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왠지 모르게 새를 자주 그리기 시작했다. 새는 날아갈 수 있다. 그 자유로움 외에도 만약 그 날개가 천사의 것이라면 그들은 구원자일 수도 있다. 나는 은연중에 하늘로 그들과 함께 날아올라 구원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 그래서 인지 꿈속에서 나는 법을 배웠다. 꿈을 꾸다가 꿈인 것을 자각하면 깰 수 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꿈이라는 걸 알아도 깰 수 없더니 요새는 꿈이라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대게는 악몽을 꾸는데 결국 공포감은 나를 굴복시켜 제대로 걷지도 못해 주저앉거나 휘청거린다. 매일 악몽 속에서 나는 픽픽 쓰러지면서 매스껍고 토할 것 같은 불쾌감을 꼭 현실과 같이 느끼곤 한다. ● 그래서 언제인가부터 스스로 꿈속에서 나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 되고 도망칠 수 없는 악몽을 꾸며 이렇게 생생하게 고통을 느껴야만 한다면 차라리 날아올라 버리자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처럼 아주 조금씩 땅에서 발을 띄웠다 떨어지길 반복하면서 이내 조금씩 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그러다 끝내 날아올라서는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온갖 괴물들이 나를 찾아 웅성이고 북적이는 걸 보며 나는 희열을 느낀다." - 왕선정 작가노트 중

왕선정_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I learned how to fly展_금호미술관_2024

왕선정_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I learned how to fly展_금호미술관_2024

작가 왕선정(b.1990)은 자신이 경험하고 인식한 삶의 모습, 사건, 감정 등을 캔버스 화면 안에 극적인 장면으로 재구성한다. 그는 신화적 모티브와 종교적 도상을 활용하거나 변형 혹은 왜곡된 인물 표현을 통해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 나약함을 드러내지만 결국 이러한 순간을 직시하며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 정반대의 긍정적 상황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왕선정_평화_캔버스에 유채_73×61cm_2024

왕선정_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I learned how to fly展_금호미술관_2024

이번 전시 《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에서 작가는 강렬한 색채와 특유의 묘사력으로 악몽 속 풍경의 장면들을 그리며 자신의 감정과 조형적 미감을 자유로이 표출한 회화 작품 15점과 뜨개질 및 자수 작품 2점을 선보인다. 「당신을 위하여」(2023)에서 볼 수 있듯 그의 회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조류, 천사, 반인반수 등의 형상과 뒤틀린 몸을 하고 괴로워하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인물은 공포, 불안, 두려움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와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 날아오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준다.

왕선정_나는 나는 법을 배웠다 I learned how to fly展_금호미술관_2024

이처럼 작가의 회화는 한 인간이자 예술가로 살아가며 마주하는 공포와 희열을 함께 함축하며 보는 이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감정과 정서를 자극한다. ■ 금호미술관

○ 전시 연계 프로그램 《2024 금호영아티스트》 전시 2부 연계 아티스트 토크 - 1회차 - 참여 작가: 왕선정 작가 - 일시: 2024년 5월 25일(토) 오후 2시 - 장소: 금호미술관(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8) 3층 세미나실 - 신청방법: 금호미술관 홈페이지 내 '교육 ＞ 전시 연계 프로그램' 에서 신청

Vol.20240510c | 왕선정展 / WANGSEONJEONG / 王鮮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