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鬼귀몰

박부곤_심수옥_손이숙_이선애_이혜진展   2024_0613 ▶ 2024_06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비컷테이블

관람시간 / 12:00pm~06:00pm

빈스서울 갤러리 Beansseoul gallery 서울 마포구 대흥로 108 1층 Tel. +82.(0)2.706.7022 www.beansseoul.com

신출鬼귀몰. 네 번째, 감각의 모서리에 서다. ● 『신출鬼귀몰』展은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며 생각을 나누는 비컷테이블의 네 번째 전시이다. 참여 작가 다섯은 생계와 무관하지만 소위 "예술" 활동을 일상에서 영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그 활동의 시작점을 보여준다. 있지만 보이지 않는, 순식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찰나의 존재를 포착하는 과정을 드러내려 각자의 방식으로 고민했다.

신출鬼귀몰展_빈스서울 갤러리_2024
신출鬼귀몰展_빈스서울 갤러리_2024
신출鬼귀몰展_빈스서울 갤러리_2024
신출鬼귀몰展_빈스서울 갤러리_2024

그들은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의 자리에 잠시 서 보기도 하며, 희망에 가장 근접한 이야기가 연출되는 장면을 그려보기도 하며, 번히 눈앞에 있어도 눈 감아 버린 어떤 삶의 흔적으로 아파하기도 하며, 시란 무엇인가라는 무한 물음에 응답하는 힘을 가져보기도 하며, 프레임 바깥의 존재를 감각의 경험을 바탕으로 짐작하기도 하며, 그렇게 전시를 준비하였다. ■ 비컷테이블

박부곤-Rain-1~3_라이트박스_20×75cm_2024
박부곤-WASH-1~6_라이트박스_20×100cm_2024

神,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 사이에 있는 존재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 어쩌면 사진 자체가 그것일 것 같다. 어떤 대상을 카메라로 촬영하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과 동시에 과거에 존재했던 것으로 만든다. 다시 말해 사진은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사라지고 없어지는 순간을 기록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현재에서 과거가 되는 과정에 있다. 그 순간순간을 박제하는 사진은 죽음을 고정시키는 것과 같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러한 사진의 존재론적 죽음의 의미와 함께 생명에 관련된 심리적 요소를 들여다보는 사진을 찍고 있다. 그 중 이번 전시에서는 생명이 만들어지기 위한 근원적인 요소 중 하나인 물을 촬영한 사진을 모아 보았다.사진의 본질에 죽음의 의미가 있다면 실존했던 모든 대상은 생명을 의미한다. 그래서 내가 찍은 사진들은 생명과 죽음의 교차를 기록한 것이고 그 순간의 나 역시 그 교차점에 있음을 보여 준다. ■ 박부곤

심수옥_너 혼을 빼먹지 않아, 밤길에 동행해 줄게_ 패널에 종이, 연필, 아크릴채색, 바니쉬, 나뭇가지_가변설치_2024

出, 너 혼을 빼먹지 않아, 밤길에 동행해 줄게. ● 어린 시절에 밤에 길을 나서면 무서웠다. 이유 중 하나는 여우가 사람 위를 뛰어넘으며 혼을 빼먹는다는 전설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우가 머리 위를 뛰어넘지 못하면 여우는 그냥 집에서 키우는 백구와 다름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여우가 재주를 피워도 절대 뛰어넘을 수 없게 기다란 나뭇가지를 머리 위로 높게 들고 다녔다. 이 전설은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어른들이 지어낸 이야기였을 수도, 아니면 아이들이 밤길에 막대기에라도 의지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다. 염원이 만들어낸 희망에 가장 근접한 이야기로 말이다. 여하튼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높이든 나뭇가지와 밤길에 동행해 주는 여우의 염력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날들에서 용케 살아남았다. ■ 심수옥

이선애_무제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4
이선애_무제_단채널 영상_2024

鬼, 문이 열릴 때마다 키티가 있다. ● 칫솔, 컵, 인형, 거울, 벽지까지... 마주칠수록 메슥거렸다. 이 울렁증은 인삼을 감아놓은 부적과 만나 절정을 이룬다. 가면을 쓴 사람이 제사를 지내는 모습에서 나온 鬼(귀)처럼, 모두 가면을 쓴 듯 번히 눈앞에 있어도 눈 감아 버리는 것이 있다. 이 작업은 철거 중인 자갈마당에서 나온 것이다. 이곳은 1909년부터 2019년 철거될 때까지 대구역 부근에 위치한 성매매 집결지이다. 성매매 집결지는 철도, 군대, 신사와 더불어 일본이 가져온 산물이다. 빠른 수송을 위해 철도가, 철도를 따라 군대가, 군대가 머무르는 자리에 신사와 집창촌이 생겨난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자갈마당의 구조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자의건 타의건 그들의 삶에서 가졌을 불안하고 무참한 심정이 키티와 부적으로나마 위안이 되었기를 바란다. ■ 이선애

이혜진_"3종 되기" 연구_종이, 풀_15×11cm_2024
이혜진_데우스엑스마키나_오브제_가변크기_2024

鬼, 시는 비밀의 방 사물이다. ● 이런 시를 왜 썼냐고 내게 묻는다. 이 질문이 곤혹스러운 것은 시는 내가 아닌 시가 쓴 거라고 답하면 그 "시"와 나의 관계를 설명해야 될 것 같고, 그러면 [시는 무엇인가]라는 무한한 물음에 빠지게 된다. 결국 그 답은 지금, 여기, 나와의 관계 속에서만 말할 수 있다. 시는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와 마주친 놀라움이 어떤 사물로 남은 것이다.그렇다. 사물은 자립적인 존재가 아니다.(우리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물은 시공간을 통해 호기심과 상상의 힘으로 무한 변신한다. 그 이전은 항상 비어있는 상태이고. 그래서 사물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수많은 오해의 결과물이라 해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 텅 빈 존재가 사물로 드러나 우리의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그 현실을 객관적이다, 와 같은 말로 포장하지만 실은 비어있는 존재가 사물로 변신하는 그 순간은 언제나 놀라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는 습관이 된 채 그냥 지나치거나 그러지 못해 시를 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이처럼 시는 나타났다 사라지는 찰나적 존재를 붙든 것이고 그 흔적이 언어로 남은 것이다. (신출귀몰한 존재의 목소리를 받아쓴 게 시라면 너무 억지일까?)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사물이 만든 현실에는 그 존재의 수보다 훨씬 많은 틈이 있다. 그 틈 사이 흘러나오는 비밀이 시가 된다. 그 비밀이 시를 쓰는 자의 경험이나 인식과 무관할수록 시는 세계를 부수고 더 멀리 간다. ■ 이혜진

손이숙_In My Life: 아티스트북_종이에 인디고 프린트_27×20cm_2024

沒, 사진은 그것을 마주한 사람 앞에서만 존재를 증명하는 '있다/없다'의 사물로 남게 된다. ● 언젠가 촬영하러 가는 길에 엄마가 동행했던 적이 있다. 그런 경우가 드물기도 했고 산수유가 피던 계절이라 기념 삼아 한 컷을 찍었다. 그즈음에 찍었던 많은 사진 중에 그때는 고르지 않았지만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사진이 있다. 이처럼 이번에 전시될 개별 이미지는 특정한 주제나 내러티브를 염두에 두고 선택된 것은 아니다. 사물, 이미지의 표면, 시각적 즐거움에 맞닿은 대상을 감각적 방식으로 골랐다. 처음에 그것을 찍었던 목적과 개념은 가라앉더라도 네모난 프레임 속 대상은 여전히 거기에 있지만, 그 바깥과 의도에서 미끄러진 것들은 무엇인지 볼 수가 없다. 남아있는 것은 음악 파일이 들어있는 usb 메모리 스틱. 그곳을 오가며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하며 그 사이 시공간을 짐작해본다. 전시장에는 2012년부터 2018년 무렵까지 찍은 필름 사진과 노래 가사가 적혀 있는 사진책이 놓여 있다. 전시를 보러 온 이들은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가져 갈 수 있다. 결국 관람객의 감각과 경험을 통해 선택된 사진은 오직 그것을 마주한 사람 앞에서만 존재를 증명하는 '있다/없다'의 사물로 남게 된다. ■ 손이숙

Vol.20240613c | 신출鬼귀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