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주의 드로잉 Paintings as Drawings and Drawings as Paintings in KIM Hong Joo's Art

김홍주展 / KIMHONGJOO / 金洪疇 / painting   2024_0322 ▶ 2024_0519 / 월요일 휴관

김홍주_무제_한지에 색연필, 펜, 아크릴채색_74×100cm_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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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 2024_0321_목요일_11:00am

주최,주관,기획 / 성곡미술관 이수균(부관장)_이시연(학예연구원) 김태희_박혜정(코디네이터)

입장료 / 일반(만 18~64세) 7,000원 단체,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예술인패스 5,000원 초등생 이하, ICOM 무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신문로 2가 1-101번지) 1관 Tel. +82.(0)2.737.7650 www.sungkokmuseum.org @sungkokartmuseum

이 전시는 김홍주(b.1945) 작가의 회화를 드로잉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시로 그의 팔십 평생의 화업을 돌아본다. 김홍주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오직 예술 안에서 찾으려 한 순수 예술론자로서 그의 예술적 열정은 도가적 우주론과 닮아있다.

김홍주_무제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_159.6×340cm_2013_부분

드로잉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숯, 흑연 등을 종이 위에 그으며 시각적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가장 단순하고 효율적인 그리기 수단이었다. 특히 드로잉의 전통적 역할은 본 회화 작업을 위한 스케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드로잉은 종이 표면에 그려진 선들과 그리는 사람의 감각을 즉시 이미지로 옮길 수 있는, 아이디어에 대한 작가의 자유분방한 정신이 투영된 즉흥적 미완성의 회화라고 할 수 있다.

김홍주_무제_비단에 펜, 아크릴채색_35×110cm_1980년대 말

이와 마찬가지로 김홍주가 텅 빈 캔버스 위에 세필로 그린 그림을 드로잉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세필의 가는 선과 점을 무한히 반복하여 겹겹이 쌓아 올리며 작업한다. 이때 세필의 그리기는 화면의 천이나 종이와 부딪히며 특별한 감각을 창조해 내는데, 바로 그어진 선들과 지워진 것들, 문질러 드러나는 얼룩 등과 같이 드로잉 고유의 감각과 동일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김홍주의 회화를 '드로잉 같은 회화', 또는 '회화 같은 드로잉' 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김홍주의 독특한 그림 그리기는 전통 회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색채의 콘트라스트라든가 원근화법을 따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재를 재현하거나 심상을 표현하는 데 골몰하지도 않는다. 드로잉 위에 색채를 덧씌우면 드로잉은 밑그림으로써 다른 무엇을 그리기 위한 지지대나 기초, 도구로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드로잉만으로 작품을 완성하게 되면 회화는 전통적 재현의 도구가 아니라 회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다.

김홍주_무제_한지에 연필, 펜_35.7×65cm_1980년대 말

작가가 드로잉만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경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리 흔치 않다. 그럼에도 김홍주는 수십 년 동안 드로잉과 회화의 경계에 머무름으로써 '드로잉으로서 회화', '회화로서 드로잉'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이중성' 혹은 '확장된 모호성'은 단순히 한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관류하는 핵심 요소이다. 김홍주가 드로잉을 닮은 자신의 회화에 대해 "나의 작품은 항상 미완성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의 작업은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다.

김홍주_무제_종이에 연필, 먹, 수채_59×81.5cm_2010년대

대부분의 예술가는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강박과도 같은 작품의 형식을 품는다. 르네상스 화가들에게는 그들이 발명한 원근화법의 삼각형이야말로 세상을 이루는 변하지 않는 진리였고, 점묘파에게는 점이, 칸딘스키 같은 추상화가에겐 점, 선, 면이 세상을 규정짓는 기본 구성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김홍주에게는 무한히 중첩된 부드러운 세필의 짧은 선들이 모든 형상의 기초가 되어 생명과 감각이 그 선을 통해 표출된다. 점과 면 사이에 존재하는 선의 이중성이 그의 회화의 근본적 토대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김홍주_무제_캔버스천에 아크릴채색_50.5×38cm_2024

그의 그림을 감상할 때에도 항상 멀리서 전체를 보고, 다시 가까이 다가가 세밀한 부분을 관찰해야 한다. 김홍주의 회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관객 스스로 창작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데, 관람객은 작가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작자가 되어 자신의 감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그림이 보는 자의 맥락 속에서 경험되고 동시에 의미가 생성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관람객의 이중성은 물론 작가의 이중성도 가정한다. 그는 "내 그림은 쓰레기야"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의 무엇인가를 느끼고 촉발하게 해준 것의 '나머지'라는 의미일 것이다.

김홍주_무제_종이에 연필, 색연필, 먹, 수채_109×79cm_1985

김홍주의 작업에서 겹겹이 중첩된 수백 수 천개의 선들을 통한 시각적 모호성은 시각의 즉각성과 전체성을 거부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김홍주의 그림은 시간의 흐름을 중시하고 촉각적인 가려움을 유발하는 듯하다. 더 나아가 음악의 선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선의 세계에서는 안과 밖이 없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으며, 공간의 구분이 있을 리 없다. 소리와 시간처럼 존재하면서 사라지고, 있음과 없음의 구분도 사라진다.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것의 차이도 불명확하다. 그는 그것을 인간의 삶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계속 그림을 그린다. 나아가 김홍주는 "인공지능이 지배하게 될 미래에도 인간의 상상력과 생명을 느끼게 하는 아날로그 회화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시대의 미술이란 어마어마한 스펙터클이 아닌 가장 사적이고 인간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김홍주_무제_종이에 수채, 아크릴채색_59.5×59.5cm_1992

배경을 비운 캔버스 천이라는 오브제와 무한 반복된 선 그리기가 결합된 이미지로서 작품이 탄생한다. 이러한 그림 그리기를 김홍주는'촉각적 감수성을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그리는 순간의 촉각적 경험이 전부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 그리기는 '액션적 행위'도 '심상의 표현'도 아니며 '페인터리' 하지도 않다. 오히려 '촉각적 감수성'으로 이뤄진 드로잉과 닮아있는 것이다. ■ 이수균

김홍주_무제_종이에 연필, 먹, 수채_109.2×78.6cm_1980년대

김홍주는 1945년 충청북도 보은에서 태어나 1969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1년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1971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홍주는 당시 개념미술을 연구하던 현대미술그룹 S.T.(Space&Time 조형예술학회)에 참여하며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제2회 ST전』(1973)을 시작으로 『제5회 ST전』(1976)에 이르기까지 약 4년간 S.T.그룹 멤버로 활동했던 그는 관념만이 살아남는 개념미술의 논의에 회의를 느껴 S.T.를 탈퇴한다. 이후 김홍주는 그리는 일에 몰두하여 다양한 회화적 실험에 나서는데, 1970년대에는 주로 오브제와 이미지를 결합한 '사물로서의 회화' 작업을 발표한다. 청계천의 고물상에서 창문틀과 거울, 차 유리창과 같이 버려진 물건을 사다가 합판과 천을 덧대고 그 위에 극사실적 형상을 그려나간 그의 초기 작업은 캔버스라는 '그리기'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다.

김홍주_무제_종이에 콜라주, 연필, 수채_109×78.6cm_1980년대 후반

1980년대 중반부터는 주로 논밭 같은 자연물과 지도를 소재로 한 풍경화를 발표한다. 도시 풍경부터 문자 추상까지 이어지는 이 시기의 작업은 배경의 여백과 사실적 묘사, 왜곡된 현실을 결합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1996년 김홍주는 꽃과 잎, 낙엽과 같은 자연물에서 가져온 형상을 회화에 도입하기 시작한다. '꽃 그림'이라고 불리는 그의 후기 작업은 세밀한 선들을 무수히 쌓아 올리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완성된 형상들은 모티프가 되었던 소재의 구상성을 넘어 드로잉의 촉각적 감수성을 지닌 추상적 외형의 회화로 변모한다.

김홍주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회화에 천착하여 근 50년간 '그리기'를 이어왔다. 1981년 목원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2010년 퇴임까지 약 30년간 교직 생활을 이어온 그는 다수의 개인전과 기획전에 참여했고, 2024년 성곡미술관에서 개최하는 『김홍주의 드로잉』전을 통해 그간 미발표된 작품 70여 점을 선보이며 50년간의 화업을 되돌아본다. ■ 성곡미술관

Vol.20240322a | 김홍주展 / KIMHONGJOO / 金洪疇 / painting

2025/01/01-03/30