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기억 - 낭만적 숭고 3

Hidden Memories - Romantic Sublime 3

오윤석展 / OHYOUNSEOK / 吳玧錫 / painting   2024_0531 ▶ 2024_0626 / 월요일 휴관

오윤석_감춰진 기억-2202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120×120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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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석 홈페이지_oys0405art.modoo.at   인스타그램_@ohyounseok1971, @ohdo1971

초대일시 / 2024_0531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9:00pm / 월요일 휴관

호아드 카페&갤러리 HOARD cafe&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54-3 2층 Tel. +82.(0)2.725.1204 @hoard_official www.youtube.com/@hoard3254

감춰진 기억 ● 감춰진 것은 잊히거나 사라진 것이 결코 아니다. 다이내믹한 세월의 속도에 무마되고 마음 한구석에 허투루 방치되어 찌부러져 있을지언정 그 자체를 가볍게 거부할 수 없는 지긋지긋한 기억들이 존재한다. 아무렇지 않게 무심코 지내다가 특정 여건만 갖춰지면 슬금슬금 다시 살아나 마음 전체를 뒤흔들어 버리는 괴력이 오늘도 일상을 수고롭게 만든다. ● 사라지지 않고 분명 존재하는데 어떤 까닭으로 감춰진 것이 있다면 우선 환경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혹 그 은폐의 행위가 남의 힘에 강제된 것이라면 그 억울함을 밝혀내어 당당히 드러내는 사회적 시스템에 의탁하여 비교적 손쉬운 처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숨긴 것이라면 원인과 결과가 이미 얽히고설켜 난삽하고 복잡한 해명을 요구하기에 짧지 않은 세월이 필요하다. 물론 만성화된 은폐에는 능동과 피동이 혼재되고 모호하여 때에 따라 굳이 구분 짓는 일이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 ● 우려와 기대가 동반되는 은폐의 노출 혹은 폭로는 책임감 또는 자존감의 싸움인 탓이다.

오윤석_감춰진 기억-2201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120×120cm_2022
오윤석_감춰진 기억-2203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120×120cm_2022

낭만적 숭고 ● 좋았던 지난날들에 대한 회상으로부터 낭만은 힘을 얻는다. 다시 말해 지금보다 과거가 더 좋았었다는 현실 불만족의 상태이거나 못다한 미련들에 매달려 시간 사이를 오가며 일시적 환영을 즐기는 것이다. 이미 지나가 굳어진 과거는 불안한 지금보다 더 잘 읽히고 규칙 또한 익숙하고 완성도도 높아 보이기에 엉성한 미래를 우회하여 피안의 길로 접어든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 누군가는 모순투성이 현재로부터 더 나은 미래를 틀어쥐는 것이 역사의 방향이라고 하지만 경험상 나빴던 과거를 무자비하게 처단하거나 좋았던 기억만을 추려서 즐기도록 허락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 그렇다면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 사이에서 의미 있는 현재를 일군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솔직히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아온 개인으로서 길거나 짧을 수는 있지만 분명 모두에게 평등한 끝이 주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며 "살아남은 자의 승리"라는 시쳇말을 되뇌며 위안 삼기에 급급하지 않았던가. 결국 부끄럽게도 유한한 삶이 조장한 미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순간순간을 "이기는 편 내 편"이라는 습관적 선택을 점철했을 뿐이다.

오윤석_감춰진 기억-2306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100×100cm_2023
오윤석_감춰진 기억-2305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100×100cm_2023
오윤석_감춰진 기억-2302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120×120cm_2023
오윤석_감춰진 기억-2301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120×120cm_2023

캐논을 능가하는 경외로움 ● 한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대비되는 감정이 숭고이다. 이 캐논을 넘어서는 경외로운 힘은 계측할 수 없는 거대함과 전지전능함으로 순박한 인간들을 굴복시켜왔다. 자연과 종교 그리고 전쟁 등을 통해 익숙해졌던 이 감정은 21세기 들어 "비물질 세계의 비인간(A.I)"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결국 신은 자연과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인간은 인간과 자연을 능가하는 그 무엇을 만들려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 급기야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마저도 모호하게 만드는 큰 그림이 그려지는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오윤석_감춰진 기억-2303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100×200cm_2023
오윤석_감춰진 기억-2304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100×200cm_2023
오윤석_감춰진 기억-2307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60.8×73cm_2023
오윤석_감춰진 기억-2308_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_45.5×38cm_2023

마음의 흔적 ● 그래도 아직은 영생을 넘보는 "비물질 세계의 비인간"보다 비록 마지막 순간을 향해 늙어가더라도 순간순간을 즐기거나 아파할 줄 아는 인간의 삶이 더 값지다는 생각이다. 오윤석의 팽팽한 화폭에 들어온 예사롭지 않은 삼라만상이 한눈에 읽히지 않는 이유도 인간의 유한한 능력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가볍게 일반화될 수 없는 개개인의 삶에 대한 경험치로 환원되는 특별한 독해 과정이 필요한 까닭이다. 비록 엉성하더라도 누구에게나 각양각색의 무궁무진한 유일의 삶이 일구어지기에 인생은 그나마 살만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런 인간으로부터 예술 행위가 가능한 것이다. ● 혹 오윤석의 화폭에서 익숙했던 도상이나 문자 혹은 기호 등을 우연하게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이 당신의 삶 속에 어느 순간쯤에서부터 들어왔는지 가늠해 보길 바란다. "감춰진 기억들"을 들춰내는 오윤석의 화폭은 인류의 처음 또는 그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마음의 흔적들을 파헤쳐 놓았기에 관람자가 인지했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학습에 의한 것인지 경험에 의한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뜬금없이 그냥 떠올려진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오윤석이 수고롭게 구현하려 했던 것은 마치 오래된 경전과도 같고 영험한 부적과도 같은 "낭만적 숭고"의 기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윤석_감춰진 기억-God of the East/North_ 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 콘테_200×100cm×2_2023
오윤석_감춰진 기억-God of the South/West_ 패널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 잉크, 색연필, 연필, 오일 파스텔, 콘테_200×100cm×2_2023

척사의 눈빛 ● 탄탄한 질료의 선택에서부터 중층적 제작과정 그리고 들춰져 부유하는 형상들과 방언 문자의 나열 등은 화폭이 주술 행위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담고 있겠다는 심증을 돕는다. 더구나 동서남북 사방의 신을 모셔온 화폭에는 부릅뜨고 노려보는 눈빛이 또렷하다. ● 이런 류의 창작물들이 조형적 유희에 치우쳐 민화와 같이 우스꽝스러운 골계나 해학으로 빠지기 쉬운데 오윤석은 "낭만적 숭고"라는 견고한 규칙을 세우고 수행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마치 척사의 눈빛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분주하게 넘나드는 비가시적 존재인 양. ■ 최금수

Vol.20240531c | 오윤석展 / OHYOUNSEOK / 吳玧錫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