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51129d | 최은주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4 고양우수작가 공모전 청년작가전2 고양 아티스트 365
주최 / 고양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00pm / 월요일 휴관
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Goyang Aramnuri, Aram art Museu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마두동 816번지) 상설전시장 2 Tel. +82.(0)31.960.0180 / 1577.7766 www.artgy.or.kr
익숙함 속 낯선 풍경 ● 최은주의 개인전 《우연한 구름》은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맞닥뜨린 구름의 변화무쌍한 변화에서 영감을 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한다. 무수한 수증기 알갱이들의 군집체인 구름은 높낮이에 따른 공기압과 대기의 움직임에 따라 수시로 자기 형상을 뒤바꾸는 신비로운 존재이다. 때로는 정지한 듯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쾌속선을 띄어놓은 것처럼 모습을 바꿔가며 하늘을 급속히 횡단하거나 아예 형체도 없이 갑자기 소멸해 버리기도 한다. ● 최은주는 익히 알고 있는 이러한 구름의 변화 양상을 눈앞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우연한 경험의 순간을 자신의 작업을 새롭게 변신하는 계기로 삼는다. 그녀가 여행 중 풍경 스케치에 골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출현한 거대한 구름은 이전의 풍경을 낯설게 바꾸어 놓았는데, 그것을 그림으로 옮기려는 순간 이내 사라져 버리는 또 다른 풍경을 마주하면서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교차하는 익숙함 속의 낯선 풍경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현재의 작업을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일상의 풍경 안에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나게 함으로써 '친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그렇지만, 그녀는 연관 없는 사물을 병치하는 데페이즈망 기법이나, 이미지의 연상 작용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변화해 나가게 만드는 오토마티즘 기법을 통해 꿈속 환영 같은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를 창출하는 일에 전적으로 골몰하지 않는다. 그저 화면 속 소소한 구성과 잔잔한 변화를 통해 '현실 속 비현실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일 따름이다. ● 최은주는 마치 익숙한 구름이 나타났다 사라졌던 낯선 순간에 대한 우연적 경험을 변주하는 현실 속 여러 소재를 통해 자신의 회화를 실험한다. 즉 구름뿐만 아니라 꽃, 나무, 현실 속 자연과 같은 소재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통해서 '우연한 구름'의 여러 버전을 실험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인전 전시장을 가득 채운 꽃, 나무 그리고 별과 달은 최은주의 작업에 있어 구름의 변주인 셈이다: "우연한 구름의 시작은 구름이었지만 구름으로부터 점점 확장되어 별이나 달, 흩날리는 잎과 같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든 현상, 작품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끔 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 그녀는 실제로 구름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듯한 형상 혹은 눈이 나무 위에 쌓여있는 듯한 형상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구름과 눈의 이미지가 병치된 불확정의 이미지는 작품을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커다란 노란 별이 나무 꼭대기에 위치한 작품이나 커다란 크기의 달이 화면에 자리한 작품은 또한 어떠한가? 전자는 커다란 별을 장식으로 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거나 후자는 슈퍼문이 있는 풍경을 연상케 한다. 아울러 전자나 후자 모두 회화의 바탕을 평면처럼 처리한 것은 그녀의 작품을 현실의 풍경이되 비현실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기제가 된다.
이처럼 그녀의 작품이 일상에서 자주 목도한 풍경이되 일정 부분 낯선 풍경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최은주가 '약간의 상상력'이라고 표현한 '과도하지 않은 상상력'을 회화 내부로 견인해 왔기 때문이다. 상상력에 해당하는 영어 이미지내이션(imagination)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상상력은 이미지(image)를 떠올리는 행동(-ation)이다. 상상은 지각계에서 작동하는 현실 재현의 능력보다 상상계 안에서 작동하는 초현실화 혹은 비현실화의 능력인 셈이다. 따라서 최은주의 작업은 현실 재현을 넘어, 무한한 상상을 최대한 활용하는 초현실주의적 풍경보다는 절제된 상상을 통한 비현실화의 풍경을 회화 내부로 견인해 온다. 우연은 구름처럼 "정해진 형태가 없다"는 불확정성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늘 예단하기 어려운 변화를 거듭하는 예측 불가능성을 주요 전략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 구름의 변주로 표상되는 꽃, 나무 등 자연 풍경 이미지를 자신의 작업으로 가져온 최은주의 '우연을 향한 모험의 여정'은 산뜻하다. 그것은 익숙함에 덧붙이는 불확정성, 예측 불가능성을 통해 '익숙함 속 낯섦'을 시도하는 이미저리(imagery)의 속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미저리란 "육체적인 감각이나 마음속에서 발생하여 언어로 표출되는 이미지의 통합체" 또는 "언어에 의해 정신에 생산되는 이미지군의 결합"을 지칭한다. 마치 최은주의 구름 한 점 없는 꽃나무와 같은 작업들이 '우연한 구름'이라는 말로 통칭되듯이, 그녀의 이미지군은 익숙한 개별 이미지 위에 낯선 또 다른 이미지를 겹으로 씌운다. 그런 까닭으로 그녀의 회화는 '익숙함'을 기저에 둔 상태에서 '살짝 비틀어진 낯선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 최은주의 작품 속 꽃나무들은 주위에서 흔히 본 것들이다. 관객이 그것의 구체적인 이름이나 생물학의 학명을 모르더라도 감상에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 꽃나무들은 그녀에겐 그저 '우연한 구름'의 변주처럼, 익숙함 속 낯섦이 함께 겹친 것일 따름이다. 예를 들어 초록 잎과 노랑, 빨강 꽃들과 같은 익숙함과 마주한 것은 마젠타, 바이올렛, 브라운, 옐로우 등의 색상이 하늘색을 만든 낯섦이다. 이 익숙함 속 낯섦은 현실 속 비현실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창출하기에 족하다. 서로 대화하듯 빼곡하게 자리한 꽃과 촘촘한 잎들이 군집한 나무꽃 주위에서 바람에 산포(散布)하듯이 떨어지는 꽃잎은 실제 현실 풍경처럼 보이면서도 마치 벽지의 패턴처럼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또한 캔버스에 올라선 명도 높은 아크릴 물감으로 된 꽃잎과 중간 색조의 이파리들로 구성한 평면적 페인팅에 덧붙여 꽃잎과 나뭇잎 하나하나마다 세필로 물감을 엷게 올려가며 정성을 들인 미세한 명암과 수고스러운 노동의 세밀한 묘사 방식은 그녀의 회화에 담긴 '익숙함 속 생경함'을 더욱더 증폭시킨다.
최은주의 회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캔버스에 아크릴화를 사용한 재료의 차원이나, 단순한 평면성의 조형과 세밀한 묘사가 조화를 이뤄 형식적 차원에서 서양화로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동양화의 정신을 견지한다는 것이다. 서양의 재료로 채색화의 외양을 한 채, 재현의 이미지가 아닌 이미저리가 표방하는 석도의 심화(心畵)와 같은 내용, 즉 마인드스케이프라고 할 만한 심상 이미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및 주제의 차원에서도 그녀의 회화는 일정 부분 노장의 자연이연(自然而然), 김원룡(金元龍)의 자연주의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동양화의 정신을 견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 주목할 만한 것은 그녀가 한국화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과업을 오랫동안 성찰하고 조형 실험을 거듭해 왔던 동양화 전공의 작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녀의 현재 회화가 많은 부분 이러한 전통의 현대화에 대한 깊은 성찰과 다양한 조형 실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의 회화는 서양화의 형식으로 동양화 정신의 뿌리에 서서 공자(孔子)의 온고지신(溫故知新), 양주팔괴(楊州八怪)의 전통 해체,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실천하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 전시장 전체를 꽃과 나무로 선보이는 최은주의 이번 전시는 한없이 부드러운 꽃잎들의 세계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 자연의 익숙하고도 낯선 모습을 매우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모습으로 선보인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하고 쉽고 편안한 이미지의 자연 풍경을 추구하는 최은주의 이번 전시는 많은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흥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이 현대미술에 한 걸음 다가서도록 안내하는 의미의 장을 펼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 김성호
Vol.20240510g | 최은주展 / CHOIEUNJOO / 崔銀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