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갤러리 보나르
관람시간 / 11:00am~07:00pm / 22일_11:00am~04:00pm
갤러리 보나르 Gallery Bonart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한강로158번길 91 (망월동 839-4번지) 1층 Tel. +82.(0)31.793.7347 blog.naver.com/gallerybonart @gallerybonart
놀이로서의 사유, 그 사유의 정수 ● 최미영 작가는 '자신에게 사유는 일종의 놀이'라고 밝힌다. ● 우리는 간혹 일상에서 어느 특정한 사물이나 사건, 단어에 주목하여 그에 대해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그러한 과정은 어떤 인상을 남기기도 하고, 무엇인가 깨달음을 주기도 하며, 다른 행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도시가 아닌 자연 속에 삶의 터를 잡고, 독신으로 반려동물들과 지내며, 작품을 제작하고 강의를 하는 최미영 작가의 삶은 일상의 외부적 현상에 몰두하여 자아를 잊고 지내는 것보다는 주로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세계를 대면하는 쪽에 더 가깝다. 그것이 최미영 작가의 일상이다.
최미영 작가는 이러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느 하나의 '현상-텍스트'에 대한 생각으로 미끄러지며 오랜 시간 사유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생각이 단순한 두뇌 활동으로 끝나지 않고 의식적으로 철학적인 사유의 과정으로 진입하게 되면서 그 결과가 예술작품으로 표출된다. 최미영 작가가 이러한 과정을 '자신만의 놀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 과정 전체가 어떠한 의무나 책임, 제한이나 보상을 벗어나 일체의 순수한 즐거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최미영 작가는 이러한 사유의 놀이 과정을 따라가면서 진리와 현상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고, 현상의 뒤에 가려진 본질과 근원에 대해 자신이 그리워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물질이 지닌 정신적인 힘인 에테르와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정신인 에피스테메를 자신만의 추상적 사유의 방법을 통해 파악한다.
색, 텍스트, 이미지 ● 최미영 작가의 작품을 보면, 시원하고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상의 배경에 몇 안 되는 이미지(혹은 텍스트)가 화면 안에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단순성은 작가의 사유방식에서 기인한다. 오랜 사유의 과정을 통해 얻은 통찰을 마치 체로 물을 걸러내듯 모든 일상의 감상을 걸러내고 끝내 남게 되는 정수를 작품 속에 담는다. 이렇듯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고 강렬한 이미지는 우선 쉽고도 깊게 우리의 인상을에 파고든다. 이러한 특성은 반대로 쉽게 휘발되지 않고 단순화한 추상성으로 생기는 간극으로 인해 오래 사유하게 만든다. ● 그가 표현하는 색은 그저 이미지가 담는 표상이 아니라 물질에 대한 대체로서 추상적 상징어가 된다. 제시어로서의 이미지와 텍스트는 배경의 색상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강렬하게 떠오르지만 그로 인해 배경은 단순한 여백이 아닌 또 다른 이미지가 된다. 이 전체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기호로서 작동하게 되면서 언어적 소통성이 아닌 상징성을 지닌 도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추상적 상징성으로 인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사유로 빠져들게 한다.
다시 사유와 해석 ● 흔히 철학적 개념을 제시하는 작품의 경우 차갑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어떠한 경험이나 추억, 인상이나 감정을 떠올리는 것이 아닌 논리적 추상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철학적인 사유는 감상적이지 않다. 그러나 최미영 작가는 모티프(이미지 혹은 텍스트)와 관계성을 갖는 상징적 색상을 선택함으로써 비감상적인 철학적 개념에 묘한 판타지를 부여한다. 단순하고 구체적인 이미지와 텍스트가 등장하지만 관계적 의미 해석을 거부하는 추상적 상징으로 제시됨으로써 보는 텍스트, 읽는 그림으로 승화된다. ● 관람자는 일반적인 작품해석이 아닌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 총체적 질문에 대면하여 스스로 사유의 과정으로 빠져들며 상상력을 펼치게 된다. (2024. 5. 10) ■ 이승신
Vol.20240511c | 최미영展 / CHOIMIYOUNG / 崔美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