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소리

김은정展 / KIMEUNJUNG / 金垠廷 / installation   2024_0504 ▶ 2024_0526 / 월요일 휴관

김은정_도란도란_페브릭, 폴리솜_가변설치_202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4오분의일 작가공모선정작

주최 / 예술협동조합이루_오분의일 후원 / 태영D&I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토요일_24시간 오픈 06:00pm이후 윈도우 갤러리 운영

오분의일 One Fifth 1/5 경기도 광명시 양지로 19 어반브릭스 4층 437호 Tel. +82.(0)2.2688.7771 @onefifth_5_1

어느 날 갑자기 청각이 나에게서 사라졌다. 종이책을 넘기는 소리, 나에게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 내 앞에서 손뼉 치며 웃는 친구의 웃음소리······. 그들의 입 가까이 귀를 대고 소리를 느낀다. 소리는 숨과 입김과 뒤섞이며 내 피부에 스친다. 그들의 말은 온도가 되어 내 뺨에 머문다. 마주 선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소리는 동그란 모양으로 내 눈에 새겨진다. 그들의 입 모양이 만들어내는 방울 방울의 소리 모양은 뭉쳐지고 흐트러지며 나의 세계에 펼쳐진다.

김은정_도란도란_페브릭, 폴리솜_가변설치_2024
김은정_도란도란_페브릭, 폴리솜_가변설치_2024
김은정_도란도란_페브릭, 폴리솜_가변설치_2024

소리가 사라진 나의 세계는 암흑과 같은 적막의 세계가 아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소리는 각기 다른 온도와 모양이 되어 나의 세계를 가득 채운다. 내 손끝이 사물에 닿을 때마다 생기는 작고 미세한 소리는 손끝의 마찰과 느낌으로 끊임없이 저장된다. 나는 이 소리의 기억을 다시 손끝으로 공간에 채워나간다.

김은정_Ethereal Breath_튤, 실크_7.6㎡_2024
김은정_Ethereal Breath_튤, 실크_7.6㎡_2024
김은정_Ethereal Breath_튤, 실크_7.6㎡_2024

도란도란 우리의 입 모양이 계속해서 만들며 공간에 퍼지는 소리는 나의 손에 다시 담기어 올망졸망 소리 덩어리로 바뀐다. 바닥과 천정으로부터 소리 덩어리는 세포처럼 증식해 나가며 공간을 채운다. 내 귀 가까이에서 말소리를 속삭이는 순간 볼에 닿았던 소리의 촉감과 온도는 가벼운 튤이 수 겹 겹친 공간에 다시 가득 찬다. 얇은 튤이 겹치며 만드는 무지개 색상의 공간은 소리가 내 피부에 닿는 순간 변화하는 나의 고요하지만, 풍부한 감각의 경험을 재현한다. 튤은 내 손끝으로부터 공간에 걸쳐지며 계속해서 내 몸을 가볍게 스치고 소곤소곤 내 피부에 속삭인다.

나의 손은 세계로부터 던져진 소리를 촉감으로 전환하며 연주를 계속한다. 무언의 속삭임은 내 손의 온기로 공간을 채워나가며 그곳에 들어선 누군가에게 다시 전해진다. 알아들을 수 없는 세계는 피부로 감각하는 언어로 새롭게 구조화된다. 나의 공간은 갖춰진 언어의 명확함에 앞서는 접촉과 환대의 감각으로 모두를 초대한다. ■ 김은정

Vol.20240505b | 김은정展 / KIMEUNJUNG / 金垠廷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