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소음 웅성거림

since 1986 my sisters place : Durebang展   2024_0525 ▶ 2024_0605 / 일,월요일,6월 5일 휴관

초대일시 / 2024_0525_토요일_02:00pm

프로젝트 기간 / 2024_0301 ▶ 2024_0630

참여작가 고무신_김현주_박수진_사공미영_솔돈나 송호철_임창재_이고운_조광희_조은솔 조제인_황지희_400VIEW(박서우_이지윤) 두레방 여성분들

플라멩코 플래쉬 몹 퍼포머 김기령_조주일_조아영_박도연_박연경 정새롬_남가영_아침_홍윤경_오지후

기획 / 김현주 달로 디자인 / 김숲 아카이브 / ㅃㅃ보관소 주최 / 두레방_예술공간 송산반점 주관 / 문화도시 의정부 후원 / 경기문화재단_경기에코뮤지엄_의정부문화재단

관람문의 / Tel. +82.(0)507.1341.5796 E-mail. [email protected]

관람시간 / 01:00pm~05:00pm / 일,월요일,6월 5일 휴관

두레방 Durebang 경기도 의정부시 송산로999번길 15

예술공간 송산반점 경기도 의정부시 송산로999번길 60 Tel. +82.(0)507.1341.5796

빼뻘보관소 경기도 의정부시 송산로999번길 63

프로젝트 『거품, 소음, 웅성거림』은 작은 물결들이 끊임없이 흐르고 스미고 마찰하며 일으키는 모양과 소리들의 이미지를 상상한다. 그것들은 고정화된 주체나 패턴이 없으며 다만 빛에 반짝이고 무한히 모습을 바꾸며 바람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 37년간 빼뻘마을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삶과 연대해 온 두레방의 존치 위기를 마주하며 기획하게 된 이번 프로젝트는 끊이지 않는 재잘거림과 유연함, 다양한 강도의 마찰을 일으키며 닫힌 틈을 벌리고 스며들 수 있는 물과 같은 여성적 힘을 상상한다. 그것은 수면 위로 올라와 톡톡 터지는 탄산수의 경쾌함 같은 것이고 보글보글 대며 일어나는 주체 없는 거품들의 웅성거림 같은 것이다. ● 지난 2022년 빼뻘 마을에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었다. 슬럼화된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은 변화에 대한 바램, 마을 재생이 향후 재개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우려, 세입자에겐 어차피 선택의 권한이 없기에 어떤 방향으로 가든 상관없다는 식의 체념들이 오갔다. 그렇게 땅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양가적 감정들이 뒤섞이는 동안 의정부시 땅에 세 들어 살아온 두레방에게도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공간이 필요하므로 다수인 주민들을 위해 건물을 양보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는 권고였다. ● 도시재생사업은 소수인 기지촌 여성과 다수인 주민, 토지주와 세입자로 마을의 주민을 구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자의 희생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야 한다. ● 기지촌 여성들에게 빼뻘은 빠져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곳이었고, 바깥세상에서 오는 차별로 인해 되돌아 와 다시 머물 수밖에 없는 곳이었으며, 이제는 유일한 가족이자 삶의 버팀목이 되는 두레방이 있기에 떠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매일 아침 두레방 마당과 내부를 쓸고 닦는 나물할머니(별칭)는 두레방 문이 닫혀진 쉬는 날에도 망부석처럼 공간을 지키고 있다. 그녀의 손을 거쳐 자라는 식물들과 건물 안팎을 쓰느라 닳아진 빗자루는 두레방의 접혀진 시간과 장소의 서사를 말 없는 말로 이야기한다. ●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바램 중 하나가 이미 결정한 것에 대한 미련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확고한 결단을 가고정仮固定의 상황으로 전환하는 경험의 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예술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이자 실천이라 생각했다. 지바 마사야라는 일본 현대철학자는 데리다의 타자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미련에 찬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야말로 '어른'이라고 말한다. 미련이란, 일종의 타자에 대한 윤리이자 되돌아 현재의 사안을 재숙고하는 태도일 것이다. ● 기지촌 여성들에게 수치스러웠던 공간으로 기억되는 성병검진소가 기지촌 여성을 품는 두레방이 된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누군가에겐 수치스럽고 삭제되는 것이 마땅한 이 장소가 두레방과 함께 보존되어야 하고 마을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가 아닌 지금 기지촌 역사에서 잊어선 안 되는 뼈아픈 기억을 응축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장소가 바뀌고 삭제된다는 건 기억할 수 있는 힘을 멍들게 하고 장소를 왜곡하고 지우는 행위다. 이것은 지역을 살리는 것이 아닌 지역이 가진 기억의 뿌리를 뽑아 지난 기지촌의 역사를 왜곡하고 지울 수 있는 잠재적 결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거품, 소음, 웅성거림』은 기지촌 여성으로 활동가로 살아온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매개하고자 한다. 더불어 도시재생에 대한 저항이나 대응이 아닌, 두레방이 품고 있는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펼쳐내어 지역과 공생할 수 있는 뉴프로젝트로서의 도시재생을 함께 상상해 보길 제안한다. ■ 김현주 달로

최옥희(가명)_배고픈 임신한 새_종이에 물감_2013
김경순_불꽃놀이_종이에 파스텔_2011
최옥희(가명)_무제_종이에 물감_연도미상
박수진_공간초상001-01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 33.4×24.2cm×16_2013~24_부분

이 공간초상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그들이 머물던 풍경 속에 조용히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비어 있는 공간이 그들의 삶을 담은 초상화로 제시된다. 누군가의 삶의 공간이 나에게는 그들의 초상이 되었다. ■ 박수진

임창재_귀를 대고, 가까이_단채널 영상_00:10:00_2024

한국전쟁이 끝나고 수락산 자락 밑 빼뻘 마을에 미군기지 스탠리 캠프가 들어섰다. 배고픈 한국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그곳에 몰려들었다. 90년대 들어 캠프가 이전하고 마을에 몰렸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났다. 그러나 아직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픈 기억이 그들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일까. 오늘도 수락산을 타고 내려오는 물은 마을 밑으로 흐른다. 빼뻘의 기억, 기억의 빼뻘도 흐르고, 흐른다. ■ 임창재

조은솔_목소리_단채널 영상_가변설치_2024

캠프 스탠리 부대 대부분은 2017년 즈음 폐쇄되었다. 빼뻘마을의 산업은 쇠퇴하기 시작했고 많은 이들이 떠났다. 떠나지 않은 이들 가운데 '두레방'이 있었다. 두레방은 1986년부터 빼뻘마을에서 여성들을 지원해온 단체이다. 특히, 기지촌 여성들은 두레방에 모여 마음을 터놓고 나누며 서로를 의지해왔다. 이로써 빼뻘마을은 응어리진 한의 공간에서 나아가 저마다의 고향이 되었다. ● 그런데 2024년 1월 11일, 의정부시는 해당 공간을 팝업스토어로 리모델링할 계획을 밝혔고 두레방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이에 여성 당사자들은 확성기를 들었다. 두레방은 빼뻘마을에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향을 지키기 위해 발생한 목소리 파동의 몽타주는 사물에 흡수되고 반사되고 굴절됐다. 「목소리」는 이로써 발생하는 용감한 균열의 세계이다. ■ 조은솔

이고운_박O순_광목스크린, 영상설치, 컬러_00:30:10_2022

긴긴 시간을 들여 직접, 보고 듣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공감이 있다. 그러나 말과 말해진 시간과의 관계는 시간 안에 배열돼야 하는 음표와 시간의 관계와 같아서 편집 작업이 필연적이다. 영화 속의 말하기는 최대한 편집하지 않은 시간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이 아카이브 영상은 편집된 말과 시간이 그대로 노출된다. 말이 맥락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말한 이의 의식 흐름대로 여기저기를 서성일 것이다. ■ 이고운

송호철_아직 보이지 않아요_단채널 영상, 모니터, 센서, 서보모터_20×60×3cm_2024

새 또는 어떤 이가 보았을 빼뻘의 풍경은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흔들리고 소리는 정확하지 않다. 나는 바라보거나 귀기울여 듣는 것이 어려웠다. 처음으로 가까이 보려고 할 때 어려웠고 다시 보는 행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내가 이러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내가 보기 어려웠던 그것을 보고 기억하고 있었다. ■ 송호철

김현주×조광희_나물 할머니, 신기루, 아카이브_2채널 영상_가변설치_2024

파편화된 개인의 기억을 아카이브 하는 것은 잃어버린 전체성을 상상하는 일이다. 증빙될 수 없는 힘없는 기억과 말들이 새로운 장소 – 다른 이들의 몸 안으로 들어와 발화된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고 싶지 않은 나물 할머니의 불완전한 기억, 들어주지 않았던 말, 뭉뚱그려진채 웅크렸던 감정들이 화자에게 전이되고 보이지 않는 대상의 말이 타자의 몸과 만나 어색한 균열을 일으킨다. ■ 김현주×조광희

400VIEW(박서우_이지윤)_편지 위 줄 아래 바닥_ 단채널 영상_00:20:34_2020

오래전 땅에 묻힌 편지가 누군가 던진 낚싯줄에 건져 올려진다. 편지는 계속 그곳에 있었지만 차올랐던 수면이 다시 내려갈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전송이 완료된 것이다. 과거에서 온 편지 위에는 잉크의 흔적과 글이 있었던 자리만 남아있다. 글자는 옆으로 추가되고, 편지는 아래로 써 내려간다. 지형이 변하듯 시간이 축적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향해 흘러가고 과거로부터 온 기억은 발견되어 다음으로 나아간다.

400VIEW(박서우_이지윤)_쇠성_단채널 영상_반복재생_2024

아무것도 없던 곳에 무언가 생겨나 생명체가 되고, 건물이 되고, 도시가 되어 전체를 뒤덮는다. 허물어지거나 사라지고 또다시 생겨나기를 반복한다. 그것들은 지워져도 흔적으로 남아 흔적만으로 전체를 채우기도 하고, 그 흔적을 토대로 새로운 모양이 탄생하기도 한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없었던 태초의 깨끗한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 400VIEW(박서우_이지윤)

조제인_숨은 거품 a hidden bubble_합성수지, 드로잉_가변설치_2024

빼뻘마을 인근에 위치한 흑석계곡과 검은돌에서 얻은 이야기가 숨이 되었다. 차가운 벽에 가닿은 숨결이 숨어 있던 거품들을 만나게 한다. ■ 조제인

황지희_뿔뿔뿌리조합_수집고물, 목재, 이식나무(과실수), 화분, 와이어_40×50×60cm, 가변설치_2024

삽목 워크숍 진행 후 만들어진 화분과 빼뻘에서 수집한 사물로 입체물을 만들어 선보이고자 한다. 여러 지역에서 모인 나무들과 빼뻘에서 모은 사물들을 재구성함으로써 해체와 합체 이에 따르는 다양한 이미지를 설치한다. ■ 황지희

사공미영_속삭이는 버섯들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4

빼뻘의 목소리들을 담고 마을의 한 켠에 발아되어 형성된 버섯들. 바람에 날려 물에 실려 퍼져가는 버섯의 포자들처럼 사람들의 입을 통해 빼뻘 버섯의 속삭임들이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 사공미영

솔돈나_En El Centro 중심에서_ 플라멩코 플래쉬 몹 퍼포먼스_00:10:00_2024 (퍼포머 / 김기령_조주일_조아영_박도연 박연경_정새롬_남가영_아침_홍윤경_오지후)

플라멩코는 여성이 독립적으로 출 수 있는 몇 안되는 춤이다. 발레처럼 몸을 전체적으로 드러내지도 않으며 밸리댄스처럼 여성의 섹시함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또한 남성이 필수적으로 필요하지 않고 만약 남성과 듀엣을 할 경우 댄스스포츠처럼 밀착해서 추는 춤도 아니다. 플라멩코는 집시에게서 생성된 문화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그들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신의 부족, 가족을 지켜야 하고 유목민이기에 계속 바뀌는 환경에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응해야만 한다. 플라멩코는 그런 강인함과 굳건히 내 삶을 지켜나가는 혜안이 담겨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에너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플라멩코 춤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또한 플래시 몹 참가자들이 발을 구르는 땅의 진동으로 나의 이야기에 접속하고 박수를 치며 존재의 소리를 알려 더 나아가 내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의 힘, 주체적으로 올곧게 설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자아의 중심을 경험케하고자 한다. ■ 솔돈나

오프닝 관객참여 프로그램     02:00pm     'En el Centro 중심에서' : 모든 거품, 모든 웅성거림들의 댄스 / 솔돈나     02:20pm     '솟은 구멍, 숨은 거품' : 보글보글 목소리와 움직임들 / 조제인     02:40pm     '뒤를 돌아라, 땅을 짚어라, 만세를 불러라!' : 경계 넘기 퍼포먼스 / 임창재, 김현주     03:00pm     '거품, 소음, 웅성거림' : 전시 투어     두레방 -> 예술공간 송산반점 -> ㅃㅃ보관소     03:30pm~05:30pm     '고향도장깃발' : 떠올리고 새기고 찍는 도장들 / 400VIEW (박서우_이지윤)     '그물케잌 : 그물케잌에 낚이면 모두가 달콤해진다' / 황지희

Vol.20240525a | 거품 소음 웅성거림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