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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일시 / 2024_0403_수요일_04:00pm
참여작가 강동균_강문석_고길천_고승욱_고혁진 김영화_김영훈_김현성_박경훈_박소연 박진희_박정근_변금윤_서성봉_안수연 양동규_양미경_양천우_이경재_이명복 이승수_이준규_정용성_정유진_조이영
주최 / 탐라미술인협회 주관 / 4·3미술제조직위원회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예술공간 이아 ARTSPACE IAA 제주도 제주시 중앙로14길 21 (삼도이동 154번지) Tel. +82.(0)64.800.9300 www.artspaceiaa.kr
봄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진달래가 숨 쉬고 있습니다.* ● 분단 반대, 통일 조국, 자주 독립 국가 건설을 향한 최고조의 열망이 진달래로 타오르던 제주의 봄이 있었습니다. 최고조의 열망은 보통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응축된 힘이었습니다. 응축된 힘은 작게, 작게 단단히, 단단히 응축된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알지 못한 채 만든 항쟁 공동체이고 감정 공동체, 생명 공동체였습니다. 응축되어 응고된 힘이 마침내 큰 함성과 함께 불꽃으로 발했습니다. 그러나 최고조의 열망이 만들어낸 열정은 검은 피로 물든 진달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열정의 대가는 한겨울 엉장**에 핀 동백의 낙화였습니다. 항쟁 공동체는 산산이 쪼개지고 산화되어 흩어졌습니다. 아직도 있다면 한라산 자락 허공에 맴도는 연무의 잔여물뿐입니다. 그러나, 다시 봄이 옵니다. 소생하는 꽃은 붉게 타오를 것입니다. 다시 30년, 어둡고 시린 골짜기에서 해빙되어 움트는 생명의 가슴에 한 송이 진달래를 장식하려고 합니다. ■ 4·3미술제 * 「봄」, 부분 , 『김시종 시집 지평선』, 곽형덕 옮김, 소명출판 ** 계곡의 낭떠러지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이면'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지각과 인식체계의 한계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 서성봉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던 현장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아름답게 느껴지던 비자림로 공간이 낯선 풍경의 상황처럼 느껴지는 다소 어둡고 공포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되었으며, 공간에서 보여지는 기호들이 마치 나무들의 이야기로 들려왔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도로에 설치된 안전표지판, 도로확장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쓴 안전모, 그들의 손에 들린 엔진톱, 잘려나간 나무들의 나이테... 이 경험은 모든 생명은 기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확장하게 되었으며, 자연은 조용히 정지되어 있는게 아니라, 공간을 이루고 있는 환경 요소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반응하고, 변화하며 질서를 만들어내며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의 환경을 어떤 모습으로 인식하고, 바라 볼 것인가? 그리고 인식된 자연의 기호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 할 것인가? ■ 배혜정
2009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부근에서 4.3때 집단처형된 유골들이 발견 되었다. 처음으로 본 유골들은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서 작품을 하기 시작했다. 유골발굴때 나의 느낌을 프로타주작품인 「60년만의 외출」입체작품인 「귀향준비」「대지에서다」를 제작했다. 이번작품은 그때 사진으로 찍은 사진을 연결하여 유명한 노래「What a wonderful wold」를 페러디한 영상작품이다. ■ 고길천
같은해에 태어난 두 삼춘을 만났다. 1948년 두 삼춘은 오빠를 잃었다. 두 삼춘의 기억속에 오빠는 빨갱이도 경찰앞잡이도 아니었다. 불려지지 못한 이름. 말할 수 없었던 죽음. 그리고 7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삶과 죽음사이 봄과 겨울사이 아침과 새벽사이 몸에 새겨진 당신의 시간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 박진희
제주에서 오사카로 향하는 바다 위에서 우리는 엇갈렸던 것 같다. 내 부모와 당신 부모의 삶의 궤적, 그 차이가 우리를 시간으로 갈랐다. 그리고 그 시간은, 선상船上이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당신과 나의 모든 것을 갈랐다. 나는 당신을 북촌리에서 마주쳤다. 부모와 마을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뛰기 시작하자 곧 '탕탕' 스러졌다며 당신은 빈 밭을 가리켰다. 그리고 바다 이야기를 꺼냈다. 난리 후 폐허가 된 땅에 속한 가장의 무게가 등을 떠밀어 무턱대고 오른 배는 당신에게 가도 가도 막막하기만 한 바다만 자꾸 열어 주었다. 아는 이 하나 없이 낯도 설고 말도 선 땅을 앞에 둔 두려움이 악어의 표피와 같이 무수한 파도로 갈라 퍼지자 바다를 향한 시선의 동공은 천천히 비어갔다. 의외였다. 시공간을 가르는 오사카 행 선미船尾에 당신이 전하던 바다는 없었다. 노을은 서로 다른 질감일지언정 하늘과 바다를 거대한 용광로의 황홀한 빛으로 수직 결합하였고, 다음 날 아침 순풍에 청명한 바다는 푸르게 물든 달항아리의 가로선이 맞닿은 듯 깊고 고요했다. 눈에 비추인 바다가 마음으로 몸으로 나에게 담겨 낯선 땅을 향하면서도 이유 없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던 나를 나직하게 위로했다. 나는 이제 영면에 든 당신과 억겁의 세월로 엇갈렸다. 아직 바다를 곁에 두었지만 나도 곧 억겁으로 들어갈 테다. 막막함도 위로도 없는 그 곳으로. 바다, 엇갈림. 막막한 바다를 당신이 견뎌, 우리의 바다는 아름답다. ■ 박정근
터_해원[解寃], 지난 기억을 다시 되짚어 가며...(관음사 아미봉 부근 4.3 당시 무장대가 주둔했던 터) ■ 양천우
하늘을 바라보다 눈이 시리다. 돌아섯다. ■ 이준규
화산섬 화북 마을 중심의 팽나무를 표현하였다. 2013년부터 꾸준하게 제주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그 중 한 부분이다. ■ 이경재
제주의 봄은 먹먹하다. 빛나는 생명으로 출렁이는 저 앞바다를 마른 눈으로 마주할 수 없다. 4월을 예비하는 불타는 섬에는 주검에서 환생한 자줏빛 까마귀들이 한라산 기슭을 날며 어깨를 들썩여 호곡한다. 제주의 봄은 처연하다. 핏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을 검은 대지는 도저히 받아낼 수 없다. 북촌마을 너븐숭이 애기무덤에도 이슬비가 내렸다. 알 수 없는 그것도 흙이 아닌 돌에 묻혀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목이 메게 한다. 누가 올려 놓았을까? 미쳐 엄마의 젖을 빨기도 전에 숨져 간 애기에게 누가 올려 놓았는지 모르지만 우유 몇 통과 동전 몇 개가 찾는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 김현성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제주 4·3흑백 필름의 풍경을 모티브로 한다. 실제를 연출한 무성의 영화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련한 추억으로 변모된다. 이것이 우리가 기억을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 ■ 변금윤
4.3의 정명을 위해 지하에 있는 백비를 끌어 올리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 ■ 강문석
역사적 해결이 풀리지 않는 현실 과정 속에 4.3이라는 숫자만 형용 되어지는 문제 들은 다시금 처음부터 라는 다짐으로 판을 다지는 시작에 작업이다. ■ 김영훈
선흘리에는 동백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동백동산이라 불리는 곶자왈 숲이 있다. 이곳은 동백동산에 있는 용암굴인 묵시물굴이다. 4.3당시 곶자왈과 용암동굴은 마을주민들이 피신했던 은신처이다. 1948년 11월 21일 선흘리 일대 소개령이 내렸다. 마을일대가 소각되면서 주민들은 곶자왈과 동굴을 은신처로 생활해왔다. 11월 26일 새벽 이곳 묵시물굴에서 숨어있던 선흘리 주민200명중 부녀자와 어린아이를 포함한 40여명의 주민을 학살하고 휘발류를 뿌려 시신을 유기한 비극의 현장이다. ■ 강동균
명주실로 코바늘뜨기를 하여 지문을 뜨기 시작했다. 아이의 첫돌상의 명주실의 의미를 생각해본다.건강히 잘자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문을 떠가며 70여년전의 그 시대엔 매일의 생사가 불분명했을것이다. 자기의 명줄을 다 태우지 못하고 져버린 그들의 삶을 생각하며 지문을 뜬다. 그들의 명줄같은 이 지문을 이어 붙여 백비의 모습으로 표현해 보았다.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백비이지만 과거와 현재 희생된 모든 이름에게 정명의 날이 반드시 오기를 기원하며 백비를 짓는다. ■ 박소연
동쪽 하늘이 붉게 타오를 때 그들은 걷고 또 걷는다. 그 발걸음은 디딜수록 힘이 차오르고 그 발자국마다 결의로 채워진다. 땅으로부터 몸으로 흐르는 그 힘은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라 한다. 그 어디에 이르라 한다. 깨친 자여 보통의 어떤 힘으로 함께 가자. ■ 조이영
이승만 대통령이 정방폭포를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을 토대로 작업하였다. ■ 정용성
영등할망이 지나간 봄 제주에 한뼘땅도 아까운 그리하여 안치도 아까운 저 숭한 비석 앞에 보훈부의 땅이라서 쇠창살 조차 씌우지 못하는 그 땅을 조금 비껴난 제주도의 땅 좁은 도로위에, 새마음, 새 시작으로 과실수를 식재한다. 탱자낭!!!!! ■ 정유진
소지(燒紙)는 제를 지낼 때 지방지를 태우며 영령을 다시 돌려보내며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이 작품에서는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이 새롭게 불꽃처럼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표현해봤다. ■ 고혁진
사람이 머물던 터의 중앙엔 두 개의 돌멩이가 있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숯이 있다. 처음 마주했다. 산속 깊은 곳, 수십 년 동안 사람의 발이 닿지 았았던 곳에 남아있는 것은 숯이었다. 깊고 깊은 심연의 검은 숯. 숯을 집어 들었다. 가볍다. 놀랐다. 무게의 감각이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따뜻했다. 두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가벼운 무게의 까만 잔여물은 따뜻했다. 생각지도 못한 채 마주한 사물의 무게와 질감에 느껴지는 따뜻한 감각이라니 가슴을 울린다. 숯은 뜨겁다. 70여 년 전 어느 날, 뜨거운 열기에 일렁이던 숯이다. 추위를 버텨낼 수 있는 온기를 만들어 낸 것이 숯이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사물의 무게와 질감이 전해준 따뜻함은 70여 년을 훌쩍 넘겨 손끝에 닿을 때까지 온기를 남겨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숯을 만난 곳은 한라산 깊은 숲 능화오름 인근이다.
비명의 죽음이 가려지고만 있다면 / 대지는 이제 조국이 아니다. / 풀숲에 얼룩무늬 전투복을 숨기고 / 뱀의 눈빛을 번뜩이고 있는 것도 / 대지이기 때문이다. / 도려내진 목구멍은 / 그 아래 흙더미 속에서 찌부러져 있다. 김시종 시인의 시 「명복을 빌지 말라」의 첫번째 연이다. 4.3 봉기의 현장을 겪은 95세의 노시인은 가리워진 죽음이 있는한 백비를 일으켜 세워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름이 가리워진 열명은 재가되어 사라졌다. ■ 양동규
눈이 내렸다. 조릿대 우거진 길을 따라, 까마귀가 우짖는 북받친 밭을 걷는다. 그 겨울 추위와 두려움, 또 불꽃같은 희망을 품고 걸었을 그 길이다. 길의 끝, 산전이 있다. 1948년 그 겨울부터 봄이 들고 때죽나무 꽃이 툭 툭 발 아래 떨어지던 6월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덩그러니 솥 하나, 사금파리 몇 조각 남겨두고... 과거를 소복하게 쌓아두고 여전히 그 숲이 있다 나를 부르는 숲. 오래된 그 길위 발자국 몇 개 남기며 나는 걷는다. (그 겨울로부터 연작중 부분) ■ 김영화
노근리 쌍굴에는 학살명령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던 미군이 쏜 오발탄으로 추정되는 탄흔이 남아있다. 이 흔적은 이 세상 모든 학살사건에서 학살을 명령받은 군인이 차마 사람을 쏘지 못하고 허공으로 총을 겨눈 양심의 순간을 증거하고 있다. 변치 않는 빛으로 북극을 비추는 북극성처럼 노근리 쌍굴의 오발탄 흔적이 모든 인간의 양심을 비추는 별빛이 되길 기원한다. ■ 고승욱
4.3의 본질 자체를 사유하기보다는 내가 바라보고 겪고 느끼고 감각하는 4.3의 다양한 측면들을 현상학적으로 번역하는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도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동광의 큰넓궤와 도엣궤의 숲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두 달 넘게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혀서 간절히 바라보고 싶었을 그들의 하늘을 지금 나의 눈이 바라보고 있다. 하늘을 간절히 바라보고 싶었을 시선들이 떠올랐다. 죽음을 넘어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싶었을, 생을 향한 시선들이 닿아있을 하늘이었다. 그 투명한 하늘로 둘러쌓인 궤, 시선이 담겨있는 궤(櫃), 염원이 담겨있는 궤(匱)를 만들었다. 투명함 저 너머, 너머, 너머로 시선들이 자유롭게 날아가기를 바래본다. ■ 안수연
한라산의 이칭(異稱) 중에 불복산(不服山)이 있다. 왕조시대 왕조에 반대했던 소위 '반도'들이 은신했던 산을 부르던 별칭이 불복산이다. 불복산은 반란과 저항, 혁명의 불씨를 간직한 산을 말한다. 지리산, 구월산, 무등산이 그러했다. 민란의 시대가 그렇게 이칭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해방공간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의 폭정에 저항한 빨치산들이 은거했던 모든 산은 불복산이었다. One of the alternative names for Hallasan is Bulboksan. It was the name given to the mountain where the socalled “bandits” who opposed the dynasty hid out during the Joseon Dynasty. They are the mountains that hold the embers of rebellion, resistance, and revolution, such as Jirisan, September Mountain, and Mudongsan. Theera of civil unrest created this name. All the mountains where the communists who resisted the tyranny of the U.S. military government and Syngman Rhee were hiding were called Bulboksan(Disobedient Mountain). ■ 박경훈
4.3으로 희생된 분들의 초상 ■ 이명복
모든 것이 시원하게 해소되진 않지만 그럴 수도 없겠지만, 보이는 의식의 세계에만 시야가 갇힌 채, 불안과 초조함으로 파생된 자아에 한없이 매달린 채 그래도 무언가가 좀 더 다른 것이 있다는 절박한 몸의 신호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 빙 둘러보니 여기저기 좀 더 멀리 보고자 애쓴 흔적만 남아있다. 오랜 시간, 여럿이 함께 들로 산으로 굴로 바다로 하나의 주제를 쫓아다니며 보았고 지금도 여전히 본 것을 다시 보며 그때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 잔잔한 호수 안에 머물던 자아가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스치듯 지나갔던 것을 육체에 의해 껴안음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느낀다. 놀라움은 한순간에 획기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점진적으로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 조금씩 과잉, 초과, 넘침에 대한 무수히 많은 깃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깃털이 움직인다. 살아있다. ■ 양미경
Vol.20240403h | 봄은 불꽃처럼-2024 4·3미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