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4오분의일 작가공모선정작
주최 / 예술협동조합이루_오분의일 후원 / 태영D&I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토요일_24시간 오픈 06:00pm이후 윈도우 갤러리 운영
오분의일 One Fifth 1/5 경기도 광명시 양지로 19 어반브릭스 4층 437호 Tel. +82.(0)2.2688.7771 @onefifth_5_1
어느 날 갑자기 청각이 나에게서 사라졌다. 종이책을 넘기는 소리, 나에게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 내 앞에서 손뼉 치며 웃는 친구의 웃음소리······. 그들의 입 가까이 귀를 대고 소리를 느낀다. 소리는 숨과 입김과 뒤섞이며 내 피부에 스친다. 그들의 말은 온도가 되어 내 뺨에 머문다. 마주 선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소리는 동그란 모양으로 내 눈에 새겨진다. 그들의 입 모양이 만들어내는 방울 방울의 소리 모양은 뭉쳐지고 흐트러지며 나의 세계에 펼쳐진다.
소리가 사라진 나의 세계는 암흑과 같은 적막의 세계가 아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소리는 각기 다른 온도와 모양이 되어 나의 세계를 가득 채운다. 내 손끝이 사물에 닿을 때마다 생기는 작고 미세한 소리는 손끝의 마찰과 느낌으로 끊임없이 저장된다. 나는 이 소리의 기억을 다시 손끝으로 공간에 채워나간다.
도란도란 우리의 입 모양이 계속해서 만들며 공간에 퍼지는 소리는 나의 손에 다시 담기어 올망졸망 소리 덩어리로 바뀐다. 바닥과 천정으로부터 소리 덩어리는 세포처럼 증식해 나가며 공간을 채운다. 내 귀 가까이에서 말소리를 속삭이는 순간 볼에 닿았던 소리의 촉감과 온도는 가벼운 튤이 수 겹 겹친 공간에 다시 가득 찬다. 얇은 튤이 겹치며 만드는 무지개 색상의 공간은 소리가 내 피부에 닿는 순간 변화하는 나의 고요하지만, 풍부한 감각의 경험을 재현한다. 튤은 내 손끝으로부터 공간에 걸쳐지며 계속해서 내 몸을 가볍게 스치고 소곤소곤 내 피부에 속삭인다.
나의 손은 세계로부터 던져진 소리를 촉감으로 전환하며 연주를 계속한다. 무언의 속삭임은 내 손의 온기로 공간을 채워나가며 그곳에 들어선 누군가에게 다시 전해진다. 알아들을 수 없는 세계는 피부로 감각하는 언어로 새롭게 구조화된다. 나의 공간은 갖춰진 언어의 명확함에 앞서는 접촉과 환대의 감각으로 모두를 초대한다. ■ 김은정
Vol.20240505b | 김은정展 / KIMEUNJUNG / 金垠廷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