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밸리 콤마 cool belly ,

임순남展 / LIMSOONNAM / 林順男 / painting   2024_0515 ▶ 2024_0602 / 월요일 휴관

임순남_열대식물 Xl A Tropical Plant Xl_ 리넨에 유채_194.9×116cm_202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10605d | 임순남展으로 갑니다.

임순남 인스타그램[email protected]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페이지룸8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페이지룸8 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Tel. +82.(0)2.732.3088 www.pageroom8.com @pageroom8

열대식물, 원형적 단서 그리고 회화 - cool ● 임순남 작가의 이번 개인전 『쿨 밸리 콤마 cool belly ,』(페이지룸8, 2024)는 2021년 『매일의 감각』(플레이스막, 2021)에서 선보였던 인물 작업 이후에 3년 만에 신작으로 공백을 깬 전시다. 삶과 죽음의 간극에서 겪은 고된 감정들이 다시 차분히 가라앉자, 지난겨울 작가는 여름을 찾았다. 그곳에서 열대식물을 보았다. '열대식물'은 인물과 병행했던 그림의 소재이기도 했다. 열대식물 중에는 그 죽은 가지들이 뿌리 쪽으로 방향을 틀어 줄기를 감싸 안은 채 보호막처럼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잎들이 차례로 시들며 줄기는 두꺼워진다. 그 줄기 사이로 나는 새 가지들은 공작새가 꼬리를 펴듯 원형적 형태로 활짝 솟아있다. 줄기 아래는 수명을 다하여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죽음의 형태들이라면, 줄기 위는 생동감을 품은 삶의 모양이었다. 작가에게 이 열대식물이 늘어서 있는 풍경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들을 그림에 등장시키면서 삶과 죽음의 풍경은 원형적 형태와 도형에 집중하게 하는 조형적 단서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단 세 그루의 열대식물들을 모델로 그때그때 변화하는 색채와 다른 시점으로 포착되는 형상들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퍼포먼스와 드로잉이 혼재된 임순남 작가의 회화는 어느새 한 개체를 통해 그 모습의 기원과 본질을 찾는 과정으로 변화해 나갔다.

임순남_상처입은 사람과 안도하는 연인 A Wounded Person and a Reassuring Lover_ 리넨에 유채_40.5×33.3cm_2024
임순남_열대식물 Ⅲ A Tropical Plant Ⅲ_리넨에 유채_120×73.5cm_2024
임순남_열대식물 Xlll A Tropical Plant Xlll_리넨에 유채_111×77cm_2024
임순남_열대식물 Ⅹ-Ⅱ A Tropical Plant Ⅹ-Ⅱ_ 리넨에 유채_45.5×65cm_2024
임순남_열대식물 Ⅶ A Tropical Plant Ⅶ_리넨에 유채_52.3×72.5cm_2024
임순남_열대식물 Ⅹ-Ⅰ A Tropical Plant Ⅹ-Ⅰ_ 리넨에 유채_45×53cm_2024
임순남_열대식물 Ⅹ-Ⅲ A Tropical Plant Ⅹ-Ⅲ_ 리넨에 유채_61.5×21cm_2024
임순남_열대식물 Ⅰ A Tropical Plant Ⅰ_캔버스에 유채, 액자(참오크, 무반사백유리)_158×117cm_2024
임순남_열대식물 Ⅴ A Tropical Plant Ⅴ_리넨에 유채_65×65cm_2024

belly ● 살아있는 것들이 모여있는 형태는 수많은 주름을 타고 이어진다. 하나의 개체들이 보유하는 주름들이 있지만, 개체들이 모여 이루는 집합의 사이에도 얕고 깊은 주름이 생긴다. 인간이 어머니의 태중에 있었던 때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탯줄의 흔적이 증거하는 탄생의 주름처럼 말이다. 그리고 악수나 포옹과 같은 서로의 살을 맞대어 이루는 압력과 순간적으로 합쳐지고 분리되는 행위를 통한 주름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도감으로 은유해 준다. 이렇게 주름의 풍경은 그 대상이 인간, 식물, 동물 등 분류 체계로 나누는 것을 무색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작품 「상처입은 사람과 안도하는 연인」과 「열대식물 lll」의 병치가 그러하다. 두 인물의 두상이 이루는 구도와 죽은 가지가 내려앉아 줄기를 감싼 식물의 형상이 심상으로 합쳐진다. 전장에서 상처 입은 남편의 몸에 기대어 안심하는 여인이 다정하게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리고 사방으로 뻗은 열대식물의 가지 형태와 깊이 파인 잎맥은 마치 뼈대를 갖춘 주름의 모습과 같다. 또한 주름이 모이는 곳은 생에 닿기 위해 뻗어나가는 물길의 자리이다. 이렇게 열대식물을 관찰하며 찾은 잎의 원형적 형태와 삶과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스친 자리들은 태곳적부터 있을 진리를 향해서 좁혀진 주름 길이다.

임순남_쿨 밸리 콤마展_페이지룸8_2024
임순남_쿨 밸리 콤마展_페이지룸8_2024
임순남_쿨 밸리 콤마展_페이지룸8_2024
임순남_쿨 밸리 콤마展_페이지룸8_2024
임순남_쿨 밸리 콤마展_페이지룸8_2024

, [comma] ● 임순남 작가가 그리는 일련의 회화 작품은 진화를 거듭하는 생명체 같다. 콤마라는 문장 부호는 이전에 사용했던 단어와 단어 사이를 구분하거나 문장과 문장 사이에 독립적으로 존재하여 문장의 연결 관계를 분명히 할 때 쓰인다. 작가는 캔버스 틀을 미리 제작하지 않고 리넨을 잘라 벽면에 종이처럼 부착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그때그때 크게 그리거나 작게 그리면서 자신의 속도감을 익히는데 온전히 시간을 보낸다. 그린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 쉼표를 찍는다. 이전의 작업과 자체적인 비교를 하며 색채 실험과 몸을 쓰며 나오는 행위의 흔적들은 크고 작은 그림으로 존재한다. 그 그림들 중 작가의 기준에 부합하며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는 작품들을 신중하게 선정한다. 「cool belly , [comma]」는 임순남 작가의 2008년에 A4 사이즈 종이에 제작한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책의 본문을 미러링 하며 필사한 낱장의 오타를 바로잡아 해당 단어 위에 진하게 기입한다. 그 자리에 남은 단어들이 바로 이번 전시 제목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임순남 작가가 바로잡고자 한 것들의 오타는 사실 더 선명하게 닿기를 바라는 원형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그 직관이 이끌어낸 결과는 임순남 작가의 정체성에 근접한 예술적 시도들이었다. ■ 박정원

Vol.20240515e | 임순남展 / LIMSOONNAM / 林順男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