 장소로는 의외의 장소이거나 상징성이 두드러진 곳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 국내에서 종탑은 기독교가 전파되고 예배당 건축과 함께 혹은 독립된 건축형태로 등장했다. 1983년 교회의 타종 (打鐘)이 소음 공해가 된다는 이유로 정부가 규제를 가하자, 타종을 하지 않는 교회가 생겨나고, 타종을 전자벨로 바꾸기도 했다. 또한, 교회 종탑의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 등으로 지자체에서 종탑을 철거하는 비용을 지원하면서 수 많은 교회들이 종탑을 철거해 왔다. 2차 세계대전 말미에 일제에 의한 한반도 수탈 시 특히 쇠붙이들을 빼앗았고, 교회와 사찰의 종들을 약탈하여 전쟁 무기화 했다. 일제에 의해 종탑에 내재한 정신과 영혼이 군수물자 공장에서 사람을 살상하는 전쟁의 무기로 역변(逆變) 하게 된 시대를 또한 지나왔다. ● 종탑(鐘塔)은 시민들에게 시간을 알리고 모이는 목적으로 건축되고 사용되었지만, 그 소멸과 더불어 정신과 영혼의 깊이를 알리는 알림들이 함께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 이런 종탑의 소재지를 파악하기 위해 개별 교회에 연락하여 "독립적 건물 형태의 종탑" 유무를 파악하거나 기독교계 신문광고 등을 통해 그 소재를 확인 후 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이미지를 확인 후, 역사적 의미와 형태적(유형학적) 아름다움이 있는 종탑들을 선정해 작업해 오고 있다. ● 종탑 붉은 줄은 구약성서 여리고성 정탐꾼과 기생 라합의 구원의 줄과 온 인류를 구원하고자 희생 제물로 드려진 그리스도의 구원이 붉은색으로 상징되어 연결된다. ● 공장은 묵상을 가로막는 상업주의적 물질을 생산하는 곳으로, 물질이 주는 풍요와 편리함을 간결한 상징으로 표현하여 묵상의 반대지점들을 짚으며 시각적 궁금증과 즐거움을 동시에 전달해 주고 있다. ● 묵상, 종탑 및 공장 세개의 이질적인 덩어리들 연결되어 충돌하면서 하나의 울림[공명]을 일으킨다. 이 울림의 시각화를 통해 현실과 이상(理想)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나, 우리 그리고 절대선이 사라지며 모든 것이 모호해지고 있는 이 시대상의 흐름을 마냥 바라보게 한다. ■ 윤종효
○ 윤종효(Jonny Yoon) NIKE, MONTBLANC, SAMSONITE, SEALY 등 글로벌 기업들에서 임원과 대표로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씰리코리아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는 주로 자연, 건축물 그리고 인간의 삶에 얽힌 행동양식들과 인생의 깊은 이면과 통찰들을 상징적 이미지로 재해석 하여 담아내고자 노력해 오고 있다.
Vol.20240614a | 윤종효展 / jonny Yoon / documentary.artistic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