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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 2024_0327_수요일_05:00pm
지역작가 공모 지원사업 A-ARTIST 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4월 10일 휴관
수성아트피아 SUSEONG ARTPIA 대구 수성구 무학로 180 1 전시실 Tel. +82.(0)53.668.1840 www.ssartpia.kr @ssartpia_official
서상희론: 정원 소요유 精園 逍遙遊 ● 전시 『그곳, 정원_#virtual』에서 서상희가 주목한 '정원(庭園, garden)'은 그동안 작가에게 감각되어 투영된 기억과 그가 욕망한 것들이 층층이 중첩된 자그마한 '정신의 동산(精園, spiritual space)'이다. 이 공간은 서상희라는 '집' 속에 그가 관심 가지는 사물과 현상들로 가꾸어 놓은 '사적이고 사변적인 뜰'인 것이다. 가상과 현실, 기억과 데이터, 식물과 인간, 그리고 이들의 중첩과 상호작용이 만들어 내는 정원(精園)의 모습은 서상희가 이 시대를 바라보는 '표상의 풍경'이 아닐까? 이 전시에서 서상희는 우리가 그저 이 정원을 바라보기 보다는 소요유(逍遙遊)하기를 간절히 욕망한다.
이 전시는 그 자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이는 이 전시가 서 작가 과거 전시들의 의도와 내용이 축적된 것이기 때문이다. 창작 초기에 서상희는 집과 기억, 정원(庭園)과 식물 등의 주제들을 회화와 설치, 컴퓨터 그래픽과 영상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 표현기법을 이용해 꾸준히 창작해왔다. 그는 자신과 관계된 '집'과 그것에 관한 기억에 주목하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의 중첩을 활용한 회화적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그곳, 집」 시리즈는 디지털 이미지가 여러 레이어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것을 응용한 것으로, 작가의 기억이 투사된 여러 오브제들을 회화 및 인쇄 기법을 이용해 만들고 이들을 레이어처럼 활용하여 새롭게 집으로 구성하였다. 여기서 각 오브제들 사이에는 '틈'이 존재한다. 관객은 집을 구성하는 오브제들 사이의 틈 공간을 돌아다니며 작가의 기억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기존 회화 감상이 작품에서 일정 떨어져 작품을 관조하는 수용적 성격임에 반해, 서상희는 관객이 그림 오브제 사이 틈 공간을 이용하여 작품과 소통하게 함으로써 회화 감상에 있어 능동성을 추구했다. 여기서 서 작가는 관객과 작품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서 작가의 집과 기억 그리고 상호작용에 대한 주목은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을 집에서 정원으로 옮기게 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한국 집은 크든 작든 정원이 존재했고, 그것이 마당이던 뜰이던 간에, 정원은 곧 집이라는 인위적 공간에 자연적 공간을 모방한 장소이자 동시에 상호작용의 공간이기도 하다. 더불어 정원은 집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이자 입출력의 중첩지대이다. 이렇게 집에 애착이 강했던 서 작가에게 정원은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 혹은 내부와 외부 사람들 사이의 '소통 공간'으로 각인된 것인지도 모른다.
「가상정원」 시리즈는 서상희가 집에서 정원으로 시선을 좁히고 이전 작품 「그곳, 집」 시리즈의 기법적 실험을 확대한 작품이다. 서 작가는 다양한 식물이 담긴 3차원 영상과 프로젝션 매핑 그리고 실제 식물들로 재구성한 '가상의' 정원을 전시장에 꾸몄다. 실제 식물 오브제들을 설치하여 전시장 안에 정원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그것이 임시적으로 정원의 역할을 하더라도 '가짜(fake)'이다. 더불어 전시장 벽면과 실제 식물에 투영한 3차원 그래픽 식물들은 현실이 아니기에 이 정원은 '비현실(unreal)'이다. 여기서 관객은 이 '가상 정원'을 돌아다니며 실제 식물에 중첩된 3차원 그래픽 식물이 가지는 상호혼재성을 만끽하면서 '가짜 속 비현실'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서상희에게 정원은 실제와 환영의 중첩지대이며 실제 자연과 가짜 자연의 아상블라주인 것이다. 「가상정원」이 「그곳, 집」으로부터 계승한 것은 기법 측면에서 오브제의 레이어적 구성이며, 작품 경험 측면에서 관객이 오브제 사이에 틈 공간을 돌아다니며 감상하는 소통 방식이다. 특히 「가상정원」 밖에 있는 관객은 정원 속에서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는 다른 관객을 볼 수 있는데, 이때 3차원 그래픽 영상은 작품 속 관객에게도 투사면서, 그들은 작품과 구분된 것이 아닌 또 다른 작품 구성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서상희는 「가상정원」 속에서 의도적으로 작품과 관객의 긴밀한 관계와 소통을 추구하였다.
이번 전시 『그곳, 정원_#virtual』에서 서 작가는 이전 『가상정원』과는 다른 접근을 보인다. 『가상정원』에서 서상희는 정원 '속'에서 존재하고 있으며, '여기서' 가상과 실제 그리고 자연과 인공의 중첩과 소통을 고민하였다. 『그곳, 정원_#virtual』에서 서상희는 정원 '속'에 있는가? 전시 제목에서 볼 수 있듯, '그곳'인 '정원'은 '그곳'이었던 '집'처럼 서상희의 정신(精神)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서상희는 '그곳'인 정원에서 한 발 떨어져 정원을 바라보며 사유하고 있다. 한편 이 정원은 현실이 아닌 그의 머리 속 정원으로 'virtual'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그곳, 정원_#virtual』은 서상희가 그동안 감각하고 인식했던 것들, 그의 기억과 욕망이 투영된 '정원(庭園, garden)'에 대해서 그의 머리 속 표상들을 풀어놓은 시도이다. 이 전시는 서상희의 정신풍경을 재구성한 '정원(精園, spiritural space)'이 되는 것이다. 관객은 서상희가 꾸며놓은 사변적 뜰에서 소요유(逍遙遊)하게 된다. 불분명하지만 이 전시는 인간 인식 과정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감각'이라는 데이터의 수집, '지각'과 '인지'라는 데이터에 대한 해석, 그리고 '인식'이라는 가치판단과 의미화가 그것이다. 서 작가는 지형정보시스템(GIS)에서 특정 지역의 지형 데이터를 이용해 보다 정교화된 정원을 선보이는 동시에,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가상식물과 관객의 직접적 상호작용을 추구한다. 더불어 데이터에 투사된 자신의 불분명한 감정을 시각화한 영상작업도 선보인다. 이러한 작품들은 서상희 인식 작용의 표상들이며, 작품들 자체가 인간 인식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 작품의 집합체인 이 전시는 서상희의 정원에 대한 사유적 소결(小結)이다.
서상희는 '집과 기억'에서 '정원'으로 예술적 관심을 좁히면서 창작에 있어 큰 도약을 보였다. 이러한 도약은 작가에게 하나의 도전과 변화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곳, 집」 등 전시에서 보였던 '서상희다움'이 『가상정원』과 『그곳, 정원_#virtual』에서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서상희다움'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작품에서 서 작가의 미디어와 테크놀러지 사용에 대한 강박이 지속적으로 발견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기술의 거친 사용과 어둡고 경직된 식물 표현은 그가 가진 무의식적 기억과 어둠을 반영하는 것일까? 과연 이러한 인상이 서상희다움인가? 『가상정원』에서 『그곳, 정원_#virtual』로 변화하는 현시점에서 '서상희다움'은 과연 무엇일까? 서 작가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꾸준한 자기 성찰과 비평 그리고 이에 대한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가상정원』과 『그곳, 정원_#virtual』은 개념구성과 표현의 부정합들을 보이면서 서상희의 예술에 대한 가능성과 아쉬움이 모두 내재하고 있다. 이는 현재 그가 새로운 기법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예술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반증이리라. 이것은 신진을 벗어나가는 대부분 30대 후반 작가들이 가지는 통과의례이다. 그러나 『그곳, 정원_#virtual』이라는 작은 결론을 짓는 이 시점에서 그가 이 전시를 계기로 앞으로 더욱 성숙하면서도 날이 선 예술세계를 보여주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서 작가는 '가상'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드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작품과 전시 제목에서 '가상'을 붙이는 강박을 보인다. 제목에서 '가상'이란 단어를 제거하여도 작품 이해에 큰 어려움이 없다. 설사 작품이 아무리 어떤 현실에 근거한다하여도 작품은 그 현실과는 분명히 다른, 작가가 재구성한 자신의 세계가 현전(現前)한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현실이다. ■ 이준
Vol.20240327f | 서상희展 / SEOSANGHEE / 徐尙希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