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 2024_0526_일요일_03:00pm 2024_0602_일요일_03:00pm
주최 / 임휘재 후원 /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창작산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맑은물상상누리 물쉼터와 문화관 경기도 시흥시 공단2대로 14 Tel. +82.(0)31.310.3147 www.siheung.go.kr/mmss
환영 안내문 - #1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 안녕하세요. 당신은 2072년으로 초대되었습니다. 이곳은 지속적인 자원 고갈과 세계 인구 감소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인류의 대량생산과 과소비는 잉여 폐기물을 만들어 냈고, 이는 오랜 시간 지구의 표면에 쌓여 자연-인공물이 혼합된 새로운 지질층을 만들어 냈습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터전은 파괴되고 환경 문제가 지속되며, 망가져버린 지구의 자정능력으로 인해 각종 질병들이 발생했습니다. 이로써 인류의 인구는 대량 감소했고 중앙 에너지 공급 시스템은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인류는 계속 살아가야만 합니다. ● 이곳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으로 초대된 다섯 명의 작은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오늘, 초대된 당신으로 인하여 공동체는 커져갑니다. 이들은 무너진 에너지 공급 시스템 가운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사용하여 자체적으로 전력을 추가 생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 발전은 자연에 의탁해야만 하는 기술로 태양과 바람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태양과 바람마저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자연과 기술의 공생적 생태계가 구축되어야만 합니다. 이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주술사가 되어 공동체의 염원을 담은 시각예술, 음악, 퍼포먼스의 결합으로 구성된 「날씨 주술 의식「을 진행하며 우리의 대안적 미래를 상상합니다. 날씨 주술 의식을 위해 이들은 신재생 에너지 기술과 자연이 공생하는 토템을 세우고, 이항대립적 질서의 틈을 벌려 생성과 소멸의 존재방식을 붙잡아 재구성하며 주술의 음악과 의상을 제작하고, 전통과 동시대의 경계선 위에서의 줄타기를 선보입니다. 이렇게 《날씨 주술 신-세계》는 우리 주변의 규정화된 존재들을 돌아보고, 새롭고 다원적인 예술 감각을 통해 인식 확장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합니다.
#2 날씨 주술 의식 - 정의: 자연의 보호와 신재생 에너지 기술의 상호협력적 공생을 기원하며, 공동체의 주체적이고 대안적인 미래 상상을 펼치는 의식 - 설명: 이 주술 의식은 기후 위기 이후 자원 고갈과 공동체 붕괴의 상황에 놓인 2072년 이후 시작되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기술을 사용하는 토템을 중심으로 자연 생태계와 신재생 에너지 기술의 공생적 사용을 기원하는 날씨 주술 의식을 진행한다. 공동체의 구성원에 따라 다양한 주술사들이 함께 협력하여 의식을 진행한다. 각 주술사는 전통에 대한 동시대적이고 주체적인 재해석을 기반으로 한국의 대안적 미래를 담아내는 예술가로 구성된다. - 준비물: 신재생 에너지 기술 토템, 날씨 주술 의복, 날씨 주술 음악 - 과정 1)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접목되어 스스로 움직이는 토템이 설치된 신-당을 준비한다. 2) 음악 주술사의 연주와 함께 날씨 주술 의식이 시작된다. 날씨 주술 음악은 전통을 동시대적이고 주체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이다. 3) 날씨 주술 의복은 전통을 동시대적이고 주체적으로 재해석한 의복으로 전통과 현대의 만남, 현대의복에서 전통의복 개념의 차용 등으로 구성된다. 4) 주술사는 자연, 기술, 인공, 예술, 전통, 현대 등 사이에 인습적으로 구성되었던 이항대립적 질서의 틈을 벌려 생성과 소멸의 존재방식을 붙잡아 재구성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5) 날씨 주술 의식은 생존을 위한 전력 공급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적절히 작동할 수 있는 바람과 태양을 기원한다. 이는 자연 보호와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발전이 대립적 개념이 아니며 상호적 관계 안에서 공생적 개념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자연, 기술, 인간 주술사가 대립적 구분 없이 하나가 되는 움직임을 통해 드러난다.
#3 날씨 주술 토템과 도깨비 - 「날씨 주술 신-당」, 「무무」, 「땡땡」, 「휘휘」 ● 5m 높이의 날씨 주술 토템 「날씨 주술 신-당」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날씨 주술 신-당」이 세워진 이곳은 한국의 무속신앙에서 신을 모시는 곳을 의미하는 서낭당이 됩니다. 선조들이 돌탑을 쌓아올리고 나무에 오방천을 둘러 서낭나무(당산나무)를 만들었듯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 주술사들은 「날씨 주술 신-당」을 공동체의 토템이자 서낭나무로 세웁니다. 옛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 기술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며 공동체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선조들은 돌, 나무와 같은 자연물을 섬기다가 경제적으로 잉여물이 생산되자 당집을 짓기도 했습니다. 「날씨 주술 신-당」이 세워진 이곳은 2072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의 날씨 신을 기리는 서낭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공동체는 1년 전 「태양 주술 신-기계「, 「바람 주술 신-기계「 두 개의 토템을 제작한 후 그 경험과 지식에 따라 태양광 발전 기술과 풍력 발전 기술의 결합으로 움직이는 5m 높이의 토템을 만들었습니다. 「날씨 주술 신-당」은 과잉생산된 인공물들로 만들어집니다. 자연물을 재료로 주술적 영혼을 부여하여 토템을 제작했던 조상들과 같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인류는 더 이상 인공물로만 구별해낼 수 없는 혼종적 폐물질(신자연물)을 재료로 토템을 제작하여 주술적 영혼을 부여하고 영적교류를 이어갑니다. 토템은 태양광, 풍력 등 자연의 에너지를 위한 알맞은 날씨를 기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토템은 자연 에너지를 통해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며, 자연과 기술의 공생적 생태계를 대표하는 모뉴먼트이자, 기술사용과 동시에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생적 목소리의 아이콘으로 세워집니다. ● 토템의 겉면에는 한글 자음 텍스트가 새겨져 있습니다. "ㅈㄴㄱㄴㄴ"으로 시작하는 면은 바람에 대한 기억이 담겨 있으며, 그로부터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면에는 자연에 대한 반성, 태양에 대한 기억, 공동체의 희망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토템의 하단부에는 위아래로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있습니다. 거울 중심의 팔각기둥은 수직으로 무한히 확장됩니다. 이는 날씨를 향한 우리의 기원이 국지적으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지구 시스템 안에서 세계를 꿰뚫어 아우르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고를 담아 구성된 토템의 전체적 형상에서 팔각기둥은 하늘(원형)과 땅(방형) 사이의 인간(팔각형)을 의미합니다. 팔각기둥은 정팔각형이 아닌 각기 다른 각으로 이루어진 팔각형으로, 공동체는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인간상으로 구성됨을 나타냅니다. ● 날씨 주술 토템 주변의 작은 연못에는 3개의 작품이 각각 「날씨 주술 신-당」과 이어진 형상으로 위치합니다. 버려진 사물들로 구성된 3개의 작품에는 도깨비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무무」, 「땡땡」, 「휘휘」의 이름을 가진 세 도깨비는 서낭당에 머물며, 바람과 햇빛을 통해 「날씨 주술 신-당」이 만들고 보관하는 전기를 공급받아 생명력을 얻습니다. 배 형상을 하고 있는 「무무」는 儛(춤출 무)라는 이름의 뜻과 같이, 주술사가 달아준 모터로 구동되는 돛의 움직임에 따라, 그리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유기적으로 춤을 추듯 움직입니다. 이렇게 「무무」가 자연과 기술의 박자의 어우러짐 안에서 유연하게 표류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과 기술, 전통과 현대, 생명과 사물 등 이항대립적으로 분리하여 생각하였던 우리의 사고 역시 유연하게 표류할 수 있음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또 한편, 도깨비 「땡땡」은 자신이 내는 소리를 이름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땡땡」은 다양한 주술 소리를 내는 악기에 깃든 도깨비입니다. 주변에서 수집된 폐물질로 구성된 악기는 모터의 움직임에 따라 스스로 소리를 내며, 이는 서낭당 주변의 대나무 풍경 소리, 「날씨 주술 신-당」에 설치된 방울 소리와 어우러지며 기계, 자연, 인간의 아름다운 합주를 지속합니다. 마지막 도깨비, 빛을 감추고 있는 「휘휘」가 보입니다. 이 도깨비의 이름은 儛(빛날 휘)에서 따왔습니다. 「휘휘」의 숨겨진 빛은 밝은 상황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윽고 어둠이 깔리면 감춰진 자신의 빛을 드러냅니다. 「휘휘」는 공동체가 처한 에너지 공급과 인구 감소의 위기가 「위험「과 「기회「를 모두 내포하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어둠이 다가왔을 때, 비로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절실히 상상합니다.
#4 날씨 주술 의복 - 「신-물 속의 주술사」, 「신-여령 주술사, 몽두리」, 「신-날씨 주술사」 ● 날씨 주술 의복은 전통을 동시대적이고 주체적으로 재해석한 의복으로 구성됩니다. 「신-물 속의 주술사」는 여성전통복식의 의(衣)-문(紋)에서 원삼을 차용하였습니다. 전통복식 단령형원삼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소매 모양은 깨끗한 물속에 살아 숨 쉬는 물고기 모양의 넓은 통수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전통 매화문양과 나비가 들어간 명주와 금속, 합성섬유장식을 달아 주술적 장식성이 부각되며, 전통 복식의 남성 단령과 여성 단령의 품, 저고리, 한삼이 달리는 부분에서 혼성적 의미가 나타납니다. ● 「신-여령 주술사, 몽두리」는 궁중정재에 여자 무용수가 입는 맞깃 형식의 노란색 겉옷, 황초삼을 차용하였습니다. 황초삼은 대궐안의 잔치인 정재 때 참여하던 여령이 춤을 출 때 입었던 옷으로 여령은 화간을 쓰고, 안에는 남색치마, 겉에는 홍색치마를 입은 후 황초삼을 입습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전기의 연회에서 춤을 추는 여기들이 황색 옷을 입어 몽두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몽두의는 낮은 신분의 궁녀와 서민녀들이 착용한 것으로 유례되어 신분과 계급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조선시대의 궁중정재복식인 황초삼의 유물은 남아 있지 않고 국립국악원에 기증자료 2점이 있을 뿐입니다. 이를 미래적이고 주술의 행위에 적합한 신-날씨 주술사 의상으로 재해석하였으며, 앞섶부위에 흉배와 보 형태를 변형하여 갑옷과 같이 가죽과 털, 금속장식을 박아 넣은 형상은 이분화된 구조와 이미지의 전복을 의미합니다. ● 「신-날씨 주술사」는 조선시대 여성의 예복용 저고리인 당의를 차용하였습니다. 당의는 보통 저고리보다 길이가 길고 도련이 둥글고 양 옆선이 깊이 트여 있는 것이 디자인적인 특징입니다. 예복용인 이 형식에 비정형적으로 장저고리의 진화된 형식을 더욱 강조하여 「신-날씨 주술사」는 바닥에 늘어질 정도로 길게 변형되었습니다. 궁중의 신분, 의례와 절기에 따라 색상, 재료 장식 등에 차이를 둔 당의 위에 차가운 금속 돌기를 박아 사대부 부녀자들의 신분 표기로 화려한 장식을 했다고 하는데 이를 변칙적으로 재배치하고자 하였습니다. ● 「날씨 주술 의식「 퍼포먼스에서 선보이는 의복은 전통의복을 차용한 형식뿐만 아니라 현대의복에 주술성을 부여한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전통과 현대의 이분법적 구분과 위계를 허무는 상상적 시도이며 2072년을 살아가는 주술사의 사변적이고 대안적인 미래 상상입니다.
#5 날씨 주술 음악 - 「날씨 주술의 노래」 ● 음악으로 자신의 주술을 펼치는 주술사가 있습니다. 그는 신-세계의 해가 뜨고 적당한 바람이 불길 기도하며 주술을 시작합니다. 전기가 부족하지만 대안적 상상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부족한 전기를 끌어모아 날씨 주술 의식을 위해 전자음악의 비트를 찍고, 첼로의 소리를 녹음합니다. 음악 주술사는 부서지고 무너진 악기들의 잔해를 붙여봅니다. 부서진 악기와 낡은 전자 전기 장치들을 모아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창조합니다. 그리고 줄이 나가고 브릿지가 부러진 첼로를 연주합니다. 첼로의 소리는 정확하지 않은 음과 함께 시작하는 동양의 선율과 닮았습니다. 음악 주술사는 한국의 얼을 담아 첼로를 통해 날씨 주술 의식을 시작합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손을 비비듯이 현을 비비며, 악기를 두드려가며 반복적인 기도를 드립니다. 그렇게 「날씨 주술의 노래」가 완성됩니다. 이 세계의 첼로는 부서진 형태로 남아있지만, 동양의 선율과 서양의 악기가 만나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킵니다. 그리고 우리는 문명과 자연의 화합을 맞이하는 공생의 발돋움을 합니다.
#6 나가며 ● 규정을 풀어헤쳐 이질적인 것을 이어보고, 그 경계를 추적하는 우리의 미래 상상은 생존의 조건에 대한 감각의 확장이 될 것이다. ■ 임휘재
○ 부대행사 - 프로그램명: 「날씨 주술 의식「 퍼포먼스 - 일시: 1회: 2024.05.26. 오후 3시 ~ 3시 40분 2회: 2024.06.02. 오후 3시 ~ 3시 40분 - 장소: 맑은물상상누리 물쉼터 - 참여 인원: 100명 내외 - 신청링크: forms.gle/jeekxHKLdQUe4zGr6
Vol.20240526a | 날씨 주술 신-세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