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24_0413_토요일_02:00pm
오프닝 및 좌담회
참여작가 권소영_김수진_김연수_김용원_김지영 마동원_박아름_박주연_유초원_윤여선 이다민_이민지_이윤하_이주연_이현호 전경희_정서인_조기섭 좌혜선_주하은 지민석_홍우진
관람시간 화~금요일_11:00am~07:00pm 토요일_11:00am~06:00pm 일,월요일 휴관
충무로갤러리 CHUNGMURO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28 한영빌딩 B1 Tel. +82.(0)2.2261.5055 www.chungmurogallery.com blog.naver.com/chungmurogallery @chungmuro_gallery
묵선전 – Behind story ● 경계를 넘어 Behind story로 2003년 시작하여 올해로 21번째 돌을 맞는 묵선전은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동양화 작가들이 함께 서로 소통하고, 또한 그 소통을 통한 고민에서 탄생한 작품을 대중과 교류하는 의미 있는 전시이다. 이번 묵선전은 『Behind story』라는 소제목과 함께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각 작가가 실질적인 창작활동을 하며 한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드로잉 작품들을 각자의 메인 작품들과 함께 전시에서 선보여, 완성된 작품 뒤 숨어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내보인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작가 각자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완성된 작품과 고민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 드로잉을 함께 전시하여,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진정한 이야기의 결과 및 과정이 시각적으로 함께 드러나, 각 작가의 진실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Behind sotry』는 작가들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의 숨겨진 이야기, 동양철학의 용어를 빌려 이야기한다면, 각 작가의 '도道'를 선보이는 것이다. ● 동양예술에서 작품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도'를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작품이 물질적, 형상적 경계를 넘어서 정신적인 경계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동양미학에서 '의경意境'이라고 한다. '의경'은 어떠한 의미에서 초월(超越)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서양의 니체식 초월(Transcendence)과는 다르다. 서양의 초월이 '나'와 '대상' 사이에서 의식 주체인 '내'가 '대상'을 뛰어넘어 '나'의 자아를 확립하여 삶의 주인이 되는 것에 비하여, 동양의 '의경식 초월'은 의식주체인 '내'가 사적인 '나'의 경계를 넘어 의식의 '대상'들과 '하나' 되어 '나'의 경계를 넘어서 내가 세상을 주체적으로 살게 한다. 이를 동양적으로 함축하여 이야기한다면 "'나'와 '도'의 일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천인합일天人合一'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천인합일', '나와 도의 일체'를 추구하는 '의경'과 그에 대한 고찰은 이번 묵선전 『Behind story』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각 작가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도'와 일체화되는 방법, 즉 그들의 'Behind story'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자 한다. ● 전통적으로 의경 이론에서 '내'가 '도'와 일체화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상象, 즉 형태를 통하여 그 형태의 기氣가 '도'를 향해 점점 상승하여 그 '도'와 일체화되는 방법으로, 사실적 실경實境을 통해 이는 실현된다. 이러한 방법은 귀납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상식에 따라서 '도'와 일치되는 인상因常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예술적 상상(신사神思라고도 한다.)과 깨달음을 통하여 '도'와 일체화되는 것으로, 상식적인, 또는 통상적인 이치와 맞지 않는 변형 예술과 허경虛境을 통해서 '도'와 하나가 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반상反常의 방법이라 할 수 있으며, 연역적이다. 이번 묵선전에 참여하는 22명 작가들의 작품 및 그들의 '일체화 방법' 역시 이 둘로 나눌 수 있다. 인상의 방법을 사용하는 작가는 권소영, 김수진, 김연수, 마동원, 유초원, 이민지, 이윤하, 이주연, 이현호, 조기섭, 지민석이며, 반상의 방법을 사용하는 작가는 김용원, 김지영, 박아름, 박주연, 윤여선, 이다민, 전경희, 정서인, 좌혜선, 주하은, 홍우진이다.
먼저 인상의 방법을 사용하는 작가들을 보고자 한다. 권소영은 직접 숲에서 본인이 본 풍경들을 묘사한다. 작가가 수묵으로 묘사한 풍경은 얼핏 보면 그 색, 구도 등의 표현방식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는 숭고한 자연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막상 작품을 자세히 본 후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따뜻함이다. 작가가 숲을 단순히 극복의 대상이 아닌, 나와 하나 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 김수진은 흐르는 물을 관찰하고, 이를 표현하여 작가가 느낀 '도'와의 일체를 시각화한다. 공자는 일찍이 물을 보며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子在川上, 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논어』 자한 16)"라고 읊조리며 물이라는 실상을 통해 '도'와의 일체를 이루어냈으니, 김수진의 작품은 이러한 경계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 김연수는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여준다. 음악적 리듬이 느껴지는 작가의 붓질은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름다운 생명의 음악들을 다시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주변의 실상을 다시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은 사실 '도'라는 것이 우리 삶 속에 언제나 내재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 마동원은 작가가 매일 다니던 길에서 보던 가로수의 표면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동양화 전통 재료를 사용하여 표현되는 미시적인 풍경은 작지만, 그 속에 큰 것을 품고 있다. 작가는 유한한 실경實境 속 무한한 허경虛境을 내보여 찰나 속의 영겁을 표현한다.
유초원은 이름 모를 잡초의 풍경을 표현하여 실제적인 상을 내보인다. 이름이란 '실實'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이름이라는 '실'을 뛰어넘어 대상을 단순히 보는 것視에서 벗어나 관찰觀하여, 실상을 뛰어넘어 우주 자체인 '도'와 하나가 된다. ● 이민지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애증의 대상이 된 마스크를 오브제로써 제시한다. 마스크에는 사회와 구조가 정한 이름과 정의가 있지만, 현재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든 하나의 '마스크'는 작가에게 더는 하나의 정의로 설명될 수 없는 거대한 존재이다. 작가는 오브제를 작품(또는 액자)이라는 틀 속에서 넣고 다시 제시하여 더 깊은 정신의 경계로 들어가고자 한다. ● 이윤하는 꽃핀 김기아난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식물의 꽃은 매번 주기가 되면 피고 지는 일상의 당연한 존재이다. 하지만 그 피고 짐 속에는 우주의 법칙인 '도'가 존재한다. 중용에서 "솔개는 하늘로 치솟아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팔딱 뛰는구나!(鳶飛戾天, 魚躍于淵. 중용 12장)"라고 한 것은 바로 작가가 꽃을 관조하며 '도'와 하나가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 이주연은 작가가 직접 본 계단과 빛의 풍경을 기존 동양화재료를 이용하여 표현한다. 계단, 빛이라는 개념들은 상승, 일자一者, 이데아 같은 것을 상상하도록 한다. 작가는 일상의 풍경에서 한순간 자신의 영혼이 고양되어 작가가 느끼는 '일자', 즉 '도'와 하나 되는 것을 느꼈고, 이를 직접 보고 느낀 풍경을 성실하게 표현하여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현호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뭇잎을 그려낸다. 작가는 예전 한동안 숲의 전경이 매우 극적으로 보이는 작업실에서 창작활동을 했다. 그 당시 그는 커다란 숲의 풍경을 주로 그리다가 최근에는 점점 작은 식물 하나, 나뭇잎 등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고찰이 더욱 성숙하면서, 그이의 시선이 시각적으로 드라마틱한 풍경에서 점점 사소한 풍경으로 관찰의 눈길이 돌아가고 있다. 이는 분명 작가가 작은 실상 속에서 그만의 '도'를 발견하고 그와 일체화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 조기섭은 물과 돌에 집중하여 그만의 '도'와 하나가 된다. 중국의 서예가 미불(米芾, 1051년~1107년)은 기이한 돌들을 석형石兄이라 부르며 귀하게 여기고, 또한 그가 귀하게 여긴 돌(특히 중국의 태호석)들을 수척함瘦, 뚫림漏, 투명함透, 주름짐皺의 네가지 특징이 있다고 정리했다. 미불은 돌이라는 세상의 실상 존재에서 위의 네 가지 특징을 통해 어떤 '도'의 모습을 보았음이 틀림없다. 조기섭은 미불과 같이 돌을 바라보고, 그 돌의 네 가지 특징을 만들어내는 큰 요인 중 하나인 물에 집중하며 돌과 물의 특징을 표현하여 작가만의 '도' 속으로 침체해 간다. ● 지민석은 그이가 일상에서 관찰한 작은 존재 속에서 숭고를 느끼고 이를 표현한다. 캠벨수프를 문자화하여 문자도를 그리고, 그 문자도 속에 커다란 자연과 캠벨수프의 모습을 다시 넣는 작가의 작품은 '작은 것 속의 큰 것', 또한 '큰 것 속의 작은 것' 사이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초월하는 놀이를 선보인다. ● 이어서 '의경'의 두 번째 유형에 속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겠다. 먼저, 김용원은 레이스를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수묵화의 형태를 띤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의 심상 속에 연역적으로 존재하던 자연의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작품은 작가의 자연적인 심상을 본인의 일상과 연결하는 과정을 통하여 작가가 정의하는 경계 저 너머에 있는 '도'를 표현한다.
김지영은 역시 작가의 마음속에 비추어진 '도'의 모습을 자연의 형상을 빌려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유학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양명학의 창시자인 왕수인(王守仁, 1472년~1529년)이 온종일 대나무를 관찰하였지만 얻은 바가 없어서 명상을 통해 마음속의 대나무를 깨달아 '도'와의 일체를 추구하였듯이, 외물이 아닌 내물에 집중하는 작가는 마음속 '도'의 모습을 관조하여 전통 동양화 표현기법을 통해 드러낸다. ● 박아름은 여러 획劃을 통하여 작가의 연역적 '도'를 시각화한다. 추상적 표현을 일으키는 작가의 수많은 획들은 통상의 이치와 일치하지 않는 예술 실경을 나타내지만, 이를 통하여 작가의 추상형 실경을 창조하여 저 너머에 있는 그 무엇과 일치하는 경계를 드러낸다. ● 박주연은 일그러진 풍경을 그이만의 방식으로 성실하게 묘사하여 반추상의 시각이미지를 선보인다. 하나의 선線으로 균일하게 정리된 일상에 첨가된 왜곡과 균열은 작가의 마음속에 존재하던 '도'의 모습이 그 균열을 통하여 일부분 드러나도록 하고, 관객은 이 균열의 틈으로 들어가 관객 스스로 '도'의 모습을 찾게 된다. ● 윤여선은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도'의 숭고한 이미지를 작품을 통해 나타낸다. 장자가 이야기하는 '혼돈'의 모습을 시각화한 것 같은 작가의 작품은 매체적 특성을 통하여 밝게 빛나, 어두운 '혼돈'의 모습을 밝게 비추어 보여준다. 장자가 기술한 것과 같이, 빛으로 인하여 혼돈은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 그 죽음은 '도'의 숭고를 새로이 부활하게 하여 관객들이 그 빛 속에서 새롭게 눈을 뜨고 '도'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다민은 흐르는 것의 추상적인 모습을 시각화하여 관객이 형상 저 너머의 것(象外之象)을 상상하도록 한다. 일찍이 동양에서는 기氣라는 흐르는 것에 집중하여, 우주의 생명을 중요시했고, 이러한 생명의 원동력은 '도'라고 할 수 있다. 이다민의 추상이미지는 흐르는 것과 그 흐름 속 우주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하고, 이러한 힘은 작가가 추구하는 '도'라고 할 수 있다. ● 전경희는 작가 마음속에서 느낀 것을 '새'라는 실상 동물 이미지로 나타냈다. 실상 이미지에 작가의 심적, 연역적 관념을 덮어씌워 표현하는 것은 마치 공자가 하늘天에 덕德을 대입하여 새로운 인문학적 사상을 관철한 것과 비슷하며,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작가의 '자연과 인간의 일체'가 일어난다. 전경희는 이와 같은 일체를 통하여 작가의 초월적 여정에 관객을 초대한다. ● 정서인은 일상 오브제를 꼴라쥬한 작품을 선보인다. 꼴라주 된 오브제들은 모두 향에 의하여 그을렸고, 이 오브제들은 작가가 성실하게 묘사한 숯의 이미지에 겹쳐진다. 검게 태워져서 메마른 숯과 오브제들은 소식(蘇軾, 1037년~1101년)의 『고목죽석도』가 주는 메마른 것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생명의 기운과 우주 생명력의 경계를 드러낸다. ● 좌혜선의 추상작업은 가려진 허경虛境과 드러난 실경實境을 오가는 경계를 보여준다. 허와 실이 서로 호흡하며 드러나는 흑백 작품을 통하여 작가가 느낀 우주 법칙은 변증법적으로 드러나고, 이는 전통 의경 허실론虛實論의 현대적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주하은은 자동기술법적 방식을 빌려 작가만의 동양예술론을 펼친다. 실제적인 형상을 빌린 드로잉들이 산재하는 작품은 작가의 무의식 속에 내재하는 자연의 생동하는 모습을 창조적으로 시각화하며, 이를 통해 초현실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초현실적 모습은 무한한 힘을 내어 마치 맹자의 '호연지기'적 면모를 보여 관객들이 새로운 경계에 들어가도록 유도한다. ● 홍우진은 여러 가지 마음의 모습을 내보인다. 신유학에서 사람의 마음이란 그 받은 기품에 따라서 어둡고 밝은 정도가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원리인 리理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은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마음은 선善하다. 작가는 따뜻한 마음으로 인간의 마음에 대하여 고민하고, 그 선함을 연역적으로 깨달아 이를 표현한다. 이는 '도'와 '덕'의 합치라고 할 수 있으며, 마땅히 우리 모두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느껴야 할 경계이다. ● 22명의 작가는 모두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Behind story, '도'와 일체 되는 '경계'의 모습을 그려낸다. 사실 많은 이들이 '의경', '도', '경계' 같은 동양철학 및 미학의 개념들이 과연 동시대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대 미술의 주요 화두인 젠더, 환경, 차별 등의 문제들에 관하여 서양의 초월식 사고방식 및 그를 나타내는 예술 작품들이 아닌, 동양의 '의경식 초월'을 통한 예술 작품들로써 관련 담론을 만들어낸다면 분명 우리는 새로운 경계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묵선전은 작가들의 Behind story를 통하여 이러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큰 의미가 있다. ■ 지민석
충무로갤러리에서는 국내 동양화의 내일을 이어가고 있는 22명의 젊은 동양화 작가들과 함께합니다. 올해 21회를 맞이한 묵선전은 『Behind story』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가별로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드로잉과 함께 완성된 작품들을 동시에 선보여 작업과정에 대한 고민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를 준비하였습니다. 전시 첫날에는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좌담회도 준비하였으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묵선
Vol.20240413b | 묵선 Behind stor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