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나를 떨게 한다

윤지영展 / YUNJIYOUNG / 尹智英 / mixed media   2024_0513 ▶ 2024_0527 / 일,공휴일 휴관

윤지영_시각음계_단채널 영상 및 사운드설치_00:06:53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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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인스타그램_@jiyoungyun_wavy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3 사유게르 프로젝트 선정 기획展

기획 / 강부민 그래픽 디자인 / Dalae 신다혜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찬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ALTERNATIVE SPACE ARTFORUM RHEE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조마루로105번길 8-73 (상동 567-9번지) B1 Tel. +82.(0)32.666.5858 artforum.co.kr @artforumrhee www.facebook.com/artforumrhee

어린아이는 간혹 당황스러운 말을 하곤 한다. 빨래 건조대에 인형들을 쌓아두더니 인형의 집이라고 한다든가, 길가에 핀 꽃에 무어라 말을 하고는 다음에 또 보자고 인사하는 등 귀엽지만 이해할 수는 없는 그런 말들. 가만히 듣다 보면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규칙을 부여한다. 그렇게 어린아이는 늘상 무언가에 이야기를 덧붙이며 자신만의 놀이를 만든다.

윤지영_술래 1_잉크젯 프린트에 색연필, 재프린트_60×40cm_2021 윤지영_술래 2_잉크젯 프린트에 색연필, 재프린트_60×40cm_2021
윤지영_낙화연구_잉크젯 프린트에 색연필, 마커, 재프린트_60×90cm_2021

시간이 흐르며 점차 놀이하는 법을 잊곤 한다. 대상의 영혼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대상의 속성을 분석하고 비교하는 것으로 대체된다. 불확실하고 우연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쓸모를 가려내고 가치를 평가하며 변하지 않는 규칙과 패턴을 찾아내려고 한다. 그렇게 쓰여진 현실 세계의 규칙은 때때로 현실에 앞서 있는 것처럼 세계를 마름질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더 이상 말하지 않는 세계는 자신의 다름을 잃어간다.

윤지영_습관적인 메모_한지에 수묵_32×60cm_2011 윤지영_노래는 어딘지 모르는 땅에 떨어졌다 1_ 잉크젯 프린트에 사인펜, 재프린트, 디지털 음원_25×37.5cm_2016 윤지영_노래는 어딘지 모르는 땅에 떨어졌다 2_ 잉크젯 프린트에 사인펜, 재프린트, 디지털 음원_26.5×56cm_2016
윤지영_꽃을 위한 풀이_트레싱지에 색연필, 재프린트_29.5×21cm×3 외_2021 윤지영_길 위에 별_잉크젯 프린트에 색연필, 재프린트_40.5×33cm_2021
윤지영_파동하는 이미지_무궁화_ 단채널 영상 및 사운드설치_00:03:32_2021

윤지영 작가의 작업은 일상적 순간들을 다르게 감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물들 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우연한 배치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질서와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언어, 동물 소리, 기계 소리, 화이트 노이즈 등 익숙한 소리들은 뒤섞이며 단순한 소리의 합 이상의 느낌을 이끌어낸다. 악보에 따라 펼쳐지는 일상의 소리들은 그 안에 깃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삶을 새롭게 감각하게 만든다.

윤지영_파동하는 이미지_철쭉_ 다채널 영상 및 사운드설치_00:03:02_2022 윤지영_시각음계_패브릭 프린트_가변크기_2022
윤지영_침묵은 나를 떨게 한다展_대안공간 아트포럼리_2024
윤지영_침묵은 나를 떨게 한다展_대안공간 아트포럼리_2024

작가가 채집한 일상의 이미지는 작가의 호명에 따라 대답하듯 자신만의 소리를 내기도(「시각음계」, 2024), 작가가 만들어낸 규칙 안에서 각기 다른 고유한 소리를 맡아 서로 겹치며 도시의 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파동하는 이미지_철쭉」, 2022). 작가가 펼친 삶의 소리들이 작가만의 상상의 질서에서 이리저리 얽히고 헤집어진다. 우연히 놓인 꽃잎에서 소리를 찾으며 세계에 말을 거는 작업은 자신과 세계를 연결 짓는 것이다. 사물과 자신, 그리고 사물과 사물 사이의 거리에 주목하다 보면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롭게 사물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은 나를 떨게 한다"라는 옛 수학자의 말처럼 우리는 미처 다 헤아릴 수 없는 세계에 대해 두려움과 놀라움을 느끼곤 한다. * 『침묵은 나를 떨게 한다』는 오히려 세계의 질서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받아들일 때 낯선 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묻는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농담처럼 튀어나오듯 어쩌면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접고 펼쳐볼 수 있을까? ■ 강부민

* 블레즈 파스칼, 『팡세』, 김형길 옮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5, p.233

Vol.20240513a | 윤지영展 / YUNJIYOUNG / 尹智英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