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기는 생각, 넘기는 상상

생각이 불어옵니다. 생각이 한들한들 내 손끝을 간질이고 발가락 사이를 스쳐 지나가요.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내 속눈썹을 만져 눈을 깜빡입니다. 그렇게 생각은 내 귀를 스치고 파고들어 머릿속을 어지럽히면 깊게 들이마신 생각에 심장이 부풀어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소용돌이쳐 가슴이 부풀 때면 종이에 담습니다. 생각은 바람 같아서 담지 않으면 도망가 버려요. 그래서 놓치지 않으려고 자꾸 생각을 부르고 내 안에 잘 갇혀 숙성되었을 때 비로소 종이에 담겨 그림책으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상상해요. 다른 이의 손끝에서 하나하나 넘겨지는 상상. 넘기며 내 생각이 더 멀리멀리 다른 이들의 머리와 가슴을 흔들기를. 넘기며 상상이 점점 자라기를.

송조-고민이 고민이야3-디지털 아트 프린트_25×40cm

송조-고민이 고민이야4-디지털 아트 프린트_25×40cm

송조-고민이 고민이야5-디지털 아트 프린트_25×20cm

송조-고민이 고민이야6-디지털 아트 프린트_25×20cm

송조-고민이 고민이야7-디지털 아트 프린트_25×20cm

송조-고민이 고민이야8-디지털 아트 프린트_25×20cm

나는 책을 탄생시키고 다른 이가 탄생시킨 책을 넘기며 상상을 키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곁에 맴돌아 머리와 가슴을 흔들 때 또 종이에 담는 순환을 경험합니다. 그 순환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3권의 그림책에 담긴 원화와 아트 프린트 30점, 그리고 판화 약 26점등 최근 3년간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 송조

Vol.20240519a | 송조展 / SONGZO / 宋惠善 / illust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