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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0510_금요일_06:00pm
아티스트 토크 / 2024_0518_토요일_03:00pm
후원 / 진주문화관광재단_진주K-기업가정신재단 주최,기획 / 루시다 갤러리
관람시간 / 10:00am~09:00pm
루시다 갤러리 LUCIDA GALLERY 경남 진주시 망경북길 38 1층 Tel. +82.(0)55.759.7165
이 시대 영웅을 위한 그의 신전(神殿) ● 윤한종의 세 번째 시리즈작품 『리더스: 기업가의 초상』은 구한말 민강(閔橿, 1883~1931)부터 현재 김정주(金正宙, 1968~2022)까지 작가가 선정한 기업가 13명의 초상 사진을 그의 방식대로 작업한 것이다. 작가는 100여 명의 기업가의 초상 사진을 이미 작품화하였고 추후 작품집과 함께 발표할 계획이 있다. ● 『리더스: 기업가의 초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존재(Invisible Beings)』와 『처리되지 않은 존재'(Untreated Beings)』와 같이, 아주 작은 전자 부품을 촬영하여 작품을 만들었으나, 전작과 달리, 전체는 구체적 이미지[인물(초상)]를 보여주고 있다. 포맷도 195x145㎝(4:3 비율)를 선택하여 이는 회화의 캔버스 F(인물)의 비율과 유사하며, 적합한 포맷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대상이 되는 기업인의 사진을 인터넷 검색으로 구한 뒤 작품 의도에 맞게 임의로 크로핑하였는데 전형적인 증명사진이나 초상화처럼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과 상반신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선택된 사진과 최종 작품은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윤한종의 작품 「김정주」는 원본사진과 달리 복잡한 배경이 단순화 되어있다. ● 작가가 작품화를 위해 선택한 기업인 선정에 객관적 기준은 없어 보인다. 이를테면, 한국의 100대 기업 총수라든지, 코스피 시가 총액 기준 100대 기업 등 특정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각 산업 분야에서 대표되는 기업 중 작가가 존경하는 기업인이나 새로운 산업을 개척한 기업인, 사업으로 의미 있는 시도를 한 기업인 등을 선정하였다. ● 최종 작품에 이른바 '물감'으로 쓰인 전자 부품과 작업화된 기업인의 업종과는 관련이 없다. 작품에서 작은 단위와 전체의 관계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김동유의 작품과는 달리 오히려 이러한 부품은 작가 윤한종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재의 사용은 작가와 피사체, 혹은 작업 대상인 기업인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작품 옆에 각 기업인의 간단한 약력, 혹은 사업적 과정과 기업인의 어록 중 대표적 말을 적어 놓기도 하였다. 그 약력을 읽어보면 살면서 모든 것이 성공적인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대표적인 기업가들 모두 초기에 많은 실패를 겪고, 어려운 문제점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가의 삶의 궤적은 고전 소설이나 신화에 나오는 영웅의 이야기와 서사 구조가 매우 유사하다. 영웅 이야기의 구조는 '집을 떠난다→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이 선택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수련한다→거대한 괴물이나 적을 만나 물리친다→고향으로 금의환향한다'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업인들은 '자기에게 맞는 업종으로 사업을 시작한다→자금 부족, 기술 부족, 경기 침체, 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사업 실패를 한다→실패를 반면교사로 다시 사업을 시작한다→또 실패를 하기도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사업을 성공시키며 기업의 규모를 키운다'라는 서사 구조로 되어 있다. 윤한종이 축약한 기업인의 삶에는 그들의 삶을 비판하거나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력은 보이지 않는다. 작품 대상이 된 기업가 중 어떤 이는 법을 위반해 법의 심판을 받은 경력이 있지만,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서 영웅들은 위대함과 결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듯이-예를 들어 불사신 아킬레스는 뒤꿈치가 약점이듯이-작가는 기업인들의 업적이," 공칠과삼(功七過三)" 즉, 과오보다는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작가의 가치관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대기업에서 독립해 전자부품 검사기를 만드는 회사를 차리고, 코스닥에 상장시킬 정도로 크게 사업을 했던 작가의 가치관에 따른 것이다.
작품을 살펴보면 매우 평면적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 「이병철」에서 보이듯 명암과 농도의 변화는 타일화(畵)처럼 그리드(grid)화(化) 되어 있다. 이는 각 픽셀에 부품 하나를 대입시켜 작업하는 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작품은 기업가에 대한 작가의 느낌을 주된 색으로 표현하였지만, 가까이 보면 매우 다양한 색이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유사한 포맷의 인물 사진은 한편, 도상학(圖像學)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요소는 자연스럽게 비잔틴 미술을 연상시킨다. 윤한종의 작품에서 하나하나의 부품은 비잔틴 모자이크(mosaic) 벽화의 유리, 칠보로 만든 타일 하나하나처럼 반짝이며 빛나고 있다
필자는 작품을 보며 로마 판테온(Pantheon) 내부를 떠올렸다. 판테온은 '모든(Pan) 신들(theos)을 위한 신전'으로 B.C. 27년에 건축되었는데, 7세기부터는 그리스도교 성당이 되었다. 내부 2층에는 12개의 페디먼트(pediment, 牔栱, 搏工)와 창이 액자처럼 죽 둘러있으며, 그 안에는 어떤 조각이나 그림도 없이 텅 비어 있다. 추측건대, 그리스도교 성당으로 쓰이며 로마의 조각상은 우상 숭배라 하여 없애지 않았을까 싶다. 윤한종 작가는 마치 기독교에 의해 제거된 로마 영웅의 조각이나 그림을 발굴, 복원하고 싶어 하는 고고학자나 고미술가처럼, 근대부터 산업화 과정의 기업가들을 현대의 영웅들로서, 그들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작업을 한 것이다. 작가는 작품 노트에서 "연작을 통하여 그분들에게 "많이 힘드셨죠? 그간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와 위로의 말을 하고 싶다."라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윤한종은, 신과 영웅을 찬미하기 위해 신전(神殿)을 지은 로마인처럼, 벽에 예수의 모습을 타일로 하나하나 붙여 완성하는 비잔틴 시대의 수도승처럼, 혹은 10년의 모험을 겪고 마침내 귀향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노래한 그리스의 호메로스처럼, 기업가의 초상을 작업하여 이 시대 영웅들을 동시대 사람들이 경배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 김동욱
대한민국은 해방 후 전쟁을 겪고 70년을 넘게 지내오면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었다.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세상을 만든 것은 모든 국민이 함께하여 이루어 낸 자랑스러운 결과이다. 국가 지도자, 노동자, 기업가, 공무원 등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고 이루어 낸 종합적인 결과이다. 그중 우리나라의 기업가를 주목한다.
본 연작은 인터넷에 있는 기업가들의 초상사진을 이용하여 작업했다. 작품을 구성하는 낱개 사진은 '전자부품 자동검사장치'에서 촬영한 여러 종류의 서로 다른 색상과 밝기를 지닌 약 800만 장의 전자부품의 사진 중 하나이다. 전작인 '보이지 않는 존재(2018년)'와 '처리되지 않는 존재(2020년)'는 우연성으로 나열한 추상 작업이었다면, 본 연작은 구체적인 대상의 요소에 적절한 밝기의 사진을 위치시킨 콜라주 작업이다. 전자부품은 내가 30여 년 내내 생업에서 보아온 대상이다. 전자부품을 극단적으로 확대하면 불량은 아니지만 평상시 볼 수 없었던 많은 상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자부품은 사람과 닮았다. 기업가는 매일 전쟁에 임하는 마음으로 출근한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최선의 결정을 위한 외로운 고통을 감내해야하므로 보통 사람들보다 상처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전투에서 한 번 질 수는 있지만, 전쟁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중에 회사를 창업하여 20년 넘게 회사를 경영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산업화를 이끄신 분들의 고민과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그들의 과오가 없지 않았으나 업적과 사회공헌에 비하면 박하게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지금 우리의 풍요로움은 그분들의 역할이 컸다. 그래서 본 연작을 통하여 그분들에게"많이 힘드셨죠?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와 위로의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후배 기업가들이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여 더 창의적인, 더 혁신적인, 더 존경받는 기업을 일구어 이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윤한종
Vol.20240506a | 윤한종展 / YOONHANJONG / 尹漢鍾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