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곤도 유카코_권자연_김을_김지영_백기은_에다밋수 유카리 이민정_이성휘_이소영_이정후_임상빈_한상혁
기획 / 권자연_이소영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월요일 휴관
낫씽이즈리얼 NOTHINGISREAL 서울 종로구 혜화로9길 7 3층 @nothingisreal_nothingisreal
무엇을 그리겠다고 마음먹기에 앞서 손이 먼저 움직일 때가 있다. 카페에서 냅킨 위에 회오리 모양의 나선을 그릴 수도 있고, 필기 중인 노트패드 위에 사람 형상을 그리거나 김 서린 유리창에 장난처럼 손가락 낙서를 새길 때도 있다. 이처럼 드로잉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특출한 재능을 갖추지 않아도 할 수 있기에 특정 매체로 다루고자 할 때 오히려 어딘가 함정이 있을 법한 까다로운 난제가 되기도 한다. ● 공간의 틀을 지정하고 그 안에서 선과 점, 무늬, 모양을 매개체로 작동시키는 매 순간이, 때로는 삭제의 순간까지 흔적으로 남는다. 드로잉은 그래서 공간을 마주한 후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새겨넣은 사적인 시간의 기록이다. ● 『디어 드로잉』 전은 도구나 매체, 또 장치로 드로잉의 단상을 담아내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다. 글의 행간에서 호흡하며 숨은 서브 텍스트를 발견하는 것처럼, 우리는 드로잉과 드로잉이 만나는 사이 공간과 그 공간을 거니는 사람들의 유희를 상상하며 이 전시를 기획했다. 흐트러트려 놓아도 나란히 자리해도 이야기가 생기고, 여기저기 작가들이 긋고 누르고 흘린 흔적에 둘러싸인 그런 공간을 그렸다. ● 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들이 드로잉에 응축한 순간을 한 장씩 짚어보며 즐기는 면면의 향연이다. 드로잉의 범주와 해석을 보다 넓힐 수 있지만, <낫씽이즈리얼>에서 개최하는 첫 드로잉 전에서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의 '그리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누군가는 빠른 속도로, 누군가는 존재하거나 자유롭기 위해, 또 누구에겐 정물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드로잉을 대하는 태도와 선택, 갖가지 형용사로 부연하는 행위의 흔적 사이에서 제각각의 드로잉 놀이가 펼쳐지는 전시를 기대해 본다. ■ 이소영
새가 눈을 감는 그 순간. 꽃이 변질되가는 과정. 사용한 사람의 추억이 스며든 물건. 생물같은 정물, 정물같은 생물 그 사이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드로잉한다. ■ 곤도 유카코
작업실로 얻은 이곳이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화단의 검은 흙은 날이 따뜻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름 모를 풀들과 어디서 날라 왔는지 모르는 꽃들로 가득 찬다. 그리고 화단의 꽃들 사이사이를 걸으며 한껏 소리를 내는 새들. 이 생명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예술은 하찮기만 하다. ■ 권자연
나의 드로잉은 전체 작업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드로잉을 제외하면 나의 작업세계는 무너진다. 드로잉에서는 모든 사고나 실험, 행위가 허용되는 무법의 세계이기에 나같은 어리숙한 자도 畵者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드로잉의 원리나 본질을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 김을
시간의 기본 단위는 다양하다. 각각의 색채는 서로 다른 독특한 심리적인 상태를 묘사한다. 시간이 움직일 때 감정의 공간들도 만들어진다.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시간의 속도 또한 달라진다. ■ 김지영
급박하게 위험할 때 다리 하나를 잘라내고 도망갔던 작은 동물들이 있었다. 한걸음도 갈 수 없을 것 같은 오늘. 손에 잡히는 펜으로 잊혀지지도 않는 그 꿈틀거리는 작은 몸체를 그려본다. 묵직한 덩어리가 마음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런 굉장함. 오늘의 드로잉. ■ 백기은
나는 하늘 풍경을 관찰하며 우리 존재의 신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고대 사람들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같은 질문을 떠올렸을 거라고 상상합니다. 어느 날 별을 사진으로 찍을 때, 눈에 보이는 별 외에도 그 뒤에 더 많은 별이 있다는 것을 사진 이미지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놀라움에 감동받아 이러한 드로잉을 만들고 싶은 열정이 생겼습니다. ■ 에다밋수 유카리
오랜만에 드로잉을 했다. 처음에는 연필과 종이 그리고 시간만 있으면 드로잉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다시 드로잉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연필이 그렇게 섬세한 재료인지 다시 실감했다. 연필을 가지고 종이위에서 산책하며 거창하게 말하면 '길'을 잃기도 하고 찾기도 했다. 드로잉은 그런 흔적이다. ■ 이민정
나는 작가가 아니다.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겪다가 작년 겨울 어떤 돌파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강해졌다. 처음에는 글을 쓰다가 막히면 낙서를 하듯 사이사이 그림을 그려보는 것을 생각해봤다. 그림일기 같은 형식도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 휴대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글과 그림을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운 일 같았다. 아이패드나 휴대폰 내의 어플을 사용해서 이런 저런 장난도 해봤지만 아직은 사용조차 서툴다. 그래서 일단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드로잉북 한권을 장만하여 책상에 두고 틈틈이 아무 그림이나 그려보기로 하였다. 지난 몇 달 동안 끄적인 그림들이 몹시 유치찬란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작가가 아니며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것을 정말로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림을 향해 추구하는 바는 없다. 다만, 빈 종이를 천진난만하게 대하고자 하나, 아직은 신경질적이기도 하고 조급하기도 하다. 이 감정적인 반응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내가 그 시간을 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 이성휘
조금 오래된 그림들을 꺼내기로 했다. 가장 드로잉을 많이 하던 그맘때의 겨울에, 거의 매일 산책 또한 즐겼다. 특정 사물이나 풍경을 마음에 담아 옮긴 것이 아니라, 걷는 동안 무한대로 뻗어나간 생각을 정리하듯이 색연필과 컬러 펜 더미에서 신중하게 알맞은 두께와 색을 골라잡곤 했다. ■ 이소영
작고 미묘한 오브제들의 결합은 각자의 위치에서 그 자체의 목적과 기억을 갖고 있다. 그리고 존재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들이 만들어 낸 조립된 균형으로 각각의 사물들이 맺고 있는 상태적인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작업을 통해 단편적 기억을 수집하며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과거의 사건이 현재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게 한다. 재구성 된 오브제들은 지난 이야기를 토대로 지어진 현재의 풍경을 그려내게 하며, 과거를 마주하는 시점이 이동하게 될 때 이 모습 또한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게 된다. ■ 이정후
1. 알알이 대학강의 시절 잔소리하는 꼰대로 낙인찍힐까 봐 신경 쓰였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몰래 동화로 제작한 후 종강하는 날 장난스럽게 낭독해준 글과 그림이다. 2.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Ⅰ, Ⅱ 문화기획자와 예술교육가를 위한 연수 워크숍 '말랑말랑하고 단단한 램프'에서 진행한 날달걀 세우기. (장소_경기상상캠퍼스 공간 1986, 사진_백송이) 3. 날달걀 세우기 에세이 어린이, 청소년, 성인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날달걀 세우기 미션을 진행하면서 관찰한 참여자들의 반응과 잡다구리 정보 그리고 요상한 징후들을 뒤섞어 좀 그럴싸한 책을 만들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4. 떠올림 미션 드로잉 아카이브 이토록 서툰 드로잉들은 놀랍게도 대학생들의 꾸밈없는 솜씨이며, 날달걀 세우기를 성공했을 때 찰나에 떠오른 이미지를 기록한 것이다. 3년간 200여 명이 수행했으며, 드로잉 데이터는 12개의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그 항목들은 반짝거림, 상승, 심연, 균형, 배설, 뿜뿜, 보상, 만남, 탈장소성, 극복, 연결, 타자성이다. ■ 임상빈
분절, 그리고 연결 ● 선의 길이를 약 1cm 내외로 하루에 한 번만 그을 수 있게 제한(시간 또는 욕망의 분절)하였다. 그리고 나날이 이 분절된 선을 조금씩 연결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이 일은 다시 말해, 결과적으로 단 몇분 정도면 완성할 수 있는 선긋기를 예를 들어 370개로 나누어 쪼개고 그 사이를 하루씩 틈을 주어 벌리고 길게 늘어뜨리는 일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 벌어진 사이로 인해서 채워지거나 사라지는 것들의 불연속적인 흔적들이 어떻게 연속적인 결과로 남는지와 이 새롭게 생겨나는 감정과 기분들을 포함하는 지지부진한 과정이 얼마나 천천히 그 결과에 도달하는지이다. ■ 한상혁
Before deciding what to draw, there are times when the hand moves before the mind. It could be drawing a spiral shape on a napkin at a cafe, sketching a human figure on a tablet, or playfully scribbling finger doodles on a fogged-up window. Drawing can be done without any particular reason or exceptional talent. Consequently, it can sometimes pose a complex puzzle when one aims to approach it within a specific medium. ● Establishing the framework of space and operating lines, dots, patterns, and shapes within it leaves traces in every moment, sometimes even up to the point of erasure. Therefore, drawing serves as a personal record of intentional inscriptions made after encountering and engaging with space. ● The exhibition 『Dear Drawing』 features a collection of works by artists who embody the essence of drawing by utilizing it as a tool, medium, and device. Similar to discovering hidden subtext while reading between the lines, we curated this exhibition envisioning the playful interaction between space, drawing, and the people moving through the space. We portrayed a space where stories emerge, whether the pieces are scattered or placed side by side, enveloped by traces drawn, pressed, and spilled by the participating artists. ● This exhibition is a celebration that delves into the moments that artists have captured within each drawing. While we could have broadened the scope and interpretation of drawing, we chose to concentrate on the fundamental aspect of 'drawing' in NOTHINGISREAL's inaugural exhibition. Some artists draw quickly, while others do so for freedom or existence, and some consider capturing the essence of still life crucial. We anticipate a diverse range of playfulness in drawing to unfold amidst traces that reflect these perspectives, choices, and an array of adjectives that accentuate actions in the exhibition. ■ Soyung Lee
Vol.20240607f | 디어 드로잉 Dear Drawi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