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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4_0409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관람은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 전시관람 사전예약
옵스큐라 OBSCURA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164 www.obscura.or.kr @obscura_seoul
옵스큐라는 다층적인 상징물로 판타지 내러티브를 구성하여 사실적 회화 작업을 하는 이정웅의 『X Mission X』 전시를 오는 4월 9일에 개최한다. 뒤섞여진 시공간과 파편적인 상징과 인물로 구성된 「몽(夢)」,「라퓨타(Laputa)」 시리즈를 선보여온 이정웅은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실제적이면서도 가상적인 정물화 17점을 선보인다.
『X Mission X』의 작업들은 2021년 한남 더 프리뷰에 참여한 두 점의 정물화를 상기시킨다. 화구박스 위에 놓인 끈적한 문어와 인조 꽃, 촛불 등의 정물은 비춰진 빛에 따라 「404 Not Found」, 「403 Forbidden」 코드를 부여 받고 있다. 해당하는 웹 브라우저 코드는 서버나 리소스가 존재하지 않거나 서버가 클라이언트의 접근을 거부할 때 반환되는 응답 코드이다. 진짜와 가짜, 딱딱한 것과 유연한 것,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 감춰지는 것과 드러나는 것. 이 모든 사이의 경계적 오류, 아이러니의 네러티브가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긴 작업이었다. 두 작업이 이번 전시의 기점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물화 신작은 지난 전시 『미지와의 조우』(2023, 챔버 1965, 서울)보다 도전적이고 농밀하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맞이하는 재단화를 연상시키는 대형 작업 「랑데부_트루 서바이버(Rendezvous_Ture Survivors)은 도전과 농밀을 넘어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정웅은 정물화 시리즈에 몇 가지 임무(mission)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철저한 목격자로서 사물을 관찰하고 실제적으로 구현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물의 수집, 조합, 빛의 변화를 조작하며 실제와 가상 사이에서 관점의 변화를 조우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UFO라 믿고 싶었다」로 시작한 가상 화가의 내러티브를 투입하여 서사의 전복을 일으킨다. 이러한 임무들의 결론은 어느 한 방향으로 뚜렷한 시각적 결론을 내리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시각적 개성은 명료하다.
이번 『X Mission X』는 최근 3여년간의 이정웅의 정물 시리즈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전시로 정물화의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할 것이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이다. ■ 옵스큐라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 1. "그것을 UFO라 믿고 싶었다." ● 수많은 UFO 혹은 외계 현상 제보 중 상당수는 자연, 천문 현상이나 하늘을 부유하는 반사된 사물 등을 오인하여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체적 진실에서 바라 본다면 그것은 허위 사실이지만 그것이 검증을 거치기 전까지 제보자에게 있어선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이 UFO 이야기에서 그 진위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를 말한다면 말이다. 영화 '파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인터뷰를 통해 상대방에게 두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하나는 소위 "저것이 말이 돼?" 궁금증을 유발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화같은 이야기와 또 하나는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는 잔혹한 사건, 사실만을 나열한 끔찍하고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영화는 주인공 파이가 역경을 이겨낸 방법으로 첫번째 이야기를 통해서 라는 점을 강조한다.
주변의 사물을 보면 소중한 기억이 깃든 것도 있고 혹은 언제 구비했는지 모르는 것도 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언제든 과거 당시의 감정으로 회귀할 수 있는 그런 소품들이 있는 반면 바로 시선에 닿는 선반 위에 놓았던 물건이지만 그 앞을 수 없이 지나쳐도 눈길 한번 주지 않은 것들도 있다. 어떤 지인은 오래 사귀었던 연인과 헤어지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그 연인의 눈에 속쌍꺼풀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종종 익숙한 무언가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또 그 반대로 있겠지만.) 익숙한 것이 불현듯 낯설게 다가와 낯선 것이 된다는 생각. 가치의 경중은 다르겠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정물화 시리즈는 가상의 화가를 설정하고 그가 정물화를 그리면서 겪게 된 사연을 담고 있다. 화가의 테이블 위에 놓아둔 사물들, 그 대상을 둘러싼 강렬한 믿음을 통해 작가가 진위를 알 수 없는 경험을 한다. 이를 통해 생경하고 낯선 것을 보았다고 믿는다. 어찌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경험이다. 예를 들면 짝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대상의 행동과 단어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고백이 성공한다면 그가 있는 공간은 어제와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화가는 본인 테이블위에 있는 정물을 지구의 것이 아닌 특별한 것이라 간주한다. 이번 시리즈는 여기서 출발한다. ● 회화 작업을 할 때는 대상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구조, 질감, 색상 더 나아가 그것이 지닌 사연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가 있을수록 좋다. 단순히 자료의 색 좌표를 설정해 캔버스로 이동시키는 프린트의 것과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회화는 적어도 작가의 해석이 투영된 과정을 거친다. 대상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통해야만 비로소 그리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일련의 과정 속 대상에 대한 탐구는 즉 내면 속 미지와의 조우라 할 수 있다.
2. 정물화는 풍경화와 인물화랑 다르게 온전히 대상을 더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 풍경은 공간의 감각을 자극한다면 인물은 타자 혹은 대리인 같은 인격체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물은 인물과 다르게 사물 및 도구와 같이 수직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소유와 관련있다. ● 조르조 모란디의 정물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림 속 페인트칠이 된 병에서 알 수 있듯 사물의 본 기능적인 부분을 삭제하고 조형적인 면을 강조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사물들을 수집했다. 특별하지 않고 흔히 볼 수 있기에 더욱 소외된, 면밀히 관찰하지 않았던, 사물들에서 낯선 인상을 느낄 수 있었다. 기능적인 부분보다 구조, 질감, 색상 등에 매료된 것들이다. 라벨을 제거하고 구기거나 포개고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배치하여 외딴 섬이나 기괴한 크리쳐의 모습을 유도하였다.
특별한 정물이 몇가지 있다. 문어, 낙지와 꽃게 그리고 녹색테 선글라스다. 로스웰 사건 영상 이전까지 지구 밖 생명체에 대한 묘사로 연체동물의 모습으로 그려지곤 했다. 갑각류(꽃게)역시 연체동물 모습의 외계인과 같이 단골소재로 유명한 것으로 울트라맨에서 나오는 발탄성인이 있다. 녹색테 선글라스는 현재 전형적인 외계인의 이미지로 굳혀진 로스웰 사건 영상에 등장하는 크고 검은 눈과 유사한 모양의 제품이다.
투영(projection)이란 물체의 그림자를 어떤 물체 위에 비추거나 거기에 비친 그림자를 뜻하는 말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세가지 투영이 있다. 사물에 프로젝터 빛을 투영, 3차원에서 평면으로 투영, 대상에 대한 화가의 관점 투영이다. ● 어둠속에서 빛을 통해 사물은 비로소 형체를 드러내며 우리는 이러한 빛에 의해 물체의 색상과 질감 등 시각정보를 얻는다. 이번 작업에서는 정물에 비추는 광원 중 프로젝터의 비중이 크다.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빛은 이미지 정보를 담고 있으며 그 이미지는 LCD 모니터 화면이 깨졌을 때 나오는 줄무늬 패턴 이미지이다. 이 빛은 테이블 위 사물의 색상을 변조하고 선명한 그림자를 남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물 이미지는 더욱 평면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사건 현장의 사진이나 범죄자의 머그샷 같이 강한 플래시가 터진 것과 비슷하게 불안한 감정을 불안하게 만든다..
3. "그것을 UFO라 믿고 싶었다." ● "푸른밤, 새벽으로 넘어가는 어디쯤, 낯선 인기척에 눈을 뜨니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풀벌레 소리, 이따금 개 짖는 소리가 멈춰있던 적막을 깨운다. 사실 이전부터 들리고 있었지만 인식 저멀리에 한참 밀려 있었을 터.. ● 여기, 생문어가 있다. 아니 문어가 아닐 수도 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 화가의 테이블에 놓인 생물은 어쩌면 지구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가 추락한 현장에서 발견된 파편들과 같이 두고 장식하였다. 잠시 뒤 그의 마지막 교신은 실패로 돌아갔다. 바이너리 시그널(binary signals)로 인해 줄무늬 잔상을 만들어 냈다. 잔상이 사라질 때즈음 그 생물은 사물이 되었다. ● 오랜 정적의 시간 동안 캔버스 위에 그의 모습을 스케치해 나갔다. 양초의 불꽃이 마치 빳빳한 붓질에 요동치는 것 같았다." ■ 이정웅
Vol.20240409b | 이정웅展 / LEEJEONGWOONG / 李正雄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