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20610g | 강인구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4 고양우수작가 공모전 중진작가전1 고양 아티스트 365
주최 / 고양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00pm / 월요일 휴관
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Goyang Aramnuri, Aram art Museu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86 (마두동 816번지) 상설전시장 1 Tel. +82.(0)31.960.0180 / 1577.7766 www.artgy.or.kr
꾸준하고 진지한 노력에 함축된 주제와 형식의 설득 가능성 ● 예술(art/ARS)이 기술(technology/techē)과 같은 어원을 공유하지만, 르네상스 이후에 예술에 대한 해석에는 기술과는 다른 창의적 영감과 미학의 요소가 가미되었다. 기술의 효용이 실용성에 있었다면 예술의 효용은 실용성을 뛰어넘는 형이상학적 인간 정신의 정서적 구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작가들은 기술적 완성을 향한 수련과 함께 자신의 손재주에 대한 미학적, 사회문화적, 역사적 효용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떠안고 창작활동에 임하는 셈이다. ● 현대미술은 창작 과정에서 작가의 주관이 점점 더 비중을 크게 차지한다. 작가는 자기 경험과 학습, 그리고 미학적 감각과 번뜩이는 영감까지 모든 요소를 종합하여 작품에 몰두한다. 근대까지 미술품의 주문자가 존재했을 때는 그 주문자의 의도와 미감이 창작의 주요 요소였던 것에 비하여 현대미술에서는 작가의 주관적 미감과 판단, 경험이 작품의 성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주관과 예술 철학을 강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기도 하지만 작품을 둘러싼 의미 부여나 메시지 함축에서 지나친 주관성은 소통의 단절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의 이러한 창작 태도는 종종 관람객과의 교감에 성공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 작품의 주제와 별도로 기술적인 면에서 강인구의 작가적 경쟁력 가운데 중요한 요소는 손공(손功 = 手功)이다.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선문답 같은 회화나 기계적 작동에 의존하여 거대한 규모로 압도하는 조형물에 비하여 강인구 작가의 작품에서는 꼼꼼하게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하는 손노동이 작가를 괴롭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력 노동이나 도구의 힘을 빌기도 하지만 작가가 강인구는 자신이 다루는 재료에서 이야기를 읽는다. 식당에서 문득 눈에 들어온 이쑤시개, 미국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우연히 밟았던 조각난 돌들이 작가의 손을 거치면 서사를 품은 작품이 된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개념이 명확해야만 이러한 작업 과정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창작에 대한 철학이 분명하고 그러한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지나치게 내향적이거나 주관적이지 않고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창작 해내는 강인구의 작품세계는 관람객의 눈으로 볼 때 열려있는 작가정신과 그의 창작 결과에 대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모두 5점인데 그 가운데 「바위」는 야외에, 그리고 나머지는 실내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다.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대지미술과 설치미술 등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해왔으며 이러한 작품에서는 자연스럽게 돌멩이, 자갈, 나뭇가지 등의 재료들이 도입되게 된다. 작가는 자기 작품을 '도시의 건축물들을 인간의 언어로 문자화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시는 자연을 개발(?)하여 생겨난 공간이며 이러한 전개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자연에 존재하던 돌과 흙, 나무 등의 재료들이 가공되어 도시형성에 동원되게 된다. 그러나 기능성 중심의 고도화된 가공 작업은 우리에게 그러한 물질들의 원형을 떠올리기 어렵게 만들고 마치 도시는 스스로 태어나서 자연과 연관되지 않고 확장되고 발전해 가는 것인 줄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착각의 오류를 지적하듯이 자연물에서 가공된 재료를 작품에 도입하여 우리들의 기억과 의식을 환기하도록 유도한다. ● 강인구의 초기 작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이쑤시개를 이용하여 나무의 형상을 재구축하는 「인 앤 아웃」과 같은 일련의 작업이었다.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환원하여 나무가 된다는 개념은 자연에 관한 관심과 존중을 일깨워 주며 우리들의 삶에서 근본과 원류,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확장 현상에서 그 방향과 의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주며 상징적, 은유적 해석을 허락해 준다. ● 「춤을 추다」는 큰 바위였던 자연석이 인간의 사용에 맞추어 잘게 부서진 돌멩이로 변화되고 그것들이 금속으로 연결되어 인간의 언어 형식으로 텍스트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돌멩이들은 알파벳이나 한글의 자모음과 같은 음소로 전환되어 바위였을 때의 육중함은 사라지고 인류 문명의 목격자처럼, 마치 춤을 추는 듯이 가볍게 허공에서 볼륨을 차지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음소들의 무작위적 조합을 지구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로 읽히기를 기대한다. 음소 그 자체는 의미를 해석하기 어렵지만 음소들의 조합이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면 그것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처럼 음소나 물질의 원소가 작품으로 환원되는 현상은 「Waterfall」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출품작 가운데 2024년 신작인 「물결」은 폭이 10미터에 이르는 압도적인 규모와 함께 나뭇가지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허공에 커다란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러한 작품은 실내조명이 드리운 벽에 비친 나뭇가지들의 그림자와 함께 마치 성경이나 코란처럼 자연이라는 종교적 신비의 경전을 써나간 흔적처럼 보인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이미지와 그 안에 함축된 메시지를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보는 사람의 자의적인 해석을 허락한다고 말하지만, 미세한 공기의 흐름과 조명의 흔들림에 의해 누군가가 모종의 메시지를 써나가는 것처럼 환영(幻影)을 만들어 내는 작품과 마주한 관람객들 가운데 이러한 경외(awe) 앞에서 자유롭게 사유하고 상상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 본래 대지예술에서 관심을 가졌던 지점 가운데 하나는 자연환경의 파괴와 해체로 인한 생태학적 재앙을 경고하는 예술가적 시선이었다.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이러한 시각과 태도는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로 급격한 환경재앙을 목격하고 있는 최근에 와서 더더욱 우리들의 피부에 와닿고 있다. 본능적으로 위험에 처한 생명체는 그 자신이 비롯된 원천으로 회귀를 추구하는 속성이 있다. 강인구 작가가 작업 속에서 동원하는 이쑤시개나 조약돌과 같은 재료로 나무와 바위 등의 원천을 떠올리도록 유도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염려와 불안,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메시지가 비교적 명료하게 전달되는 또 다른 배경에는 작품의 조형적 완성도와 노동집약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꾸준하고 진지한 노력, 그리고 그로부터 탄생하는 최종 작품들의 미학적 설득 가능성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하계훈
Vol.20240402i | 강인구展 / KANGINGOO / 姜仁球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