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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0417_수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점심시간_01:00pm~02:00pm
세지화랑 SEJI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4길 27 B1 Tel. 070.4242.7905 @sejigallery
예술의 값어치, 그리고 가치 - 뜯겨 터지고 바람 빠진 위풍당당, 빵에 발려진 'Companion' ● 옹골차게 부풀려져 단단하고 반듯하게 서 있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풍선 인형이어야 하는데, 바람이 반쯤 빠져 쪼그라들었고 한쪽이 터졌거나 사용감으로 인해 낡고 허름해진 여러 형태의 공(비치볼·럭비·축구공 등)들로 인형의 형태는 조합되었다. 현재 미술계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품이 연상되는데, 행여 특정 작품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무관할 정도로 여기저기 온전치 못한 허술한 상태들의 조합으로 구축된 늠름한 자태로 서 있는 인형의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살포시 웃음을 짓게 한다. 한편 슬라이스 된 커다란 식빵의 단면에 얹힌 달콤한 딸기 크림 덩어리는 반 정도 뭉개져 있는데 유심히 보면 X자 눈알의 형태가 남아 있어 이 역시 어디선가 봄 직한 낯익은 이미지다.
곳곳이 터져있어도 하나의 몸체가 제 기능을 얄궂게 다하고 있어 익살스럽게도 보이는 토끼·코끼리· 오리는 제프 쿤스의 작품에서 기인한 것이며, 현대인들의 불안과 고독을 미키마우스와 해골 머리로 상징화하여 만든 것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도넬리(KAWS)의 캐릭터를 달콤한 크림 형상으로 이미지의 큰 특징만 남기고 형상을 없애 발라버린 박재윤 작가의 작품이다. 이제는 '키치' 예술의 상징적 작가이자 풍선 인형 시리즈로 나오는 작품마다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제프 쿤스의 작품과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시작해 현대미술의 스타로 등극한 카우스의 캐릭터인 'Companion'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이다.
두 작가 모두 생존 작가로서 현대 미술에서 가장 핫하고 힙한 아티스트들이며, 작품가가 최고치를 찍거나 일상의 삶과 문화 예술계안 가장 붐비는 곳에 앙증맞지만 기세등등하게 자리하고 있는 현대 시각 예술가들이다.
예술의 값과 값어치 ● 이번 전시 『시각적 관점의 재해석』에서 박재윤 작가가 패러디를 위해 차용한 이미지들은 미술사에 중요하게 위치한 혹은 현재 미술계에서 이슈가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 속 이미지들은 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유의미한 작품들도 있지만 시각예술 역사상 최고가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거나, 빠른 시간 안에 천정부지로 작품가가 치솟은 작품들을 재현하고 있다. 예술의 속성상 좋은 작품이 당대에 긍정적인 평가를 충분히 받으며 생존해 있는 동안 작가가 모든 부와 명예와 영광을 거머쥐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거의 비현실적이다. 예술 중에 특히 시각예술은 생산된 후 논의·논란을 거쳐 숙성되어 진가가 서서히 드러나는 '시간성'이라는 것이 불가피하며, 이후 파생되는 작품들이 이를 입증하기 때문이다.
작품 가격을 오르게 하는 요인 중 작품이 품은 오롯한 시대성과 미적 가치 외에 작품을 둘러싼 이슈(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와 이것이 더욱 과열되어 생성된 신화는 그 작품을 더욱 고귀하게 만든다. 종국에는 가격으로도 잡히기 힘든 지경까지 올라가게 되면 작품을 에워싼 신화는 현상계를 넘어서기도 한다. 「모나리자」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도난을 당할수록 작품의 가격은 끊임없이 올라 그것이 그 가치로 대체되었고, 주체를 삭제시켜 버린 뒤샹의 기성품은 어디까지 예술 작품인지를 모호하게 헝클어버려 작품가를 매기는 것조차 곤란한 일이 되었으며, 재화로서 본인 작품이 낙찰되는 순간 직접 파쇄시켜 시각예술에 있어 물질과 비물질에 관한 근엄한 담론으로 조성해 온 분위기를 깨며 판을 뒤엎은 해프닝, 상쇄시킨 주체를 넘어 마치 희롱하는 듯 불쾌와 신박함의 사이에서 주체를 작품과 함께 던져버려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피에로 만초니, 최근 운석에 깔린 교황을 재현해 아슬아슬했던 경계마저 훌쩍 넘어 벽에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여버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까지. 시각예술이 우리가 지닌 본능적 인식과 인지 능력으로 어느 지점까지 가능하며 시각예술로서 정의 내려야 하는지는 더 전폭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새로움이 시각예술의 이름을 갖고 어디까지 질주할지는 점점 더 흥미진진할 일이다. 이러한 작품이 주는 놀라움과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뒤따라오는 작품의 값은 예측대로(?) 또한 굉장한 이슈를 낳고 있다. 예술의 값과 값어치, 그리고 가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각각의 시대와 지역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새롭게 산정되고 정의되는 생물이자 생태계일 것이다.
그리고 예술의 가치 ● 이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완벽한 이상을 추구했던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을 향한 찬양과 경배의 도구로 전락시킨 문화의 암울한 시기를 거쳐 이성을 깨워 고대를 소환해 부흥시켜 꽃을 피운 시기와, 이성을 다시금 누르고 개인의 주관과 감성을 위시해 유연하고 화려한 화풍이 풍성하게 일었다가 또다시 비현실적인 낭만에 반발하여 삶의 현실을 미술의 대상으로 삼고 역사의 무거움을 거부하고 순간의 인상만을 포착하려 했던 시기를 지나, 재현의 대상조차 없애버리고 바라보는 시점도 해체해 추출하고 추상했으며, 결국엔 예술의 주체도 대상화·소거·집단화 시켜버리는 현재의 미술로 긴 여정은 이어져 왔다. 전통과 관습에 대한 반발·거부·전복의 흐름에서 현대에 이르러 미술은 더욱더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과 집착으로 팽배해졌다. 새로움이라는 것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갈망이다. 피카소가 다 해 먹어서 더는 정말 할 것이 없다고 분노했던 잭슨 폴락의 통탄 속에서도 그는 작품을 생산하는 그 자신을 아예 작품에 넣어버렸고, 작품에 넣은 주체를 작품과 함께 파괴해 버린 장 팅겔리 등은 끝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새롭게 도약했다. 늘 막다른 곳에 다다른 절박한 시점에서도 경이롭게도 새로움은 늘 솟아났던 것이 예술의 토대였다. 예술이기에 또한 가능한 것일 수도.
소재와 주제가 다양해지고 다루어 왔던 대상마저 삭제하거나 작업하는 주체 역시 종국에는 해체해 버리는 거친 풍파 속 미술판에서 한편 굉장한 친화력과 대중의 테이스트를 간파하고 매혹해 삶과 일상에 스며들어와 트랜드을 생성해 내는 문화현상으로도 그 범위가 무궁무진 확대된 것 역시 현대미술의 특징일 것이다. 현대 소위 핫하고 힙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패킹(Packing)하고 라벨을 붙여 박재윤 작가는 다시 내놓았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각 예술, 현대 시각 미술이 지닌 파급력, 낙찰되고 거래되고 소모되는 핫한 작품 가격에 대한 놀라움과 저변에 있는 근원(예술의 가치)에 대한 물음을 작품으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시각 예술계에서 이슈가 된 작품들을 모아 한 번에 소비하도록 간편한 모습으로 패킹한 작품은 젊은 작가의 치기 어린 그리고 패기 있는 현대 미술에 대한 상념일 것이다.
위풍당당한 토끼와 코끼리, 빵에 발라진 달콤하고 향긋한 현대인의 단상,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맥이었던 작품들을 패키지로 포장한 박재윤 작가의 작품에서 패러디된 원작들의 위용을 공감하고 합의하고 있기에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하다. 풍자스러운 감각적 재연과 재현은 웃음을 유발한다. 예술의 주제와 소재가 전통적인 대상이 아닌 하나의 현상과 눈에 잡히지 않는 흐름 및 조성된 분위기에 대한 것이기에 기발한 발상으로 보인다. 이것이 현대미술의 중요한 속성인 새로움으로 박재윤 작가의 작품에서 발견되어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제 그의 작품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새로운 예술의 가치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 담아야 할 예술적 가치, 그가 향후 해결해야 할 예술적 과업이기도 할 것이다. 작품은 답이 아닌 질문이며 정답이 아닌 해답이라는 명제는 시대를 막론한 진리지만 호기롭고 재기발랄한 질문에 대한 답을 작가가 관객에게 전가할 때는 본인만의 명확하고 독창적인 '새로운' 예술적 관념을 장착해야 할 것이다. 멀리 나갈 수 있는 동력과 방향은 현시대의 트렌디함에 편승하거나 기존 것으로부터 구분된 참신한 새로움을 위한 탐색과 실천 자체가 목적으로만 작용되어서는 역부족일 것이다. 과거부터 예술이 인류에게 준 영향, 창작자들은 무엇을 위해 창작물을 생산해 냈고 그들이 이룬 진정한 예술적 성취를 무엇인지, 그들의 시선과 품었던 예술관과 생산해 낸 작품들이 시대에 그리고 역사에 어떠한 가치를 스미게 했는지를 통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창작자들에게는 새로움이 범람하는 혼란 속에서 버틸 수 있는 중요한 닻이 될 것이다. 당대 가장 트랜디하게 보였던 앤디 워홀은 반복적으로 찍어대는 행위로 예술의 아우라를 상쇄시키려 하는 과정에서조차 초상화의 전형화된 구도를 고집한 것은 전통적 권위에 대한 경외의 행위가 반증 된 광적인 집요함이었고, 본인의 삶 자체로 팝아트성을 입증해 관철했기에 제프 쿤스는 운이 좋은 전략적 예술가라는 시선을 넘어선 것 역시 현대 미술의 새로운 시류를 만든 예술적 가치이자 이들의 성취일 것이다.
경제적 수단의 중요한 물질인 돈이 예술과 결합하여 이해 불가한 금액이 당장 가시적인 예술적 성과로 보여 작가는 작품으로 이를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재치 있는 감각에서 우리가 추출해야 하는 것은 익살스러움에 대한 휘발적 웃음보다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상념으로 현재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동시대 예술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통찰해야 할 것이다. 상식적인 경제 논리로는 추산이 불가한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동시대 감성과 감각으로 입혀 내놓아 그의 작품에 예술적 새로운 가치의 발아가 감지되는 묵직한 날이 곧 오길, 늘 새로움에 갈망하고 기대하며 바라고 있는 관망자·관조자로서의 마음이다. ■ 고연수
Vol.20240417e | 박재윤展 / PARKJAEYOON / 朴宰鈗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