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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갤러리 한옥 GALLERY HANOK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4 (가회동 30-10번지) Tel. +82.(0)2.3673.3426 blog.naver.com/galleryhanok www.facebook.com/galleryHANOK @galleryhanok
고려 불화 '비로자나불도'를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처음 친견하였습니다. 제가 친견한 불화 속 보살님은 어두운 조명 아래 전시되어 그 어둠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보였습니다. '나'라는 존재의 외로움, 받아들임의 의연함, 희망에의 염원... 그렇게 '만오천불도'라고 불리우는 '비로자나불도'를 친견하고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직접 그리고 싶은 순간이 불현듯이 찾아왔습니다. 붓을 잡고 2년 동안 무작정 달려들어 기도하듯이 그리던 불화는 저를 불교학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다시 대학에 진학해 '불교란 무엇인가?'를 배우며 기도 정진하는 마음으로 '비로자나불도'를 완성했습니다. 이 불화는 2018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무형유산원장상'이라는 큰 상을 제게 안겨주었고, 이는 저에게 불모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그 후 다시 그린 나만의 '만오천불도'는 원작을 모사할 때 느꼈던 미진함과 신광(身光)이 잘린 부분의 아쉬움, 오른쪽 상단의 희미한 만월(滿月)의 흔적을 보완하여 대원광(大圓光)을 살리고 보살님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만월을 그렸습니다. ●언뜻보면 단순한 그림, 그러나 자세히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섬세함은 대원광과 만월을 채우니 무진법계의 광대원만한 세계가 온전히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고려 불화 '비로자나불도'는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인도에서 발생 된 불교가 중국을 지나 우리나라로 유입되는동안 자리잡은 밀교·화엄·법화·선·정토와 같이 수많은 대승불교의 사상을 한 폭으로 담아낸 변상도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千江有水千江月 萬里無雲萬里天, 일천 개의 강에 물이 있으니 일천 개의 강에 달이 비치고, 만 리 하늘에 구름이 없으니 만 리가 맑은 하늘이다. 제월(霽月), 하늘에 구름(장애)이 한 점도 없으니 달빛이 세상 곳곳에 비추어 모든 인연 중생들에게 광명과 형상을 그대로 드러내어 합일합니다.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담겨있고 낱낱은 티끌마다 시방세계가 들어있다는 즉 一卽多 多卽一이겠지요. ●우리의 자성(自性)은 찰나에도 수 천 번의 생각을 하고 오랜 세월도 한 순간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순간 마음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따라 부처님의 정토에 있을 수 있고 지옥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홀로 외로이 앉아 계셨던 분은 혼자가 아니었고, 수많은 삶과 죽음, 고통과 즐거움의 인연으로 깨달음을 주시는 불·보살님들과 함께 있으니 얼마나 여법한 자리일까요.
불화와 인연을 맺은지 10여 년을 넘겼습니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다가온 불교회화와 불교학은 석가모니불의 마지막 설법이신 "자등명 법등명 하라"의 끊임없는 되새김을 일깨우게 합니다. 기도의 방편 어딘가에 있던 불화 작업과 늦깎이의 불교학 공부는 밤이 새는 줄 모르게 합니다. 10년 세월, 얕지도 깊지도 않은 불모의 길, 그동안의 정진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갤러리 한옥의 문명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미흡하나마 그동안 거북이처럼 묵묵히 걸어올 수 있도록 이곳까지 이끌어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도반님들, 불·보살님들께 고개 숙여 합장합니다. (2024. 4월 어느 날 霽月 高成恩 合掌) ■ 고성은
Vol.20240423b | 고성은展 / GOSOUNGEUN / 高成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