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들 seasons

송소류展 / SONGSORUE / 宋遡流 / painting   2024_0515 ▶ 2024_0526 / 월요일 휴관

송소류_뉴타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97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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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드로잉룸2.5 Drawingroom2.5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다길 9 (연희동 128-30번지) 2.5층 @drawingroom2.5

하루에도 여러 번 일기예보를 확인합니다. 아까 확인한 숫자가 금세 달라져 있기도 하고, 못 미더웠던 예측을 현실로 만나기도 합니다. 일기예보를 그렇게 여러 번 확인하는 이유는 기압이 낮은 날에는 두통이 찾아오기 때문, 더위도 추위도 남보다 많이 타기 때문, 0도에서 10도 사이에 얼어 죽는 식물을 키우기 때문, 일교차가 심해지면 집안에 기침소리가 시작되기 때문, 그리고 무엇보다 날씨에 따라 기분이 오르내리기 때문입니다.

송소류_"와, 저 불 좀 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2×97cm_2024

햇빛이 쨍쨍한 날엔 모든 일이 잘 되리란 자신감이 샘솟지만, 비가 땅을 적시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엔 손가락 들어 올릴 힘도 없이 지치고, 눈이 오는 날엔 이대로 영영 눈이 그치지 않은 채 새로운 빙하기에 돌입할 것 같아 주변에 좀 더 친절해집니다. 날씨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합니다.

송소류_사유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72.7cm_2024

비슷한 날씨의 모음을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계절과 계절의 사이에는 환절기라는 묘한 기간이 있는데, 아무리 감정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도 환절기에는 마음이 흔들립니다. 두 계절이 자리싸움을 하는 동안 세상은 사랑스럽던 낮 기운의 따귀를 때리는 듯한 밤, 갑작스러운 돌풍과 아름다운 노을, 드높은 비염의 기세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사정없이 휘젓습니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덥거나 추운 여름과 겨울이 사이에 끼인 봄과 가을이라는 환절기적 계절에 우리의 기분이 더 들뜨거나 가라앉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송소류_완벽한가족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24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감정, 기분, 생각을 마무리 짓고 나면 한 계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강렬한 사건과 감정은 주위를 둘러싼 실제 날씨와는 무관하게, 나만의 계절이 되어 온몸 구석구석을 통과합니다. 어떤 계절은 상흔을 남기고 어떤 계절은 추억을 남기지만, 공통점은 언젠가 다음 계절이 온다는 데 있습니다. ● 계절을 보내며 그림을 그립니다. 계절이 점차 얼굴을 달리하는 동안 초반의 날카로움이 무뎌지고 물음표가 마침표로 변하기도 하며 그림은 완성됩니다. 사건은 발생과 동시에 종료되지만 감정은 사건의 시간표와는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그림이라는 극단적으로 느린 수단을 통해 이해하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송소류_대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0.9cm_2022

하나의 그림에는 하나의 계절이 담겨있습니다. 계절은 사건과 감정의 시차를 이으며 붓끝을 천천히 따라 이동합니다. 어떤 계절에는 괴로움에 몸부림쳤고, 어떤 계절에는 수수께끼에 골몰했으며, 어떤 계절에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렇게 지나간 계절들의 초상화를 환절기 전시공간에 모아봅니다. 환절기라는 묘한 경계에서 흔들리며 만나는 모두의 계절도 지난하지만 끝이 있으니, 매섭지만 황홀하길 바라며. ■ 송소류

Vol.20240515a | 송소류展 / SONGSORUE / 宋遡流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