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아팅 디렉터)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아팅 arting gallery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40길 13 2층 @arting.gallery.seoul
미술 전시 제목으로 고른 『옛말에 틀린 말 하나 없네.』는 자유분방, 변화, 실험, 기득권에 대한 도전과 같은 키워드와 묶이는 현대미술과는 통 어울리지 않거나 모순되는 인상을 준다. 예술과 연관 짓지 않더라도 저 격언은 세대 차이가 있는 양쪽이 부딪힐 때, 연배가 높은 쪽에서 꺼내드는 훈계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지난 시절 주장에 절대가치를 부여한 격언이어서 무사안일의 처세술 같기도 하고, 나이로 서열을 정하려는 꼰대 철학처럼 느껴진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가치관도 변하기 마련이라, 옛말 가운데 동시대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반증까지 더해지면서 저 격언은 왠지 부인하고 대들고픈 저항심을 댕긴다. ● 격언 금언 잠언 등으로 표현되는 옛말은 긴 세월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공인된 가치관이 된 경우다. 업계마다 우열을 가르는 고정된 기준이나 규범이 있고, 그걸 '옛말'로 치환해서 쓴들 의미는 통할 것이다. 예술계에서 오래 전 발표된 결과물을 자기 창작물에 차용하는 현상은 전근대기 때부터 있어왔는데 차용의 빈도가 늘어난 동시대 예술계에선 패러디나 패스티시 같은 용어로 표절과 구분지어 권위를 인정한다. 선호도는 익숙함에서 온다. 낯익은 도상을 차용하고 변주한 작업이 낯설고 독해하기 까다로운 무수한 경쟁자들에 비해 각인 효과가 크다. ● 완성도 높은 예술은 전지적인 작가와 타불라라사(백지)에서 발견한 독창성의 결합이라는 믿음은 견고하다. 반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는 또 다른 옛말을 따르자면 독창적인 예술가조차 참조하는 선례가 있는 게 현실이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모든 예술은 선례를 참조한다. 선배 세대의 결과물 즉 옛말을 차용한 동시대 작품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기준은 역설적이게도 자기 독창성이다. 남의 것을 빌려오되 제 목소리를 독창적으로 입혔는지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된다.
김학량. 이처럼 차별적인 발상을 작가가 언제부터 해왔는지는 정작 확인하지 못했지만, 동양권에서 군자에 비유되는 문인화의 화제畫題인 사군자 가운데 난초를, 쓰다 버린 철사를 난분에 요령껏 꽂아 동양화의 자생란으로 차용한 작품을 첫 개인전에 발표한 해가 1998년이었다. 그 후로도 길가에 핀 잡초를 찍은 사진에 네임 펜으로 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不二禪蘭 화제를 자기 체험으로 변주한 글을 적은 부작란을 제작하는 등, 사군자라는 옛말을 사문화시키지 않는 작업을 이어왔다.
노성두. 130권 안팎의 미술 도서를 출간했다. 전공자 도서와 대중 도서가 섞여있다. 마찬가지로 전공자 대상 강의와 대중 방송 강의도 병행한 그의 공식 직함은 미술사가였고 지금도 그렇다. 2022년 미술 작품을 처음 발표했고 이듬해 첫 개인전을 열었다. 입력한 대로 출력된다고, 그의 창작물 대부분은 중세와 르네상스 화풍을 연상시키는 작업이었다. 이번 전시에선 현대미술가 피카소의 질감을 입힌 작품을 발표한다.
마C. 한국 화단에서 용인되는 표현의 상한선을 시험하는 극소수의 작가로 최경태 마C가 포함될 게다. 마C는 2021년 사망한 최경태의 누드 자화상을 단골 도상으로 오마주했다. 재봉틀을 돌려 촘촘히 박은 직물처럼 얼핏 보이지만, 포장 비닐이나 캔버스에 손바느질로 오랜 기간 제작한 태피스트리다. 창작에 소요되는 긴 시간 때문에 몇 년부터 몇 년까지로 표기한 경우도 있다. 바느질로 꽉 채워진 그의 화면은 코카콜라같은 공인된 상품 로고와 에로티즘과 먼저 사망한 동료 작가의 누드 자화상이 혼재되어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미술은행, 프랑스 리옹 리그 갤러리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광주비엔날레 초대작가, 광주신세계 미술제 수상작가다.
유승호. 의태어의 음절을 화면에 깨알같이 적어서 의태어가 표현하는 모양새를 형상화한 그림을 만들어 주목 받았다. 수백 수천 개의 음절들이 모여 기암절벽과 산수화 같은 동양화의 옛말을 차용하기도 했고, 뒤샹과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 같은 서양화의 옛말을 자기 언어로 차용하기도 했다. 석남미술상, 종근당 예술지상 등에 선정되었다. 휴스턴미술관 모리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 반이정
Vol.20240523d | 옛말에 틀린 말 하나 없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