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러보는 우리들의

Nonetheless, we keep singing our songs  김보경展 / KIMBOGYOUNG / 金甫耕 / painting   2024_0420 ▶ 2024_0511 / 월,화요일 휴관

김보경_노을과 사람과 뿌리_캔버스에 유채_90.9×116.7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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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드로잉룸2.5 「봄에서 여름」 공모展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화요일 휴관

드로잉룸2.5 Drawingroom2.5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다길 9 (연희동 128-30번지) 2.5층 @drawingroom2.5

색깔 ● 대여섯 시쯤 도시의 옥상에 올라가면 넓어진 하늘 안에 층층이 쌓인 색 띠가 보인다. 해가 지기 전 희미한 주황색과 따뜻한 파란색 사이에 낀 연둣빛 하늘색은 물감으로 똑같이 찍어 바를지라도 제 하늘빛을 따라 담을 수 없다. 자연에서 얻어온 색 조합을 물감으로 옮기며 생기는 아쉬운 공백은 물감 안에서의 유희로 채울 수 있다. 이전의 색과 보기 좋게 어우러지는 색을 얹는 것도 좋지만, 기대하지 않은 색을 섞으면 더 재미있다. 상응하지 않아 보이는 색 사이로 또 다른 색들을 엮어 더하다 보면, 처음 두 색은 어우러져 퍽 좋아 보인다.

김보경_밤_캔버스에 유채, 목탄_45.5×53cm_2023
김보경_외로운 천사_캔버스에 유채, 목탄_60.6×90.9cm_2023

사람과 사람 ● 사람이 물리적으로 서로를 마주 보려면 한 팔 길이 너머의 거리가 필요하다. 나는 코 앞에서 상대방을 구석구석 파헤치다가, 이따금 멀찍이 그 사람을 바라보았을 때 그 사람이 더 자세히 보이는 경험을 하고는 한다.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대개 거리 유지에 실패한 채 바짝 붙어 무언가를 응시한다. 불안정한 형상이고 연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만드는 긴장감과 불안한 공기를 회화에 담는 일은 흥미롭다. 꾸물꾸물 물감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김보경_흐린 밤 두 사람_캔버스에 유채_90.9×116.7cm_2023
김보경_발그스름히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2

영혼과 흔적 ● 어떤 표피는 속살을, 어떤 표피는 영혼을 품는다. 기도하며 쌓아 올린 돌탑이 무너져도, 염원하는 마음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다만 돌탑에 의미를 크게 둘수록, 쓰러진 돌탑의 모습은 염원을 해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그렇게 영혼은 표피 안에서 약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회화의 표피도 그 안에 영혼의 흔적을 담아 비춘다. 쌓인 시간과 사람의 손길, 물감의 상호작용, 바라보는 사람의 믿음을 회화는 가진다.

김보경_겨울잠_캔버스에 유채, 목탄_45.5×53cm_2023
김보경_야간탐사_캔버스에 유채, 목탄_72.7×90.9cm_2023

작업의 이야기는 모두 내가 발붙여 서 있는 세계에서 시작한다. 삶 내면에 생명의 뿌리가 되는 영혼이 있다는 생각이 나를 표피 너머의 세계로 이끈다. 그 시공간은 나에게 어떠한 구체적인 형상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나는 한 꺼풀의 세상을 더듬어 상상하고, 회화는 보이지 않는 것을 담고, 나는 다시 회화 안에서 드러나는 것을 바라본다.

김보경_그럼에도 불러보는 오늘날 우리들은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23

죽은 것은 양분이 되는 자연 안에 무상을 안고서 꾸준히 살아가는 생물들을 생각한다. -바짝 붙었다가 거리두기를 반복하는 사람들, 휩쓸리는 분노에 내뱉는 욕구의 허망함, 이해하고 싶지 않은 균열을 분주함으로 가려둔 일상- 따위를 생각한다. 나는 이들에게서 나의 하루를 비추는 실마리를 얻으리라 여기며 회화에 그 흔적을 기록한다. ■ 김보경

Vol.20240420a | 김보경展 / KIMBOGYOUNG / 金甫耕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