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주최 / 교동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교동미술관 GyoDong Museum of Art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89 Tel. +82.(0)63.287.1244 www.gdart.co.kr @gyodongart
전통과 현대미술의 상생과 연결을 도모하는 교동미술관에서는 중앙 작가 서정민을 초대하여 한지의 물성에 대한 탐구와 확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서정민은 한지의 질기고 단단한 물성에서 우리 민족성을 발견하고, 무작위적이고 비의도적인 우연한 선들로 '무위자연無爲自然'과 같은 동양 철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지를 말고, 자르고, 붙이는 행위의 반복으로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는 바, 해외 곳곳에서 한지가 자아내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전합니다. ● 「선들의 여행」에서 시작된 서정민의 선을 향한 탐구는 사유와 시간을 담은 과정의 예술이자 끝이 없는 여정입니다. 여행은 곧 시작으로의 회귀를 전제로 하며, 서정민은 그 근본을 이루는 선과 한지의 물성, 전통성으로 다시 돌아가 질문을 던집니다. 「선」으로 이어지는 탐구의 여정을 따라 서정민이 남긴 궤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 김완순
"예술은 일종의 노동과도 같은 행위이다. 노동의 본질은 '땀'이며 예술 활동을 통한 '땀'은 명상과 수행으로 환원된다. 노동으로 서체를 변환시켜 우연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선은 불교의 수행적 의미를 가진 '선(禪)'과 석도의 일획론一劃論에서 '한번 그음'을 의미하는 '선(線)'으로 표현했다. 서지를 쌓아 화면의 공간을 채우고 비우는, 일종의 묵언수행(默言修行)과 같은 반복적인 노동 행위를 함으로써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선(線)과 불교적 의미의 선(禪)을 수행으로 성찰해 보고자 한다." (서정민 작가노트 중에서) ● 서정민(b.1961)은 '선'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작은 한지말이 단위를 수없이 모아 거대한 크기의 화면을 통해 동양적 사유를 드러내는 작가이다. 서양화에서 시작하였으나 드로잉을 통해 '선'을 탐구하게 되었고,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한지의 특성에서 우리 민족성을 발견하면서 한지의 물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한다. 그는 작가 주체의 선 긋기를 탈피하고, 서예가들의 정신성을 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인 습작 한지를 수집하고 수많은 작은 한지 말이들을 통해 우연히 만들어진 무작위의 선들을 표현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위적인 인간의 욕심을 덜어내고, 본연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이며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한지를 말고, 자르고, 붙이는 등의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는 선이 되고, 무한한 시간과 땀이 축적되어 하나의 작품이 된다.
궤적(軌跡)(1.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이라는 뜻으로, 물체가 움직이면서 남긴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자국이나 자취를 이르는 말. 2. 어떠한 일을 이루어 온 과정이나 흔적. 3. 어떤 일정한 성질을 가진 점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도형. 주로 곡선이다.)의 사전적 정의는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이라는, 대상의 움직임 후에 알 수 있는 흔적을 일컫는 직접적인 의미와 '어떠한 일을 이루어온 과정이나 흔적'이라는 비유적인 의미를 모두 가진다. 대지 위 보리밭의 움직임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바람'의 존재를 알 수 있듯, 인위를 가하지 않은 우연한 선은 작가 내면의 정신성을 표상한다. 서정민은 '선'으로부터 시작하여 대표작인 「선들의 여행」을 포함하여 「선들의 합창」, 「무심」, 「함성」, 「인연」 등을 거쳐 「선」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선'을 향한 탐구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작가 스스로도 '노동'이나 '수행'에 비유할 정도로 온전히 작가 혼자만의 땀과 시간일 것이지만, 한지 말이가 축적되어 만들어진 반복적인 선들을 관람자는 지금 여기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 한편, '고리', '(원형의) 밧줄'이라는 뜻의 'LOOP'는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 무한 반복되는 원의 성질을 연상시키는 단어로, '타임 루프(TIME LOOP)' 시간을 뜻하는 타임(TIME)과 고리를 뜻하는 루프(LOOP)가 합쳐진 말로,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이 일정한 시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며 겪는 경험 및 상황을 가리킨다. 라는 말에도 쓰인다. 문장이 담긴 한지는 서정민의 작품에서 선이 된다. 사유와 말은 글이 되어 형상으로 나타나고, 대표적인 표의 문자 중 하나인 한자는 다시 추상 화면을 이루는 선이 되어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또한, 노자는 대립되는 이항들이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끼줄로 비유함으로써 상생을 이야기하였다. 이원화된 사고로 구분하는 것들은 여기와 저기, 주체와 대상, 전통과 현대와 같이 경계 짓지만, 마침내 아래와 위, 무와 유의 경계를 넘어서면 사유의 무한한 확장으로 이어진다.
"'하나'라는 것은 그 위는 밝지가 않고, 그 아래는 어둡지가 않다. 새끼줄처럼 두 가닥으로 꼬여 있어 개념화할 수가 없으며,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형상 없는 형상이라 하며, 아무 것도 없는 모습이라 한다. 앞에서 맞이해 보지만 그 머리가 보이지 않고, 뒤에서 따라가 보지만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최진석, 「열넷째 장」,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소나무, 2001)) ● 여행은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림의 기본인 '선'에 대한 탐구, 우리 재료 한지의 발견, 사고의 바탕을 이루는 동양 사상에 대한 고찰, 이 모든 것은 근본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한다. 끊임 없는 '선'에 대한 탐구가 돌고 돌아 다시 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서예원에서 "먹빛을 머금은 가느다란 선"들이 수놓인 한지를 우연히 발견해 낸 것이 지금의 「선」이 되었듯, 서정민의 작업에서 우리는 선과 한지를 재발견할지도 모른다. ■ 이순주
노동으로 시작된 명상과 수행 ● 노동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기 이전에 신성한 삶의 가치이다. 예술은 일종의 노동과도 같은 행위이며, 예술은 노동이라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삶에 정신적 풍요로움과 시각적 감동을 주어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동을 통한 보상으로 경제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해석하겠지만, 노동의 본질은 '땀'이며 예술 활동을 통한 '땀'은 명상과 수행으로 환원된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손끝으로 전달되는 아날로그의 감성을 통해 차가운 현대사회에 온기를 불어넣고자 한다. ● '글'이라는 매체는 오래전부터 소통의 수단이었다. 예로부터 동양에서 서예는 사람과 사람, 과거와 현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였다. 커다란 화면에 겹겹이 쌓인 글과 글이 이루는 시간의 무게가 소리의 큰 울림이 되어 공명共鳴하고, 필법과 운율, 리듬과 필력은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자아내며, 여백이 주는 여운은 여유를 주고, 물성物性 내면에 기록된 서사는 명상을 불러 일으킨다. ● 20세기 근현대미술사에서 잭슨 폴록Paul Jackson Pollock,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앤디 워홀Andy Warhol 등의 미국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작가들을 접한 바, '숭고', '명상', '수행'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서당 문화로 대표되는 유가적 사상, 또는 도가적 사상 더불어 종교적 개념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고 보았다.
노동으로 서체를 변환시켜 우연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선은 불교의 수행적 의미를 가진 '선(禪)'과 석도石濤 1) 의 일획론一劃論에서 '한번 그음'을 의미하는 '선(線)'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붓과 먹으로 정신성을 드러낸 서지 2) 를 차용한 것은 과거의 역사적 가치를 소환함으로써 현대의 시대정신과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천 년 역사를 지켜온 우리 민족의 정서와 끈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질김'과 '부드러움'이 특징인 '한지'를 재료로 선택하였다. ● 우선적으로 서예가들의 습작 서지를 수집한 후, 우리 고유의 두루마리 3) 기법을 응용하여 한지를 말고, 자르고, 붙이고, 쪼개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한지 토막'을 만든다. 만들어진 한지 토막들의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지의 글들은 형상이 바뀌어 먹빛을 머금은 가느다란 선들만 남는다. 이와 같이 '글'이 '선'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지점에서 유有와 무無로 치환하여 화면을 구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 조각들을 콜라주 방법으로 화면 위에 붙이고, 쌓는다. 화면 위에 나지막한 부조처럼 쌓인 글과 글들의 집합체는 수많은 무엇(생명체)들이 움직이는듯한 형상이 되는데, 이는 곧 '인간과 자연이 소통으로 하나 됨'을 의미한다.
둥그렇게 말거나 때로는 평평한 대지처럼 만들어 깎고 긋는 행위는 재료의 물성에 파장과 생기를 불어넣고자 한 것이며, 한지라는 우리나라의 전통 재료가 갖는 전통성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선조들의 서당문화에서 파생된 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닌 소통과 행위의 수단이며, 재료 자체가 갖는 감성적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서지를 쌓아 화면의 공간을 채우고 비우는, 일종의 묵언수행(默言修行) 4) 과 같은 반복적인 노동 행위를 함으로써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선(線)과 불교적 의미의 선(禪)을 드러내는 것이 내 작업의 요체이다. ● 그동안 문화와 예술의 중심을 서양으로 본 시각과 달리, 나는 해체와 자율성을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즉 현대미술이 동양 사상 및 철학적 사유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잭슨 폴록의 흥은 다소 억지스러우며, 마크 로스코가 외피적으로 표현해 보려는 서구식 명상과 수행에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정서가 베인 먹과 한지를 끊임없이 맞대고 잇고를 반복함으로써 드러난 線(선)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흥과 신명을 발견하고, 비움으로써 드러나는 여백을 禪(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수행과 명상의 본질을 성찰해 보고자 한다. ■ 서정민
* 각주 1) 석도(石濤, 1642~1707): 명말 청초의 화가. 성은 주(朱), 이름은 약극(若極)으로, 그의 저서 『화어록』에서 "일획은 만획의 근본이고 만상의 근원이다. 일획의 신비함은 자연의 경지에서만 보이며 사람들 눈에는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멀리 가는 것도 높이 오르는 것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일획(한번 그음)은 천지 밖에 있는 것까지 포함하여 모든 필묵선이 일획으로 시작되고 끝나지 않는 것이 없다." 2) 서지: 붓으로 한지에 서체 연습을 했던 종이 3) 두루마리(Roll): 무언가 적혀있는 종이를 둘둘 만 것을 말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걸개 그림이나 옷감(베) 등 물건을 보관할 때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다. 주로 유학에 바탕을 두고 한지와 먹을 사용하여 서체로 시·서·화를 익혔다. 지금도 선조들의 전통문화가 서실에서 서체 수련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4) 묵언 수행: 불교에서 깨우침을 얻기 위하여 아무 말 하지 않고 하는 참선
Gyodong Museum of Art, which promotes the coexistence and connection between traditional and contemporary art, invited renowned artist Suh Jeong Min to explore and expand the physicality of hanji (traditional Korean paper). Suh Jeong Min finds the Korean characteristics in the tough and hard physicality of hanji, and practices Eastern philosophies such as 'Wu-wei(無爲自然, Non-action)' with not contrived, unintentional, accidental lines. ● Suh Jeong Min's work crosses the boundaries of painting and sculpture through the repetition of rolling, cutting, and gluing hanji, and he has conveyed the 'energetic vitality(氣韻生動)' of hanji in various locations worldwide. Beginning with Lines of Travel, Suh Jeong Min's exploration of lines, the never-ending journey, is a process art that embody the process of thought and time ● A journey requires a return to the beginning, and Suh Jeong Min returns to the fundamentals of line, the physicality of hanji, and tradition to ask questions. We invite you to explore the traces left by Jeong Min Suh along the journey of exploration, starting with Lines of Travel and continuing with Lines. ■ Kim Wansoon
Art is a kind of form of labor. The essence of labor is 'sweat,' and the 'sweat' through artistic activity is reduced to meditation and practice. The lines that appear accidentally and spontaneously by transforming the script through labor are expressed by the word 'Zen(禪),' which has a meaning of Buddhist practice, and 'line(線),' which means 'one stroke' in Shitao(石濤)'s Artistic Theory. By performing the repetitive act of labor, which is a kind of silent practice of filling and emptying the space of the canvas by accumulating papers, I would like to reflect on the line of 'nature as it is(無爲自然)' and Zen(禪) in the Buddhist sense of practice. (From Suh Jeong Min's Artist Note) ● Suh Jeong Min (b.1961) is an artist who gathers countless small hanji units to reveal oriental thoughts on a giant canvas, based on his exploration of 'line'. His work crosses the boundary between painting and sculpture based on his understanding of the physical properties of hanji, discovering Korean characteristics in its soft yet hard qualities. Breaking away from the line drawing of the artist's subject, he collects abandoned hanji for practice, a trace of the calligraphers' efforts to capture their spirit, and expresses random lines created by chance through countless small hanji units. Here we get a glimpse of Laozi's 'nature as it is (無爲自然),' which is to free human greed from artificiality, accept nature as it is, and seek unity with nature. A series of repetitive actions such as rolling, cutting, and pasting the hanji becomes lines, and the accumulation of infinite time and sweat becomes a single work. ● The dictionary definition of 'trace(軌跡)' has both a direct meaning of 'the marks left by a wheel,' which refers to the track left by the movement of an object, and a figurative meaning of 'the process or trace of something done.' Just as the movement of the barley field on the ground reveals the existence of the invisible 'wind,' the accidental lines that are not artificially applied represent the artist's inner spirit. Starting with 'Line', Suh Jeong Min has focused solely on the search for 'line' for more than 20 years, including his representative work Lines of Travel, through Chorus of Lines, Absence of the wordly desire, Shout and Hetu-Pratyaya to Lines. The artist himself likens it to 'labor' or 'practice,' but the audience is able to encounter the repetitive lines created by the accumulation of hanji units here and now. ● On the other hand, the word 'LOOP,' which means 'a (circular) rope,' evokes the property of a circle with a connected beginning and end that repeats endlessly, hence the term "TIME LOOP". Hanji, which contains sentences, becomes lines in Suh Jeong Min's work. Thoughts and language become written and appear as forms, and Chinese characters, one of the representative ideograms, become lines that form an abstract canvas, crossing the boundary between the abstract and the figurative. In addition, Laozi talked about coexistence, using the analogy of a cord to show that opposites are connected. Dualized thinking separates things such as here and there, subject and object, tradition and modernity, but ultimately crossing the boundaries of below and above, being and non-being, leads to an infinite expansion of thought. ● Travel implies return. The exploration of 'line' as the basis of painting, the discovery of the Korean material hanji, and the consideration of Eastern thought as the basis of thinking all begin with the thought of the fundamentals. The constant search for 'line' goes around and around, and we talk about the fundamentals again. Just as the accidental discovery of hanji embroidered with 'thin lines of ink color' in a calligraphy studio became the current 「Lines」, we may rediscover lines and hanji in Suh Jeong Min's works. ■ Lee Soonjoo
Vol.20240416c | 서정민展 / SUHJEONGMIN / 徐正旻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